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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웹젠, 김병관 의장 정계 입문 '출사표'


  • 김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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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2-02 14:20:56

    2016년 새해부터 게임산업의 최대 화제는 웹젠의 김병관 의장이었다. 게임인이 정계에 입문한 소식이었다. 그것도 당의 분열로 혼란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도 화제였다.


    웹젠의 김병관 의장은 2월 1일, 창업지원센터 디캠프 6층에서 정계 입문과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정계 입문한 사연부터 김병관 의장은 국내 게임산업의 문제점 및 게임규제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전달했다.


    먼저 K-IDEA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정기적으로 모여 개선하는 상황에 대해서 김의장은 "정확히 짚어보면 결제 한도 규제는 2000년 초반 업계 자율규제로 시작됐다. 보통 결제 행위를 규제할 때 금액으로 규제하는 경우는 도박 밖에 없다. 게임에 모든 결제 아이템이 모두 사행성 아이템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이템에 똑 같이 결제 한도 규제를 걸어 놓고 있다. 당초 도입 의도와는 다르게 들어간 부분인 만큼 사라져야 한다"고 직설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고포류’라 불리는 보드게임에 대해서 결제 한도 규제가 필요하고, 사행성 외에도 폭력성, 선정성처럼 게임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모든 게임에 걸쳐 무분별한 규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규제 방법이 잘못됐다는 생각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김병관 의장은 게임이나 IT 업계를 대변하기 위해 정계 진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하게 잘라말했다. "그럴 생각이었으면 협회나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상의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국회에 가면 업계에서는 나에게 그런 역할을 원할 것이고,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계속 관심을 갖고 해왔던 일이 게임, IT 회사 경영 등이기 때문에 국회에 진출하면 게임과 IT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웹젠의 문제가 생겼을 때 정당에 해가 될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김의장은 "개인의 문제,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문제, 업계 전체의 문제, 정치권에서의 문제, 정당에서의 문제. 이들은 모두 상충할 수 있다. 정치라는 건 이런 여러 문제 안에 들어가 다른 이해관계 집단과 대화하고 타협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며 "정말 잘못해도 비판 받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데도 사회적으로 매도당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적절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중독 문제도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게임에 대한 정치권의 미진한 이해에서 비롯돼 확대 해석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과거 PC방의 전원을 내린 뒤 화 내는 유저들을 보고 게임 때문에 이런 것이라 설명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근본적으로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김병관 의장은 게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정 기업, 개인이 잘못하면 처벌 받고 비난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인식이 부정적 편견으로 법안 발의는 산업 육성에 집중돼있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현 상태에서는 부정적인 법안이 나오기 쉽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정적 편견을 깨는 것과 산업 육성,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게임산업진흥법은 ‘게임산업규제법’이라 불리며 악명을 떨치고 있다. 대부분 게임 진흥에 관련한 내용으로 구성된 내용 자체는 괜찮은 법이지만, 자율로 이뤄져야 하는 일부 규제 법안이 부각됐다. 또, 규제 법안에 비해 진흥에 관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지 않다. 그래서 진흥법임에도 규제법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어서 "조금 다른 면에서 보면 정부에서 1인 벤처, 창조기업 육성을 강조하는 지금, 소수의 인원이 제작하는 게 가능한 게임/IT에 인원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게임 시장 상황은 소수의 인원이 모여 게임을 만들어 성공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가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답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방식으로 업계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며 "온라인게임은 기본적으로 해외 유통망이나 해외 서비스 경험이 있어 이를 살릴 수 있는데, 모바일게임은 그렇지 않다. 글로벌하게 보면 한국은 후발주자이고, 한국 게임을 갖고 해외 성공한 경험이 별로 없는 만큼, 돌파구를 찾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정부는 진흥책보다는, 업계가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율경쟁 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게임 업계는 국내 경쟁이 아니라 해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지만, 규제는 전부 국내 업체만을 대상으로 한다. 공정한 경쟁이 쉽지 않다. 일단 기본적인 규제가 완화돼야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고 대답했다.


    웹젠의 업무과 국회의원 출마를 하면 일을 어떻게 분리할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나 스스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회사라고 생각한다. 이사회 의장이지만 의장 대표는 따로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이사회에서만 일을 했었다. 또, 이사회에서 조율이 필요하거나 자회사가 아닌 부분에서 조율이 필요할 경우에만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입당한 뒤에는 시간이 없어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진 못한다. 대부분 이메일, 메신저, 전화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어 회사에 큰 지장은 없지만, 김태영 대표가 심적으로 고생이 심할 것 같다. 지분 문제는 지금 생각할 이슈는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김병관 의장은 정계 입문에 관해서도 정확한 의견을 내놓았다.

