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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테크놀로지의 시대, 8TB HDD의 의미는?


  • 신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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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12-02 10:02:53

    또 하나의 8TB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ard Disk Drive, 이하 HDD)가 등장했다. 지난 주말, 외신은 씨게이트(Seagate)가 보안 및 감시 솔루션에 특화된 서베일런스(Surveillance) 8TB HDD를 출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제품은 지난 11월 중국 선전에서 개최된 보안 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인 HDD로, 씨게이트는 예상보다 빠르게 제품의 출시 준비를 마쳤다.


    씨게이트 서베일런스는 단어가 가진 의미와 같이 영상보안장비를 위한 제품이다. CCTV 시스템 등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실시간 촬영하는 영상을 효과적으로 저장하는데 최적화된 드라이브로,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데이터의 쓰기 성능에 특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씨게이트 8TB HDD 라인업


    고용량 드라이브 부분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씨게이트인 것으로 보인다. 단일 드라이브로는 HGST의 10TB HDD도 발표됐지만, HDD 라인업 전체를 8TB로 완성한 스토리지 기업은 씨게이트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말, 데이터 보관에 특화된 대용량 HDD ‘아카이브(Archive) 8TB’를 발표한 바 있는 씨게이트는 최근 기업용 드라이브 ‘엔터프라이즈 캐퍼시티(Enterprise Capacity) 8TB’, 렉마운트 NAS용 ‘엔터프라이즈 NAS 8TB’, 이더넷과 연계된 오픈 스토리지용 드라이브 ‘키네틱(Kinetic) 8TB’를 동시에 발표한 바 있다.


    모두 단일 드라이브로 8TB의 초고용량을 지원하는 제품으로, 각각의 사용환경에 따라 성능상의 특징 역시 조금씩 다르다. 아카이브 8TB는 데이터의 안정적인 저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비교적 합리적 가격에 방대한 저장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엔터프라이즈 캐퍼시티는 현재 HDD 기술의 총화라 할 수 있는 제품. 진보된 HDD 기술이 총 망라된 제품으로, 가격도 비싸지만 성능과 안정성 역시 최상의 제품이라 이해하면 쉽다.


    엔터프라이즈 NAS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위한 HDD이다. 중소규모의 기업이 랙마운트 NAS를 이용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성하는데 최적의 경제성과 성능을 제공한다.


    이밖에 씨게이트는 개인용 타워형 NAS에 적합한 ‘NAS HDD’와 PC용 ‘Desktop HDD’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을 보면, 씨게이트가 타워형 NAS와 데스크톱용 8TB 드라이브를 출시하는 것 역시 초읽기 수순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타 제조사와 달리 씨게이트는 한발 앞서 전제품의 8TB 라인업을 완성하기 직전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씨게이트는 한발 앞서 완성한 8TB 라인업에 SRS를 연계하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SRS는 최근 씨게이트가 선보인 무료 데이터 복구 서비스. HDD의 레이블에 ‘+Rescue’ 로고가 붙은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데, 이상이 발생할 경우 HDD는 교체해 주고, 망가진 HDD는 네덜란드의 복구센터로 보내 별도로 복구한 후 외장하드에 담아 보내주는 서비스다.


    복구율 역시 평균 90% 이상으로 매우 높다고. +Rescue 로고가 붙은 HDD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겐 이 서비스의 1회 사용이 무료라는 점이 더 매력적이다. 백업과 데이터 복구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개인 사용자에겐 더욱 든든한 보험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 HGST의 Ultrastar 8TB 등도 시장에 출시돼 있다. 아마도 여타 스토리지 기업들 역시 새로이 열리는 고용량 HDD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8TB HDD 출시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 데이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열다


    8TB에 이르는 고용량 드라이브의 출시가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데이터에 대한 개념과 접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데이터’는 한번 사용하면 이후엔 그저 의미 없이 쌓여만 가는, 그래서 유지와 관리에 비용만 늘어가는 애물단지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방대하게 쌓인 데이터의 다양한 활용방안이 마련되며 그 가치가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PC를 통해 이루어지던 데이터 생산은 태블릿, 스마트폰 등 기기를 가리지 않게 됐으며 PC를 직접 들고 다니거나 외장하드를 이용해야 했던 데이터 이동은 발달된 네트워크를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NAS 등의 새로운 활용법으로 발전했다.


