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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NDC 최초 개인전 연 넥슨 이근우 아티스트


  • 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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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4-28 17:47:26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넥슨의 지식 공유 행사인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는 매년 아트 전시회를 개최해 다양한 콘셉트의 게임 캐릭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개인전을 연 것이다. 넥슨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이근우 아티스트가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고, 개인전을 통해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을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다양한 프로젝트의 캐릭터 콘셉트 작품들을 전시했다.

    이에 넥슨은 미디어를 대상으로 NDC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한 이근우 아티스트와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Q : 개인전 제안을 받았을 땐 어땠나?

    올해 1월 개인전 진행에 대한 공지가 있었고 이에 대한 희망 인원 지원을 받았다. 여기에 지원했는데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주셔서 준비하게 됐다. 넥슨 내에 잘 그리는 분들이 엄청 많은데 처음으로 진행하게 돼 감사하고 영광이다. 내년엔 더 좋은 분의 작품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Q : 디렉터의 콘셉트 요청 방법과 이후 일러스트 작업 방법은?

    일러스트 발주 전에 업데이트 관련 콘셉트에 대해 설명을 받는다. 그리고 그에 맞게 시안을 여러 개 만들어 디렉터와 여러 번 협의하고 범위를 많이 좁히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초반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고, 시안이 결정되면 컬러링과 완성까지는 아티스트 개인 역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빠르게 진행된다.

    Q : 일러스트 작업 시 아티스트만의 개성을 넣을 때도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프로젝트에 맞는 스타일에 최대한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맞춘다고 해도 기존에 그려오던 습관이 있어서 아티스트 만의 스타일이 조금은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완급조절이 필요한데 ‘욕심을 내서 드러낼 것이냐’ 아니면 ‘프로젝트에 맞출 것이냐’를 고민한다. 물론 욕심을 허용하는 프로젝트가 있는 반면 허용하지 않는 프로젝트도 있기 때문에 케이스별로 조절하며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 일러스트의 용도와 중요도는?

    게임 장르가 많아져서 원화가 하는 기능이 회사나 팀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원초적 형태의 순기능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무(無)의 상태일 때 시각적 비전을 잡을 수 있는 장치고, 이는 팀원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Q : 초기에 구체화 과정에서 영감을 받는 방법은?

    스스로 얻기보다 회의를 통해 얻는다. 예를 들어 ‘마비노기 영웅전’의 린이나 벨라 작업시 초기에 캐릭터를 어떤 형태로 정할지 기획자와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 어떤 무기와 스토리, 성격 등을 가질지 회의실에서 화이트보드에 그리면서 만들어나갔다. 이처럼 혼자 영감을 얻기보다 레퍼런스나 자료들을 모아 미팅하며 조금씩 캐릭터 스타일을 좁혀나가는 방식을 썼다. 물론 직접 자료 조사도 많이 한다. 형태가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 원화가의 역량으로 살을 덧붙이는 방향으로 헤어 컬러나 체형, 갑옷 형태를 정했다.

    Q : 개인전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콘셉트는 따로 없고 이 회사에서 작업했던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작품을 구성해봤다. 작업 연도대로 정리한 형태다.

    Q : 오랜 시간 일하다 겪었던 일들이 있다면?

    개발 프로젝트라는 게 항상 잘 되고 모두 공개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게임과 작업물이 공개되지 못하고 종료될 때 가장 힘들었다. 가장 좋을 때는 내가 작업한 결과물을 사람들이 팀 레벨에서부터 좋아해줄 때가 기쁘지 않나 생각한다.

    Q : 넥슨에서 오래 일했는데 넥슨에서 추구하는 아트와 타 회사가 추구하는 아트는 어떻게 다를까?

    타 회사는 밖에서 보는 것이라 뭐라 하기 어렵다. 넥슨은 항상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나 생각한다. 원화에 있어서는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Q : 넥슨에 오고 싶어하는 원화 지망생에게 조언한다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신입이나 경력 원화가 시장이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더 심해졌다. 최대한 지망 프로젝트에 맞춰 준비를 많이 하는 게 가장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그런 식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Q : 원화와 게임과의 괴리감이 있을 수 있는데, 원화 느낌을 가장 잘 살린 게임은 무엇인가?

    3D 게임이 괴리감이 큰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대한 모델러와 피드백을 많이 하는 편이다. 최종적으로 모델링 만들어졌을 때 원화 상태에서 보여지는 느낌을 위해 스크린샷 위에 리터칭하는 방법을 여러 번 반복한다. 특히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그런 식으로 작업했고 린 캐릭터가 원화와 괴리감이 가장 적지 않았나 생각한다.

    Q : 프로젝트마다 원화 스타일을 바꾼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하나?

    프로젝트를 이동할 때마다 한창 라이브 서비스 중인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어서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마비노기’와 ‘마비노기 영웅전’은 서로 색깔이 매우 다른데, 합류 당시에는 서비스 중이어서 거기에 맞춰야 했다. 물론 스타일을 연구해 발전시킬 필요도 있지만 그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의도적으로 변화를 자유자재로 하는 건 아니고 프로젝트의 상황이 닥쳐서 필요에 의해 바꾼 케이스다. 참고로 바꾼 뒤에 다시 그 전 스타일로 그릴 수 있는 건 매우 힘들더라.

    Q : 자신의 스타일을 가장 잘 살린 프로젝트가 있다면?

    ‘마비노기 영웅전’을 작업할 때 제일 잘 살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스타일은 ‘마비노기’나 ‘테일즈위버’ 같은 스타일이다. 요즘은 그런 스타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적더라.

      

    Q :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시도하는 것이 있다면?

    영화를 많이 봤다. 예전에 봤던 영화 중 재미있게 봤던 것들을 순차적으로 보면 ‘이런 걸 그려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던 것 같다. 장르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나 ‘견자단’ 주연의 영화 등 액션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마비노기 영웅전’ 린의 경우 초반에 디렉터의 요청이 ‘중국을 겨냥해 만들자’였다. 하지만 너무 중국 느낌이 들면 안 되는 것도 있어서 고민하다가 봤던 견자단의 ‘금의위’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

    Q : 애매한 작업 요청을 할 때 대처법이 있다면?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들은 전부 하는 것 같다. 특히 3D로 모델링을 직접 가모델을 만들어 보내기도 한다. 10년차 이상 되는 원화가들은 다들 하는 거라서 특별한 대처법이라기 보다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 보면 될 듯 싶다.

     

    Q : 앞으로 예상하는 아트 트렌드는?

    과거에 비해 국적에 상관없이 글로벌로 활동해 작업물이 공유되고 있고 교류도 활발하다. 그리고 과거엔 ‘특정 국가풍’이라는 장벽이 있었는데 점점 그 벽이 허물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 지역의 상대적 거부감도 없어지리라 본다.


    베타뉴스 박상범 (ytterb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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