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SKT, CJHV 인수 합병 자진철회 앞당길 수도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 공정위가 인수합병 불허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SKT가 자진철회 선언을 언제 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T는 공정위로부터 CJ헬로비전 주식취득 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행위를 해서도 안된다는 통보를 받자 하루 뒤에 관련 입장 자료를 배포했다.

SKT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공정위 결정에 충격을 받았지만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또한 SKT는 “공정위로부터 전달받은 심사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해 여러가지 후속 대책을 고민중” 이라고 해 합병 자진 철회를 비롯해 여러 가지 솔루션에 대해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피해를 온전히 CJ헬로비전이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렇듯 공정위 결정에 대한 SKT의 입장자료는 CJ헬로비전의 입장자료와 비교할 경우 상대적으로 절박하거나 강경하지 않다. 따라서 자진 철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SKT가 공정위 전원회의까지는 CJ헬로비전과 외형적으로 같은 행보를 보이지만 전원회의 이후에는 자진 철회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또한 이미 양측이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최종심의를 앞두고 SK텔레콤과는 별개로 법무법인 화우를 대리인으로 새로 선임했다. 그동안 SK텔레콤이 선임한 법무법인 광장세종에 대리인 자격을 일임해 온 것을 바꾼 것이다.

사실상 공동대리 형식을 취하던 양 사가 결국 따로 최종심의를 준비하는 형태가 되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자사 목소리를 확실히 내기 위해 화우를 새로 선임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 인수합병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로펌을 제외하면 화우는 선택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SKT 내부에서도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통방 융합시장을 자사에 유리한 경쟁 환경으로 끌고가 시장 독점을 구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통합 융합시장에서 큰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미 SK브로드밴드의 IPTV 재판매와 모바일 IPTV인 ‘옥수수’를 통해 이미 기반 확보를 넘어 통방융합 시장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SKT가 공정위 전원회의 이후 방통위와 미래부에서 심사를 위해 쓰는 90일 기간 동안 소모적인 논란보다는 바로 체제정비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16년 7월 이후 다시 3개월을 합병 논의로 시간을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합병 불허로 확정될 경우 오히려 실리와 명분 모두에서 불리하다는 판단이다.

SKT가 공정위 심사보고서를 받은 이후 합병관련 TF를 해체한 것과 사내방송을 통해 합병 논란과 관계없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줄 것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내부 분위기가 반영됐을 거란 해석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SKT의 이번 인수합병이 실패하더라고 모바일 성장을 대체할 수 있는 퍼즐 맞추기가 실패한 것이지만 SKT의 순이익 영향 관점에서는 100억~200억원 수준의 극히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불허 결정이 난 이상 소모적 논쟁을 해서 주주에게 외면받기 전에 자진철회 발표를 앞당길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으로 해석된다.

베타뉴스 안병도 (catchrod@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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