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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장에서]삼성생명…이러려고 기자가 되었나? 심한 자괴감이 든다


  • 전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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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6-27 23:48:24

    정치권의 자료요청에는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삼성생명

    [베타뉴스 전근홍 기자]“더 이상 기자님과 대화하기 힘들어요”, “무슨 말만 하면 꼬투리를 잡을 것 아녜요” 이 발언은 취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한 기자에게 자본력과 조직망을 갖춘 삼성생명 커뮤니케이션 팀 직원이 한 발언이다.

    나는 기자(記者)다. 기자의 사전적 의미는 기록을 하는 사람이다. 보다 현실적으로 시대의 아픔과 있는 사실 그대로를 기록해 역사의 끝자락을 묘사할 수 있는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더 적합하리라 본다.

    기자수첩을 쓰며 그들이 한 발언을 곱씹어보니 눈물이 날 정도였다. 아니 무슨 영화(榮華)를 보려고 이러고 있나?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폄하를 일삼는 그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기자가 취재를 하는 과정에는 특정인의 삶과 나아가 일상까지 개입하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벌어진다. 이는 숙명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알 권리를 위해 취재를 하는 기자가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소리다.

    장담하건데 삼성생명 커뮤니케이션 팀 직원에게는 사적인 영역까지 넘어선 질의를 던지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이 무시는 도를 넘어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같은 계열사 직원은 “삼성생명은 적절한 응대를 하지 않아서 기사를 쓰지 않고, 친절하게 속내까지 드러내는 우리는 실명까지 거론하며 기사를 작성해서 서운하다”고 말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사실과 다른 오해이지만 틀린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성'과 '공평성', '불평부당성'을 최우선 가치로 고려해 임하는 기자로서 뒤를 돌아보게 하는 발언이기에 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곰곰이 돌이켜보니 전혀 편중된 시각으로 임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거대한 자본력과 조직력을 앞세운 삼성생명이 기자가 요청한 자료에는 몇 마디 발언으로 뭉개더니 소위 정치권력을 통해 자료를 요청하니까 “자료 준비 중이며 완료시 연락을 드리겠다”는 문자 답변까지 제공해서다.

    이게 현실이다. 만만하면, 한없이 얕잡아 보는 것이 소위 삼성이라는 조직의 아성인 것이다.

    왜 모르는 가? 결국 필요한 것은 진심이다. 오해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진심을 다해 응하면 하늘도 감복해 바라던 바를 이루게 해준다”는 고언(古言)은 삼성생명 말고는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말이다. 정치권력의 눈치만 볼 시기는 지났다는 것. 이제는 제발 부탁하고 싶다.


    베타뉴스 전근홍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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