    "내가 지지해왔던 정당이 분열되는 모습이 화나고 짜증났던 것이 크다. 다른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지만, 입당까지 한 것은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장학 사업이다. 장학사업이라는 게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소외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그를 보완하기 위해 장학사업이 필요한 것이지만, 현재는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장학 사업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벤처 투자다. 지금도 투자 요청이 많지만, 내가 회사에 소속된 사람인 만큼, 회사 입장에서 투자하는 건 맞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투자하는 건 맞지 않다. 벤처 투자에 관심을 갖는 건 2000년 회사를 만들고 키워오던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때문이지만, 내가 돈을 벌기 위한 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내가 하고 싶었던 두 가지 모두 정치 활동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평소 고민한 것들에 대해 정치에 입문,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결정했다."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게임 산입 인식 변화를 위해 국회의원과 소통할 것인지에 묻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환경이다. 1월 3일 입당 후 왜 입당했느냐, 왜 더불어민주당이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12월 말 기준으로 보면 곧 없어질 정당 같은 분위기였고, 그런 걸 고민하며 당에 들어올 순 없는 상황이었다. 당에 들어와서는 비례 몇 번 뽑냐, 어떤 지역 전략 공천 받고 들어왔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나를 포함해 영입돼 들어온 대부분이 이런 걸 주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두 가지 이유라고 본다." 며 "기본적으로 정치권에서 약속하고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당의 입장에서는 영입된 이들을 최대한 많이 당선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영입된 이들을 활용할 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현재 몸으로 뛰는 게 당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몸으로 뛰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위원회에 들어가있다. 들어가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그리고 창조경제 혁신 센터에 대한 의견도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김의장은 "시챗말로 우리나라는 사람 밖에 없는 나라라고들 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이 창의성을 발현해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게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라는 말을 내세우면서 애매모호한 정책으로 구현되고, 그 의미까지 애매모호하게 변질시켰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내가 굳이 답변을 드려야 하나 싶다. 건물은 예쁘더라. 기존에 있던 유사한 센터들 이름만 바꿔서 똑 같이 운영하고, 내부 프로그램 역시 이름만 다르지 다 똑 같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에 대한 접근 방법도 잘못됐다. 단순히 공간 준다고 해서 창조적인 게 나오고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나쁘게 표현하면 보여주기식 행정이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에 문제점도 이야기했다. "오해할 수도 있지만, 나는 현재 업계에 회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권에서는 예전 만큼 좋은 인력이 많이 들어오지 않고 있고, 기존 인력 위주로 산업이 돌아가고 있다.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지만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원활하게 돌아가지만, 현재 같은 상황에서 지금처럼 많은 회사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렇게 된 데는 분위기가 변한 까닭도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게임회사 간다고 하면 “너 왜 거기가냐”이런 말은 안했는데, 요즘엔 다들 한다. 본인보다 부모가 그런 말을 하니 게임 업계에 발을 잘 안들이려는 분위기다." 며 "좋은 인력이 분산돼있으면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 기존에 만들던 이들이 계속 만들다 보니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본다. 중국이 급속 성장하는 걸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시장도 크고 자본도 많고, 규모도 크지만, 신규 인력도 큰 부분을 차지 한다. 최근 중국 업체를 만나면 CEO도, 개발자도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이 많다. 우수한 인력들이 중국의 자본과 시장을 보고 들어와 창업도 하고 게임도 만든다.산업이 잘 되려면 새롭고 우수한 인력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좀 더 한 곳에 모여 회사를 구성해야 현재 게임 업계가 가진 어려움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게임 업계는 그 동안 K-IDEA 같은 단체나 회사 마다의 대외 담당이 있어도 여러 이슈에 적극 어필하지 못한 점을 비판 받아왔다는 질문에는 "업계 대변도 어렵고, 게임도 쉽게 게임이라고 하지만 분야 별로 서로 다른 이해 관계에 있다. 모바일게임, 온라인게임, 보드 게임, 콘솔 게임 등 여러 축이 있고,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모두 의견이 다르다. 그래서 일치 된 의견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게 평소 아쉬운 부분이다. 협회 표현 방식으로는 ‘업계 큰 형님’들이 나서야 한다고 하는데, 업계를 주도해나가는 큰 형님들도 잘 단결이 안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게임 업계가 사회적으로 조용한 해결을 원하고, 큰 소리를 내면 공격을 많이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는데, 게임은 지탄받지 않은 적이 없다. 항상 어디선가 계속 공격을 받아왔다. 목소리를 일치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런 역할을 큰 형님들이 해줘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 공격이 너무 거세다보니 이를 반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업계에서 하나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개선사항도 빠지지 않았다. "실명인증, 본인인증도 큰 문제라고 본다. 이는 게임 업계뿐만이 아니라 IT 업계 전반의 문제다. 액티브X로 대변되는 문제의 기저에는 키보드 보안, 개인 방화벽 등이 함께 엮여 있다. 본인 인증만 문제인 것처럼 알려져있는데, 다 문제다. 개인한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사업자가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정책도 개선되어야 한다. 게임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가장 근본적인 법은 청소년 보호법이다. 현재의 규제도 청소년 보호위원회와의 대립에서 시작된 것이다. 청소년 문제도 사실은 업계에서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베타뉴스 김태만 (ktman21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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