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기자수첩] 게임 질병코드 부여는 또 다른 규제의 시작

  • 김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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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3-13 18:34:58

    보건복지부가 대표적 문화 콘텐츠이자 수출 역군인 게임에 질병코드 부여를 검토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5일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질병코드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스마트폰 중독을 지속적으로 검사하고, 대학교에서 인터넷 게임 예방 교육 및 선별검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제 2의 게임중독법’과 ‘이중 규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게임 중독이라 불리는 현상을 중독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상당히 부실한 상황이다. 2013년 신의진 의원이 발의했던 ‘게임중독법’도 근거가 부실해 현재 입법이 중단된 상태인데 뚜렷한 근거 없이 추진되는 게임 중독의 질병코드 부여는 의료 업계의 진료 영역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질병코드를 신설하면 게임 업체에게 연간 1,000억원의 부담금이 부과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질병코드 부여 검토는 “인터넷과 게임의 지나친 이용으로 인해 일상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정신•사회적 기능 손상을 입은 이용자에 대해 ‘치료’와 ‘예방’을 위한 진단평가체계개발, 실태조사, 치료방법 개발연구 및 과학적인 데이터 축적 등을 하기 위한 것”이고 중독 치유 부담금 신설 또한 전혀 추진한 바 없고, 검토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목적에 의해 행위는 바뀔 수 있다.


    2000년대가 끝날 때까지 호황을 누리던 게임 산업은 2010년 들어 점차 다양한 규제의 덫에 빠지게 됐다. 미성년자의 심야 시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웹보드 게임의 결제 금액을 제한하는 웹보드 게임 규제, 그리고 게임을 도박, 술,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신의진법' 발의 등이 있었다.


    해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게임 시장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7년부터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을 신설해 게임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자국 게임 보호를 위해 외국 게임에 대한 다양한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핀란드도 1990년대 후반부터 5,000만 유로 규모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게임 업체에 지원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전 세계 매출 1위 모바일 게임 업체 슈퍼셀을 탄생시켰다. 노키아가 무너진 후 핀란드 경제를 살린 산업은 게임산업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반해 우리 정부는 과도한 각종 규제를 남발하여 국내 게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웹보드 게임 규제 후 웹보드 게임 업체의 매출은 70%나 감소하였고, 게임 사업체 수도 2009년 3만개에서 2014년 1만4000개로 5년 사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게임사업 종사자 수도 92,533명에서 87,281명으로 6.7% 감소했다. 막강한 자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은 한국 게임사를 점차 흡수해가고 있고, 국내 개발자의 해외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연방주는 해마다 세미나를 열고, 독일의 게임시장을 토대로 한국 게임사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로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간 게임한류에 앞장 섰고, 넷마블게임즈의 '모두의마블', 최근 중국에서 인기 상승 중인 엔씨소프트의 '블소모바일',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온라인 슈팅게임 '크로스 파이어' 등 국내 게임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성장을 가로막는 모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과학부도 위기에 처한 게임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규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부처간 소통은 물론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하루 빨리 부처간 협의를 통해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올바른 판단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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