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자동운전차와 인공지능의 융합, 제조업체에게는 재앙?


  • 우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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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3-17 12:38:23

    2017년 1월 5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가전 전시회). 올해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단말기가 침체된 가운데 자동운전차와 인공지능(AI)의 존재감이 높아졌다. 자동운전차 분야는 2010년 포드가 기조 강연을 한 이래 이번에는 무려 145개 기업이 부스를 설치했다.


    또 인공지능의 경우 GPU로 유명한 엔비디아는 인텔리전트 머신에 특화된 인공지능 자비에(Xavier)를 탑재한 자동운전차 BB8(스타워즈에 나오는 공 모양 로봇의 애칭)의 동영상이었다. 아우디와 제휴해 2020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미 표명한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와 ZF와의 제휴를 포함 엔비디아의 적극적인 공세는 IT 업계를 넘어 자동운전차와 인공지능의 융합을 통해 “승리의 방정식”을 세운 것이다. 


    그럼 자동운전차와 인공지능은 어떤 관계일까? 인공지능이 자동운전차에 제공하는 기능적 가치 중 중요한 것은 2가지. 첫째는 “인간을 대신해 인지, 판단, 조작하는 기능”, 그리고 둘째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돕는 HMI(휴먼 머신 인터페이스) 기능”이다.


    전자는 자동차 운전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기능이다. 올해 CES에서 주목받은 것은 후자다. 즉 인공지능이 인간과 커뮤니케이션해 자동차 운전 관련 기계적 조작을 실시하거나 인간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의 HMI(휴먼 머신 인터페이스) 기능이다.


    사람과 인공지능 간의 인터페이스는 버튼 조작이나 제스처보다 음성 명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애플 시리가 대표적이다.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 외에 기조 강연을 통해 주목받은 기업으로 언더파아머가 있다. CEO인 케빈 플랑크는 “자사의 스포츠웨어, 슈즈에 센서를 탑재함으로써 거기에서 얻은 고객의 생체 데이터을 인공지능과 연계해 피트니스 종합 서비스 제공 업체로 진화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또 올해 CES에서도 자동차 관련 이외의 여러 기업 부스에서 등장 빈도가 높았던 아마존 알렉사의 데모 영상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가까이에 있으며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뛰어난 인공지능은 쇼핑,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등을 한 번에 해결해 인간의 삶 자체를 바꾸게 된다. 즉 어느 정도 성숙한 인공지능은 자동운전차용, 피트니스용, 쇼핑용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단일 인공지능이 한 인간을 계속 보조하게 된다. 


    즉 자동차 내 인공지능이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관장하는 역할을 맡게될 확률이 높다. DMP(데이터 관리 플랫폼)에 축적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통합해 해석하고, 고객의 기호에 맞는 추천 및 개선, 제안하는 형식으로 피드백되는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운전차에서 이동 중 인공지능과 대화해 내일 밤에 마실 와인을 추천받아 주문하고, 시청하지 못한 인기 드라마를 인공지능이 이동 시간에 맞춰 편집하고 자동차 내 스크린에서 시청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파괴적 이노베이션의 영향 안에 있는 자동차 회사 등 제조업체에게 판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인공지능 도입을 전제로 물건과 서비스를 일체화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심각한 것은 DMP와 인공지능을 장악한 특정 IT 기업이 가치 사슬의 정점에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단순한 부품 공급자의 지위로 추락하는 것도 가능하다. 뒤집어 볼 때 제조업체는 IT 기업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몇 년 전 PC나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일어났던 게임 체인지보다 그 영향은 훨씬 클 것이다. 자동운전차와 인공지능의 관계를 단순히 기술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업 경영과 마케팅 관점에서 보다 넓고, 보다 깊이 통찰해야 한다.




    베타뉴스 우예진 기자 (w9502@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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