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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실패 후폭풍] 6) SKT, 미래부 시장획정만 믿은 것이 실수


  • 안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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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7-11 11:05:10

    6) SKT, 미래부 시장획정만 믿은 것이 실수

    SKT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사실상 무산된 데에는 미래부의 방송시장 시장 획정만을 일방적으로 믿었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방통위는 201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유료방송 시장획정을 전국 단위가 아닌 방송구역별로 획정했다. 이에 SKT는 경쟁사들이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 획정을 권역별로 특징지은 것처럼 강조한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처럼 방통위의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SKT가 강하게 의견을 제시한데에는 미래부를 포함한 기타 정부부처에 대한 믿음에 있다는 게 전문가의 추측이다. SKT는 당시 “KT와 LG유플러스가 권역별 시장획정 결정이 된 것처럼 말도 안되는 주장을 자료상에 담았다”면서 “당연히 유료방송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획정해 따져 보도록 돼 있고, 이와는 별도로 지리적 시장획정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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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결정에서 78개 케이블 방송 권역을 기초로 유료방송 경쟁제한성을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5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이 사업권을 가진 전국 23개 방송권역 중 시장점유율 1위인 곳은 19개이며, 점유율 50% 이상인 곳은 13개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공정위가 기준을 전국 단위로 두지 않았다며 문제삼고 있다. 그렇지만 공정위 판단은 방통위의 2015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서 유료방송 시장획정을 ‘전국 단위’가 아닌 ‘방송구역별’로 결정한 것에 따른 결과이다.

    방통위는 보고서에서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수요대체성(이용자가 선택 가능한 것이 제한적)과 공급대체성(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 SO의 차별적인 상품제공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본 결과 방송구역별로 시장을 획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15년을 기준으로 네트워크 품질, 디지털 전환 정도, 양방향 서비스 제공 수준, 채널당 요금 등에서 차이가 존재하므로 전국이 동질적인 시장상황이라고 간주하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전국단위로 시장을 볼 경우 CJ헬로비전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다른 방송권역까지 모수에 포함시키게 되어 잘못된 점유율을 산정한다.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는 미래부 산하 연구기관인 KISDI가 주관하여 발간하므로 미래부 역시 방송시장의 지역 기준 획정에 동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SK텔레콤이 유료방송 시장을 전국 단위로 획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측에서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인수합병 심사에서 시장 경쟁제한성 여부는 23개 CJ헬로비전 방송구역별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공정위는 2013년 티브로드 도봉강북방송이 대구케이블 방송을 인수할 시 전국이 아닌 시군구 단위 시장 점유율을 따져 경쟁제한성을 판단한 바 있다. 방통위에서 발간하는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서도 유료방송 시장을 전국 78개 방송구역별로 지리적 구분하고 있다.

    CATV는 전국 78개 방송구역별로 허가를 받아 사업하기 때문에 구역별로 경쟁상황도 모두 다르고, 이용약관, 상품별 채널은 물론 방송 요금자체도 상이하다. 따라서 공정위의 구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제한 판단은 실제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 상황을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업계지만 2003년 희석식 소주 제조회사인 ‘대선주조’와 ‘무학’간 기업결합도 불허되었다. 이때 공정위는 시장을 전국단위로 보자는 지역 소주회사들의 주장과 달리 부산/경남 지역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들 결합 당사 회사의 매출이 부산/경남 외 지역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데다 소주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이 지역 소비자들이 타 지역에서 소주를 구매하기 힘들다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국 시장에서는 3위(대선주조)와 4위(무학) 기업간 결합이지만 부산에서는 1위(대선주조)와 3위(무학)의 결합이며, 경상남도에서는 1위(무학)와 2위(대선주조)의 기업결합으로 보아 공정위는 부산/경남지역 소주 시장이 사실상 독점화된다고 판단해 불허했다.

    이런 대선주조와 무학의 사례처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에도 CJ헬로비전의 전국 23개 지역 유료방송시장의 독점화가 급격히 심화되며, 해당 지역에서 CJ의 케이블TV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소비자들이 대체상품 구매를 위해 타 지역 케이블TV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불허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정부기관도 시장을 가능한 좁혀서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최소 시장 획정 원칙’을 운영 중에 있어 해외 기준으로 판단할 때도 이번 공정위의 심사 기준은 문제가 없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독점적 IPTV사업자의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을 제한한 것이다. 시장획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다. SKT가 미래부 시장획정에 대해 너무 믿은 것이 실수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베타뉴스 안병도 (catchrod@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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