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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병상체험기] 비급여 과잉진료 일삼는 병원


  • 전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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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8-03 09:48:49

    화상전문 H병원 치료 입원기…비급여 치료제 관리 시급

    문재인 정부 “건강보험 보장 강화 비현실” 지적도

    병원측 “진료 특성상 비급여 치료제가 많다” 무책임 발언

    <편집자 주> 오래 전 운동을 하다가 어깨 부위에 마찰화상을 입었다. 이후 생긴 흉터가 아프고 가려워 화상전문 ‘한강수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입원 중에 병원에서는 영양실조 환자에게나 필요한 비급여 영양제 투여를 권장하면서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사안이 이런 지경까지 됐는데도, 관련 당국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비급여 부분에 대한 관리감독 고시가 없어 병원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무용론까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실정이다.

    특히 해당병원은 의료품으로 급여가 가능한 항목의 치료제도 있으나 사전설명 없이 과잉진료를 하고 있었다. 해당병원의 게시판에는 비급여 치료제의 경우 실손의료비 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환자 스스로 주의 하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이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진료 관리가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실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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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병원의 게시판에는 비급여 치료제의 경우 실손의료비 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환자 스스로 주의 하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사진=베타뉴스DB)

    [베타뉴스 전근홍 기자] “수술을 받으셨으니 영양제 수액을 맞으셔야 해요”, “비급여 주사액이라 환자분의 동의서가 필요 합니다”

    얼추 추산한 금액만 해도 40만원은 훌쩍 넘어 보였다. 피부에 외상으로 인한 흉터가 자라 제거 수술을 받는데, 굳이 영양제인 수액를 투여 받아야 하나?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부득이 병원생활을 시작하면서 간호사들이 업무 교대 시간에 비급여 주사액 투여를 위해 환자 설득을 적극적으로 하라는 교육을 받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그야말로 ‘호갱님’이 된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이들은 처방한 비급여 수액이 수술 전과 후의 영양공급과 감염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주사액의 공급단가에 비해 간호사의 인건비가 포함되는 등 실제 체감 비용의 부담은 약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까지 들 정도였다.

    “화상과 같은 성형외과 영역은 비급여 치료제가 대다수며, 건강보험공단 환자보다 산업재해환자가 많아 병원 수익은 짭짤하다”

    사전 설명도 없이 과잉진료가 아니냐는 기자의 ‘직공’ 질문에 대해 묻지도 않은 말을 언급한 병원 관계자의 대답이다.

    이 대답을 통해 기자는 가입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근본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몸소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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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구 소재의 이 병원 병동에서 간호사들이 업무교대시 사용하는 환자 리스트. 환자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지만 붉은 박스를 보면 '산재', '공단', '산재100%'로 표기된 명단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병원들이 영리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단편적인 사례다.(사진=베타뉴스DB)

    의료비 실제 부담금액을 보장해주는 건강 보험, 실제 손실을 보장한다고 해서 일컫는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넘으면서 제2의 국민보험으로 부른다.

    기자가 체험한 실손보험의 실제 혜택은 영리극대화의 병원 앞에서 ‘실손’이 아닌 실망과 손실의 ‘실손(失損)’이었다.

    @ “비급여를 해소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모든 국민이 의료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달 신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비급여 진료를 철저히 관리할 것이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국민들의 의료비 걱정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민간보험사가 판매중인 실손의료보험의 인하를 법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져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한차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해단식을 마친 문재인 정부의 정책자문 브레인 격의 ‘국정기획자문위’는 건강보험 강화에 따라 보험사가 판매한 실손보험의 반사이익이 1조 5000억에 달한다며 실손보험료 인하를 천명했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을 연계해 관리하는 가칭 ‘건강보험 민간의료보험 연계법’을 연내로 제정해 관리하겠다는 것.

    하지만 보험사들은 반사이익은 커녕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탓에 연간 1조600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반박해 나서 논란이 거셌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주요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모두 100%를 넘었다.

    일각에서는 실손보험료 인하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사태도 생길 수 있다며 ‘인기영합주의’ 정책 기조라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달 19일 발표된 국정 5개년 계획에서 실손보험료 인하 부분은 제외됐다. 복지 정책과 관련, ‘실손 보험 관리를 강화 하겠다’ 기조가 강조됐을 뿐이다.

    @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위해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할 막중

    입원치료를 받았던 이 병원의 경우 화상을 전문으로 하는 특성화 병원이다. 이들은 비급여 진료에 대해 “수술시 의료진의 인건비를 낮게 책정하고 치료제를 상대적으로 좋은 것을 쓰는데 대부분 비급여로 처리돼 진료 시 애로사항이 많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늘어놨다.

    현재 이 같은 비급여 진료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창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용중인 ‘진료비 확인 신청’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의료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의(요양급여설명보기의 대상여부의 확인 등)와 의료급여법 제11조의3(급여대상 여부의 확인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구제 제도다.

    심사평가원이 밝힌 지난해 진료비 환불 액수의 규모를 보면 환자들이 제기한 진료비 확인 민원금액은 475억 6037만원에 달했다. 이중 심사평가원의 심사를 거쳐 환불된 금액은 19억 5868만원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는 의료기관에서 청구되는 진료비 중 비급여 부분에서 급여로 청구 될 수 있었던 항목이 없는지 확인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심평원의 경우 근본적으로 병원들이 청구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심사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를 관리할 것이라는 정책 기조는 역대 정부 때마다 선거철마다 있었던 이야기”라며 “의료계는 보험 상품을 잘못 만들었다는 논조를 이어가며 비판하는데, 원인은 경쟁과열로 인해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들의 진료행태에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낸 실제 사용 금액을 보전해주는 것인데 정부가 보장성 강화로 1·2인실 병상까지 급여화 하겠다는 마당에 실손보험료의 손해율이 높다는 주장이 엄살이겠느냐”며 “현실적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렇다면,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는 보험사는 기하급수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타뉴스 전근홍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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