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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게임해보니] 잘 꾸민 백화점 같은 ‘리니지 레드나이츠’


  • 서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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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12-12 14:26:45

    엔씨소프트가 8일 출시한 ‘리니지 레드나이츠(이하 레드나이츠)’가 충격적인 데뷔전을 마쳤다.

    ‘레드나이츠’는 출시 당일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고, 12일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시선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어떤 행보를 걸을까로 변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수집형 RPG로 분류되는 모바일게임이다. 몬스터를 수집하고 육성해 더 많은 이야기를 즐기고, 강력한 몬스터를 잡는 것이 목표다. 이용자가 모인 집단 ‘혈맹(길드)’을 결성해 다른 집단과 경쟁하는 진영간 대결(RVR)은 물론, 이용자간 대결(PVP) 모드도 즐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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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화 요소는 ‘리니지’의 지적재산권(IP)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대IP시대라 할 수 있는 현재 18년간 인기리에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의 콘텐츠를 담았다는 것은 거대한 장점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인기의 요인은 아니다. 발표 단계부터 1년간 가다듬은 콘텐츠도 큰 몫을 한다.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개성적인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작품은 아니다. 엔씨소프트의 첫 자체 개발 모바일게임인 만큼 검증된 콘텐츠를 다수 담았다. 인기상품을 총망라한 잘 꾸민 백화점 같은 작품이라 비교할 수 있다. 진열된 상품은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며, 서로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도록 잘 배치된 점이 이 게임의 강점이다.

    실제로 약 4일간 즐겨본 ‘레드나이츠’의 사냥(PVE) 콘텐츠는 높은 완성도와 잘 짜인 순환구조로 역시 엔씨소프트란 생각을 들게 만드는 작품이란 느낌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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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등신으로 데포르메된 리니지의 흑막 케레니스

    수집형 RPG에서 가장 먼저 이용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수집의 대상인 캐릭터(소환수)다. ‘레드나이츠’의 캐릭터는 5등신의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재현됐다. 사나운 몬스터가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데포르메 된 모습은 꽤 귀엽다. 여기에 원작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디자인돼 “‘리니지’의 형제작이다”라고 존재감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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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끈한 타격이펙트와 효과음으로 전투의 보는 재미를 살렸다

    ‘레드나이츠’를 처음 접한 느낌은 디테일에 대한 아쉬움이다. 사양이 다소 뒤쳐진 스마트폰 탓인지 캐릭터들의 외곽선이 뭉개지거나 도트가 튀는 등 세세한 점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런 소소한 단점은 금세 기억에서 잊혀졌다.

    4등신으로 표현된 캐릭터와 장소의 특징을 강조한 오브젝트들은 게임의 분위기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오히려 매력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강렬한 타격 이펙트와 효과음, 매끄럽게 조화된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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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험 메뉴에 속한 네 개 사냥 콘텐츠

    콘텐츠의 순환구조도 매끄럽게 연결돼 “아 모바일로 RPG를 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이 작품의 주요 콘텐츠는 이야기를 즐기는 스토리모드, 오만의 탑, 시간의 균열, 보스 레이드, 혈맹 콘텐츠, 대결(PVP)로 크게 6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각 모드는 유기적인 관계로 엮였고, 각각 육성에 필요한 핵심 보상을 품고 있어 플레이해야만 하는 이유를 어필한다.

    이는 일부 모바일게임에서 유기적 연결에 실패해 단지 보상을 얻기 위해 플레이해야만 하는 숙제 개념에서 탈피해 게임의 재미를 높이는 콘텐츠로 생명력을 부여했다고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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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인터페이스

    먼저 스토리모드는 ‘레드나이츠’의 핵심이다. ‘리니지’부터 이어진 대립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데다, 캐릭터 육성과 보스 레이드 등 상위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스토리 모드는 단계별로 나뉜 던전을 탐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일반 모드는 이야기를 엿보며, 캐릭터 경험치와 육성 재료가 보상으로 걸렸다. 같은 지역에 상위 난이도인 ‘숙련’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조각이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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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 던전에서 확률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들

    일반에서 캐릭터와 소환수를 육성하고, 숙련에서 소환수를 수집하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각각의 콘텐츠를 즐길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탐험을 진행하면 다른 이용자와 확률적으로 조율해 간이 PVP를 즐길 수 있다. 온라인게임에서 PK(필드 대결)를 모바일게임에서 구현한 콘텐츠다.

