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인터뷰

현 게임법은 헌 부대에 새 술 담는 격...개정 필요성 대두


  • 서삼광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7-03-10 16:41:15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다시 쓰는 대한민국 게임강국 프로젝트(이하 게임강국 프로젝트)’ 2차 포럼이 열렸다. 주제는 ‘흑역사(黑歷史) 10년의 극복방안’이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주최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주관,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게임이용자보호센터(GUCC)가 후원해 개최됐다.

    2차 포럼은 △10년간 아케이드게임 규제의 결과 및 산업재생방안 △게임법의 구조적 한계- 포켓몬GO와 같은 게임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의 방향 순으로 발제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은 “이번 포럼은 누구의 잘못을 탓하는 자리가 아닌, 불편한 고민을 거둬내는 자리라 생각 한다”며 “물이 고이면 썩는다. (게임산업의)피가 원활히 돌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축사했다.

    웹젠 대표 출신 김병관 의원은 “산업이나 진흥을 이야기 하면 반대쪽에서 규제의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산업의 산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문화산업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콘텐츠 산업 수출액을 이야기 할때 게임이 50~60%를 차지한다. 비중이 크다. 그런데 (게임을)문화산업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부정한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인사말을 건냈다.

    ◆ 바다이야기 망령에 시달린 아케이드게임계 “불법과 준법 사업자 구분해 달라”

    ▲ ©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박성규 회장은 ‘10년간 아케이드게임 규제의 결과 및 산업재생방안’를 발제했다. 내용은 아케이드게임계가 지난 10년간 ‘바다이야기’를 통해 고통 받은 내역과 이를 극복할 방안 제시다.

    한국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전체 게임시장 중 1% 수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차지하는 약 20%와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크다. 박 회장은 “한국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비중이 낮은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작은 거다”라고 운을 뗀 뒤 지난 2007년 ‘바다이야기’의 망령을 언급했다.

    ‘바다이야기’는 불법 개-변조된 사행성 게임을 총칭한다. 2000년도 중반 ‘바다이야기’를 설치한 게임장은 상품권 불법 환전의 온상으로 지목돼 사회적 이슈가 됐다. 정부는 사행성을 부추긴다며 규제안을 내놨다. ‘바다이야기’를 노린 규제는 건전한 아케이드게임 사업자의 목까지 졸라 시장을 고사 직전으로 몰았다.

    ▲ ©

    박 회장은 규제안에 대한 문제는 동의하지만 추진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화관광부의 무리한 상품권 발행이 ‘바다이야기’ 사태와 맞물려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2005년 3월 1일 상품권 배출량은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중 사용되지 않은 상품권이 ‘바다이야기’를 통해 환전됐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바다이야기’는 환전된 금액도 크지 않고, 잘못된 추진과정과 규제 때문에 아케이드게임업계가 피해를 봤다”며 “지금도 건전한 영업활동을 하는 아케이드게임 영업장이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 ‘바다이야기’의 망령을 떨쳐내고, 미래의 10년을 볼 수 있는 재생방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구체적인 해결방안으로 아케이드게임의 등급분류 기준 수정을 건의했다. 규제에 발목잡혀 게임을 개발할 수도, 서비스 할 수도 없는 현실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과 모바일로 서비스 중인 보드게임을 아케이드로 만들면 서비스 불가 판정을 받는다. 주사위를 돌려 말을 움직이는 일련의 조작이 환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서비스 플랫폼에 따라 등급분류 기준이 다르며, 이 때문에 아케이드게임 산업이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는 “불법업자들을 표적으로 한 규제가 선량한 사업자의 목을 조르고 있다”며 “불법게임은 불법게임대로 엄중하게, 정상적인 게임은 육성을 해 달라. 과거 아케이드시장의 반의 반만 복구해도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게임법에 묶인 한국, 포켓몬GO는 나올 수 없다

    ▲ ©


    법무법인 태평양 안길한 변호사는 ‘게임법의 구조적 한계- 포켓몬GO와 같은 게임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를 주제로 발제했다. ‘새로운 게임’이라 분류하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환경을 게임법이 막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포켓몬GO’는 ‘새로운 게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용됐다.

    ‘포켓몬GO’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증강현실(AR)게임이다. 증강현실은 가상의 물체를 현실에 더하는 기술이다. ‘포켓몬GO’는 닌텐도의 IP(지식재산권) 포켓몬과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해 상승효과(시너지)를 냈다. 국내외에서 문화콘텐츠인 IP와 신기술인 AR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고 평가받는 게임이다.

    안 변호사는 “우리 법제도가 ‘포켓몬GO’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막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혁신은 시도와 실패에서 탄생한다. 한국 업체는 시도부터 어렵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 ©


    그는 게임개발을 위한 회사 설립부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 제작업 등 등록과 허가가 필요하다. 이후 △등급 △과몰입 △과소비 △사행성 등 규제를 고려해 게임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과소비규제 △사행성 규제 등 비(非)법적 규제도 문제다.

