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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 역발생에서 탄생한 가상 아이돌


  • 서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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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4-26 13:56:07

    보컬로이드(VOCALOID) ‘하츠네 미쿠’가 어떻게 탄생했고 발전했는지 알아보는 세션이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열렸다. 보컬로이드는 보컬(가수)와 안드로이드의 합성어로, 음성합성기술을 사용해 노래하는 캐릭터를 뜻한다.

    크립톤퓨처미디어(이하 크립톤) 유스케 쿠마가이는 26일 판교 넥슨 사옥 인근에서 열린 NDC 세션 ‘공감으로부터 태어났다! 하츠네미쿠의 발전 이유와 크립톤의 노력에 대해’로 ‘하츠네 미쿠’를 위해 회사와 개발진이 기울인 노력을 소개했다. 쿠마가이씨는 크립톤에서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를 지휘한 인물이다.

    크립톤은 음악으로 상품을 만드는 일본 회사다. 사업 콘셉트는 깊이 있는 소리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 음원을 응용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로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전자음과 3D캐릭터의 매력이 합쳐진 ‘하츠네 미쿠’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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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츠네 미쿠’는 일본과 한국 서브컬쳐계에 큰 영향을 준 캐릭터로 손꼽힌다. 파를 돌리며 춤추고, 합성된 목소리로 노래하는 3D캐릭터는 산업과 창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2007년 출시돼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하츠네 미쿠’는 가상의 세계를 넘어 일본 음악계 석권하는 보컬로이드가 됐다.

    그는 “1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하츠네 미쿠’를 활용한 음악은 50만곡 이상이며, 세계각국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정도로 성장해 졌다”며 본격적인 발표를 시작했다.

    ‘하츠네 미쿠’는 최초의 상용 보컬리오드는 아니다. 크립톤은 2004년 비슷한 제품을 판매한 적이 있다. 이 제품의 판매량은 처참했다. 타깃 이용자를 잘못 설정한 것이 원인이었다. 주요 타깃인 음악가를 만족시키기에 품질이 뒤떨어졌던 것.

    음성합성기술은 실제 소리와 최대한 가깝게 재현해야 상품가치가 중요하다. 악기를 대신 연주하는 소프트웨어는 악기소리를 제대로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음성합성과 보컬로이드는 기술이 부족해 현실적인(리얼한) 소리와 거리가 멀었다. 당연히 상품은 팔리지 않았고, 주목도도 떨어졌다.

    반전은 캐릭터와 보컬로이드의 결합으로 시작됐다. 2004년 수입한 보컬로이드 제품에 ‘메이코’란 가상의 캐릭터를 입히자 판매량이 오른 것. 전혀 팔리지 않던 상품이, 패키지 디자인 만으로 3000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상품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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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초기 콘셉트 일러스트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하츠네 미쿠’의 기반이 됐다. 그는 “소프트웨어로 구성한 비현실적인 목소리와 노래가 콘셉트로 만들면 어떨까 역발상했다”며 “안드로이드라면 다소 어색한 노래도 먹힐 것이다. 이렇게 ‘하츠네 미쿠’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하츠네 미쿠’를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사이버 아이돌이 노래를 불러주는 음성합성프로그램이란 콘셉트를 잡았다. 먼저 ‘사이버 아이돌’이란 생소한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졌다. ‘메이코’의 사례처럼 귀여운 일러스트로 마니아 층의 ‘덕심’을 자극하는 방안이 시작됐다.

    친근감을 주기 위한 방안도 다방면에서 연구됐다. ‘하츠네 미쿠’의 상징인 양갈래 머리도 열띈 회의를 통해 탄생했다고 한다. 넥타이의 무늬는 야마하 사의 신디사이저의 패턴을 도입했다. 음악을 공부한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저작권도 야마하의 적폭적인 지원 덕에 문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섭외와 성우 섭외까지 끝나자 상품으로서 ‘하츠네 미쿠’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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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자의 창작활동이 하츠네 미쿠에 미친 영향을 담은 도표

    이 단계에서 ‘하츠네 미쿠’는 움직이지 않는 일러스트 한 장과 목소리가 전부였다. 지금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사이버 아이돌으로 발전하는데는 ‘덕심’이 충만한 이용자의 도움이 컸다.

    그는 “‘하츠네 미쿠’를 구매한 음악가들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 공유했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것이 보고싶다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캐릭터를 확장해 공개했다”며 “인터넷을 통해 (이용자간의)거리감이 짧아졌고, 동영상을 보는 소비자가 창작자(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와 맞물려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창작활동을 키우는데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크립톤은 ‘하츠네 미쿠’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만, 창작활동 장려를 위해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용자가 만든 상품을 확장해 상품화를 추진하는 등 도움을 건냈고, 이는 사업영역을 넓히는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여기에 콘서트 등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하츠네 미쿠 종이접기’ ‘낙서판’ 등을 해 창작 활동을 넓히는 등 캐릭터와 연계한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꾸준한 관심을 끄는데 주력하고 있고 설명했다.


    베타뉴스 서삼광 (seosk.be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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