    또, 거대 보스의 흔적(위상)도 스토리 모드 던전에서 발견된다. 위상을 발견하면 보스 레이드 메뉴가 제한된 시간동안 열린다. 이밖에 탐험을 돕는 ‘신전’ 같은 요소들이 배치돼 스마트폰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가 선택에 따라 게임의 결과를 바꿀 수 있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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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보스 앞에서 이용자와 소환수는 콩알처럼 작은 존재다

    ‘보스 레이드’는 일종의 필드 보스다. 꼬리-앞다리-머리 등 부위별로 나뉜 거대 보스를 공략하는 것이 목표다. 난이도가 높은 만큼 당연히 보상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단, 하루 서비스 초반 단계임에도 보스의 체력과 공격력이 높게 설정돼 있어 공략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언젠가는 당연히 사냥할 수 있는 보스가 되겠지만, 강력한 적과 마주하고 있다는 실감은 모바일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도전욕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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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율적인 사냥을 고민하게 되는 첫 고비 오만의 탑

    ‘오만의 탑’과 ‘시간의 균열’은 일종의 도전 모드다. 보상은 스토리 모드에서 낮은 확률로 획득할 수 있는 고급 아이템이다. 이 모드는 하루에 제한된 입장회수를 꼬박꼬박 즐기는 것이 편한 육성에 도입이 된다.

    이 중 ‘오만의 탑’은 하루에 많은 층(최고 100층)에 도전할 수 있고, 보상도 배가된다. 당연히 탑을 더 빨리 오르기 위해 캐릭터의 육성이 중요하다.

    빠른 등반을 위해선 많은 소환수를 보유해야 유리하다. 고른 성장도 중요하고, 스킬 사용 배분 등 스토리 모드에서 등한시 했던 전투 전략-전술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킬 크래쉬, 기술사용 타이밍, 캐릭터의 연계 등 ‘레드나이츠’ 전투의 파고들기는 ‘오만의 탑’에서 본격화된다. 고민 속에 탄생한 효율적인 캐릭터 운영법과 콤보는 이후 PVP와 RVR 등 사람과 사람간의 대결에서 더 유용하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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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지품 창. 많은 성장 아이템과 귀중품(판매)이 섞여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다

    여러 모드를 즐기며 모은 수집품은 육성을 위해 사용된다. ‘레드나이츠’는 핵심 콘텐츠 외에 캐릭터 육성도 신경 쓴 티가 난다. 영웅 장비, 소환수 육성, 스킬 레벨업, 진화, 연성 등 육성 시스템이 풍족하게 마련됐다.

    예를 들어 두 번째 패시브 스킬은 두 번 이상 연성을 해야 배울 수 있고, 연성 재료는 여러 콘텐츠의 보상이다. 육성과 콘텐츠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어색하지 않게 연결된다. 여기에 연성단계에 따라 스킬 사용 개수가 늘어나는 등 작은 업그레이드만으로 강해진 캐릭터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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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 레벨업을 몰아서 하려면 귀찮다

    단, 잘 꾸며진 시스템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부재해 아쉬움을 남긴다. 예를 들어 스킬 레벨업은 1레벨을 직접 터치해서 올려야 하고, 던전 자동 재입장 기능도 없다. 경험치 물약을 사용해 단번에 고레벨로 만든 소환수를 연성하고,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방식은 모바일게임에서 불필요하다. 온라인게임에선 작은 수고일지 모르나 모바일게임에서는 꽤 큰 귀찮음을 동반하며, 이는 짧은 시간 동안 집중도 있게 즐기는 모바일게임의 특징과도 어긋나 있다.

    이런 작은 결점에도 ‘레드나이츠’는 잘 꾸며진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만족감을 들게 하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백화점을 찾는 이유는 좋은 상품을 제대로 구비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며, 상품의 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받으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레드나이츠’가 진정 모바일게임의 명품 백화점이 되려면 콘텐츠라는 상품은 물론, 서비스와 편의성에도 조금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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