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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청춘 투신 영구장애 '모르쇠’…모정 피눈물 호소 묵살한 보험사


  • 전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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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8-01 03:27:10

    한화생명, '정신질환 자살미수' 보험금 지급 거부

    외부 '책상머리' 의료자문 소견 해석 토대로 

    자문소견 근거 不지급 대상…도의상 50% 합의권유

    [베타뉴스 전근홍 기자] “우리 딸이 부모 앞에서 자살을 시도했는데, 왜 계획적인 행동으로 보는 거죠”

    어린 딸이 아플까봐 매번 노심초사 하던 애끓는 모정이 눈물과 함께 쏟아낸 하소연이다.

    이 어머니는 딸 권양(20)이 태어나던 시절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염려하던 차에 한화생명이 판매했던 ‘새싹건강보험’에 가입해 딸의 미래를 대비해 두었다.

    이후 권양이 어린시절 사고로 겪었던 트라우마 증세로 인해 줄곧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어 애끓는 모정이 타들어가던 중에 건강까지 나빠져 ‘췌장이식’라는 큰 수술까지 받게 되고 어머니 앞에서 자살시도를 하는 모습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경험을 했다.

    권양은 현재 척추 손상 등으로 인해 하반신 마비를 얻어 보호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상태다.

    믿었던 한화생명 새싹건강보험은 약관상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자본 집단인 이들은 과거 법적 분쟁으로 비화됐던 판례를 근거로 삼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고 자신들이 섭외한 자문의사의 자문 결과 부지급 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도의상 50%의 삭감된 금액으로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제안해 배신감이 가득한 어머니의 모정은 365일을 눈물로 지새우고 있는 중이다.

    @ 약관해석 제 멋대로…자살보험금 사태 벌써 잊은 거야?

    사실관계를 종합할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해당 상품의 약관해석을 법원판결을 근거로 제 멋대로 했다는 점이다.

    복수의 한화생명 관계자들은 “해당 상품의 약관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면책 조항에 정신질환으로 피보험자 본인을 고의로 해친 경우도 포함 된다”라며 “2005년과 2006년 대법원 등의 판례를 보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더라도 자살을 하겠다는 결심 등의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면 면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자살을 시도할 당시의 의사결정능력을 판단해야 하며, 고의적이며 계획적인 자살동기가 있었다면 이는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판결을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판례 경향은 보험사가 만든 약관상의 오류를 지적하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어 법적 분쟁으로 고객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이와 비슷하게 논란이 되었던 자살 보험금 사태 때 한화생명이 보였던 치졸함 역시 자신들이 잘못 만든 약관상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비도덕적 경영행태를 보였던 실제 사례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어 자살보험금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한화생명 외 2개 생명보험사에 대한 제재를 의결한 바 있다.

    이들은 고객이 보험료를 납입한 시점부터 2년이 지난 후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관에 써놓고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

    이후 금융당국이 제재를 예고하자 뒤늦게 지급하겠다는 꼼수를 피워 끝내 고객을 우롱하는 행태를 보였다.

    @ 정신질환자의 의료자문이 진단서와 차트만으로 되냐?

    지난해 파란을 일으켰던 자살보험금 사태와 최근 일련의 판결은 보험사가 불명확한 약관내용의 보험 상품을 판매한 뒤 약관 수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라는 약관 규정이 상당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를 방치한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살시도와 같이 중대한 신체적 상해 사건은 이를 행하기 이전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과 주위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생명 측은 기재된 진단서 등으로 의료자문을 거쳐 권양이 자살을 시도할 당시 정신질환 상태가 아니었으며, 계획적으로 행동하였기에 부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고 있다.

    정신질환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행한 일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단처럼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만 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다른 질환과는 달리 면담을 통해서 심리검사를 진행하는 등의 과정에서 추후 일탈행동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졸속으로 진행된 의료자문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의료자문센터라는 곳을 통해서 자문료를 지급했으며, 이들이 섭외한 병원 전문의에게 환자의 서류를 보내서 자문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환자에게는 사전의 동의절차 없이 전문적으로 의료자문을 중개하는 업체를 통해서 병원과 자문의를 섭외했다는 소리다.

    @ 의사 지정제한 없는 셀프의료자문…피해는 가입자 몫?

    한화생명 이외에도 대다수의 보험사가 셀프로 진행하는 의료자문 행태는 지속적으로 고객과의 마찰을 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1분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살펴보면 보험사들이 연간 약 9만 건을 자문 의뢰하고 대가로 1년에 약 175억 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의료자문료는 보험사가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의사에게 직접 지급하는 행태가 대부분이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보상지원센터본부장은 “현행 의료자문 행태는 보험사가 자문의에게 자문료를 지급하는 구조이기에 보험사에 유리한 자문소견이 작성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생명·손해보험협회와 보험사 의료자문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오는 9월 중 관련 수정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하루 빨리 부조리한 현실이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베타뉴스 전근홍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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