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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유통업계 '직격탄'


  •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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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7-18 20:04:07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안 될 때도 많아요. 그렇다고 매일 혼자 일할 수만은 없고… 주말엔 자녀들이 도와주고 있어요."

    동네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상승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근로자의 고용규모가 큰 유통업계의 타격이 예상되며 고용위축·물가인상 등의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6470원) 보다 16.4% 올린 753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07년(12.3%) 이후 처음이며 인상폭 역시 지난해(7.3%)와 견줘 두 배 이상 커졌다.

    2018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일급은 6만240원(8시간 기준), 월급은 주 5일 209시간 기준 157만377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과 비교했을 때 월급이 22만원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씨는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6000원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A씨는 "그나마 나는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점포당 전체 수익(매출이익)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 수준으로 내년부터는 이 비중이 27%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 문을 닫는 편의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강남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하루 평균 매출이 200만원이 채 안된다. 인건비, 월세, 카드 수수료, 대출금 등을 빼면 남는게 거의 없다. 앞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은 매장 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자영업자의 경우 인력을 줄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용산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정 모씨는 "가뜩이나 주변에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매출이 줄고 있다"며 "가게를 접고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게 더 낫겠다"고 푸념했다.

    동작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 씨 역시 "업종 특성상 야간에 매출이 높아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많은데 종업원 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역시 마냥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신촌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 씨는 "최저시급이 오른다는 뉴스를 보고 기뻤지만 정산하는 사장님 한숨에 언제 짤릴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성북구의 대학교 근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 씨 역시 "지금도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매출이 안좋으면 가끔 밀릴 때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의 고용이 위축되고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외식업·도소매업·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사업주 51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새 정부 일자리 정책 및 최저임금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35.1%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경우 '근로자 인원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1인 및 가족경영으로 전환한다'는 응답은 33.9%, '아예 폐업을 하겠다'는 응답도 16.3%나 됐다.


    베타뉴스 박지수 (pj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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