    사후관리도 엄격하다. 규제를 준수하지 않으면 행정조치를 받는다. 행정조치는 △허가취소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 △벌칙 및 과태료 △직권 재등급분류 △등급취소 등이다. 일반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이 조치된다.

    그는 “행정조치가 엄격하다. 게임 개발자가 자기검열하고 눈치를 보니 창의적인 도전이 불가능하다”고 인과를 설명했다. 이어 “창의적 도전과 콘텐츠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창의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냐”며 반문했다.

    ▲ ©

    게임법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영상매체를 위한 법에서 시작돼 게임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게임법은 음반과 영상(비디오)물에 관한 법률과 공중위생법을 기반으로 탄생했으며, 게임만을 위한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게임법을 헌 부대로 비유하며 헌 부대에서 새 술을 담을 수 없다고 결론 냈다.

    또, 그는 “경품법에서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본다. 하지만 게임법에선 게이머(이용자)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행정처분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업계가 법안과 대립하는 도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문제”라며 “경영상의 매너리즘(안일주의)에 빠져 게임이 획일화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적 규제가 창의성을 뺏어간 점도 분명하다. 이런 문제만 해결해도 보다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게임법 개정, 게임과 플랫폼 맞춤형으로 나가야

    ▲ ©


    중앙대학교 이정훈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게임법이 나아갈 길에 대해 발제했다. 게임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게임법이 담아야할 항목과 조항을 건의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는 “게임법이 과거의 망령과 ‘건전한 게임환경’이란 목표에 너무 매달리는 것이 문제”라고 현재 문제점을 거론했다. 건전함의 기준이 높다 보니 게임을 옥죄는 폭도 넓다는 분석이다.

    이후 개인적으로 연구한 개정방향을 건의했다. 항목은 △법률명의 적정성 △게임물의 정의규정 정비 △게임문화향유권과 가정의 역할과 책임 △사용자의 역할과 책임 △이용자의 권리와 책임 △등급분류 제도의 개선 △제재규정의 정비 등이다.

    이 교수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게임을 문화상품, 문화산업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다. 게임 역시 문화산업이란 점을 알려야한다. 이를 위해 진흥에 집중된 법률명부터 바꾸는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 ©

    게임물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텐츠와 기기를 구분 짓지 않다 보니 불합리한 규제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정과 규제를 콘텐츠와 기기로 나누어 별도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인 이용자의 책임과 의무도 게임법에 포함되야 한다는 주장이 뒤 이었다. 이 교수는 “게임을 주로 즐기는 곳이 가정이다. 가정으로 대변되는 이용자의 역할이 게임법에 누락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역할도 마찬가지다. 사업자의 책임만 있다”며 다른 법과 다른 게임법의 문제점을 제시한 뒤 이들의 권한과 책임을 명시한 개선안을 건의했다.

    ◆ 게임법, 문화산업 게임의 주최가 참여해 만들어 가야할 때다

    ▲ ©

    발표가 끝난 뒤 패널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은 고려대학교 권헌영 교수를 좌장으로,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 한양대학교 정정원 박사,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장, 안길한 변호사, 이정훈 교수가 참여했다.

    좌장인 고려대학교 권헌영 교수는 “게임산업과 관련된 법을 논의 할 때는 의견이 아닌 고성이 오가곤 했다”며 “이날 자리는 이런 분위기를 넘어, 게임산업의 주체인 게임업체(사업자)와 이용자가 참여하는 실전적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박종현 교수는 “세계적인 흥행작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정말 게임법 때문인가 먼저 되짚어야 한다”며 “한국은 문제가 생기면 강하게 규제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막아왔다. 자생적인 해결법이 나오기 전에 여론이나 감정적인 선택으로 규제를 만들었다. 또, 예상할 수 없는 문제까지 규제로 묶어 놨다. 과도한 규제로 벽을 만들고 책임을 민간(게임업체)에 전가했다. 법 자체가 누더기가 됐다. 행정편의적인 규제도 있다”고 문제를 짚었다. 규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완화보다 체계적인 완화가 필요하며, 이를 통한 규제체계 정상화를 언급했다.

    기존 게임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한국 게임법이 세계 표준(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동떨어진 상황에, VR(가상현실)과 AR 같은 신기술까지 헌 부대로 품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는 제도의 필요성과 방향성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를 점검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정원 박사는 “게임물이 가지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좋은 목적으로 시작한 법이 10년이 지났는데 제자리다. 게임산업은 축과 틀이 변했다”며 “새로운 기술과 접목이 쉬운 게임과 이를 다루는 게임법은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발제에서 게임물의 개념과 대상으로 콘텐츠와 기기를 분리해야 된다고 언급됐다. 여기에 게임을 즐기는 장소도 포함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각종 규제를 낳은 사행성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행위는 사행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임물의 범위와 사행성을 연결하는 고리를 다시 고려해야할 ‹š”라고 주장하며 이번 포럼을 마무리했다.

    한편 ‘게임강국 프로젝트’는 오는 3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의 똑똑한 규제원칙’을 주제로 3차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베타뉴스 서삼광 (seosk.beta@gmail.com)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683450?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