생활경제

일상 파고든 '케미포비아'…"아무 것도 못믿겠다"


  •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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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8-28 18:44:58

    "친환경 제품이면 더 안전하고 몸에 좋을 줄 알았는데…이젠 아무 것도 못믿겠어요."

    2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김미진(32)씨는 몇 차례 상품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독성물질 생리대','간염 소시지'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생활용품과 관련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안전성 논란에 소비자들의 화학 물질에 대한 공포, 이른 바 '케미포비아'가 생활용품 전반에 확산됐다.

    이날 깨끗한나라는 오후 2시부터 공식 홈페이지와 소비자 상담센터를 통해 릴리안 생리대(릴리안, 순수한면), 라이너, 탐폰 제품에 대해 환불을 접수하고 있다.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 ⓒ깨끗한나라 홈페이지

    앞서 깨끗한나라는 지난 23일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리량이 변하거나,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을 경험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면서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에 대해 환불 결정을 내렸다. 전날에는 릴리안 생산, 판매를 중단했다.

    생리대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국산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고, 해외에서 생리용품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해외배송대행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제휴사이트인 '비타트라'의 최근 1주일(18~24일) 생리대, 탐폰, 생리컵 등 생리용품 해외직구 건수는 전주(11~17일)보다 약 560%나 늘었다.

    특히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생리컵의 해외직구 주문량은 전주보다 470% 뛰어올랐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해 생리대뿐만 아니라 시중에 유통 중인 어린이ㆍ성인용 기저귀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VOCs는 벤젠, 포름알데이드 등 대기 중에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상 유기화합물의 총칭으로,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노출되면 피로감, 두통, 구토, 현기증을 일으키고 장기간 노출시 신경과 근육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충제 계란 파동의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유럽발(發) 간염 햄·소시지가 등장했다. 유럽산 가공육에서 E형 간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대형마트와 식품업체들도 일제히 판매를 중단하고 제품 회수에 나섰다. 

    E형간염은 E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E virus)에 의해 생기는 급성 간염으로,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돼지, 사슴 등 육류를 덜 익혀 섭취할 경우에 감염된다.

    15∼60일(평균 40일) 잠복기를 거처 피로, 복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발생한 후 황달, 진한색 소변, 회색 변 등의 증상을 보인다.

    건강한 성인은 대부분 자연 회복돼 치명률은 3% 정도로 낮지만, 임신부, 간질환자, 장기이식환자와 같은 면역저하자의 경우는 치명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E형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한해 2천만명이 감염되고 330만명이 증상을 보인다. 2015년에는 4만4천명이 사망(치명율 약 3.3%)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재빨리 판매를 중단하고, 대상 청정원은 독일과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베이컨'의 생산을 중단했다. 

    앞서 대한민국은 살충제 계란으로 시끄러웠다. 살충제 계란 파동의 시발점이 된 피프로닐에 이어 맹독성 물질인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가 계란에서 검출됐다.

    식약처는 인체를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 성분이 함유된 게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검사 요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도 문제가 생기며 친환경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다.

    이 여파로 인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의 계란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 됐다. 30개들이 계란 한 판은 6000원대에서 598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23일 일제히 계란 한 판 가격을 6000원대 중반대까지 인하한지 3일만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소비자들의 불신은 이어질 것"이라며 "검사결과 안전한 제품임을 알리곤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베타뉴스 박지수 (pj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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