    여기에 SNS 및 퍼블릭, 프라이빗 클라우드(Cloud) 등 새로운 서비스의 대두와 함께 특정 지점에 집중적으로 데이터가 저장되고 공유되는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데이터 테크놀로지(Data Technology)’, 또는 거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빅데이터(Big Data)’ 등은 모두 이런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 데이터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큰 흐름으로 보자면, 데이터는 두 가지 측면으로 변하고 있다. 하나는 다양한 채널,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데이터에 대응하기 위해 이를 한곳에 집약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며, 두 번째는 누구나가 고품질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며 개개의 데이터 자체가 거대해지는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PC와 몇몇 기기에 집중됐던 데이터의 생산 도구가 다양해졌고, SNS와 클라우드 등 데이터의 생산기법 역시 변화했다. 여기에 콘텐츠의 품질이 급격히 높아지며 데이터의 덩치도 덩달아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들은 필연적으로 데이터의 생산과 저장이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에 막대한 저장공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8TB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용량의 HDD가 시장에 등장하게 된 것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너무도 자연스레 이르게 되는 귀결이라 할 것이다.


    ◈ 정보화 시대를 넘어 ‘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로


    PC나 NAS 등을 제외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생산하고 공유하는 데이터의 핸들링은 서비스의 운영주체로 넘어간 상태다. 때로는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주지만, 이런 흐름은 때로 우리가 무의식 중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지 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SNS를 통해 손쉽게 풀HD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본다면, 전 세계의 사용자가 이렇게 만들고 공유하는 데이터의 양이 어마어마할 것임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연합(BSA)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 세계에서 생산된 데이터의 양은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데이터의 90% 이상이라고 한다. EMC와 IDC가 공동 진행한 ‘Digital Universe of Opportunities’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가 만들어낸 데이터는 4.4조 기가바이트(GB)인 반면, 2020년엔 이보다 열 배 증가한 44조GB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수치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필자 역시도 딱히 형용할 방법이 없다. 그저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고, 우리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


    이런 데이터는 그저 엄청난 저장공간을 필요로 하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를 잘 분석하고 정리하면 거대한 흐름을 미리 파악하는 중요한 리소스가 되기도 한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 회장은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넘어 세상은 ‘데이터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데이터가 통합되는 시대, 그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시대가 변화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셈이다.


    ◈ 다른 한편의 고민, 스토리지


    이렇게 폭증하는 데이터는 기업에게도, 개인에게도 ‘저장과 활용’이라는 어려운 고민거리를 안겼다. 더구나 사회 구석구석을 넘어 세상 그 자체가 디지털화 되고 있는 현재에 이르러 환경에 따라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라면 전문가가 이 문제를 관리하겠지만, 소규모나 개인 사용자에게 이는 생각만큼 쉽고 간단한 문제는 분명 아닐 것이다.

     ▲ 새로운 데이터 저장 및 활용 기법으로 NAS가 주목 받고 있다


    예컨대, 최근 사회적으로 그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CCTV 시스템은 여러 대의 카메라가 끊임 없이 고화질 영상을 촬영한다. 상황에 따라 수십 대의 카메라가 촬영하는 고화질 영상을 무리 없이 저장할 수 있으려면 CCTV 시스템에 적용되는 스토리지는 그만큼 쓰기 성능에 최적화 되어야 하며, 동시에 고화질 영상을 능히 담아낼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용량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높아지고 있는 디스플레이 해상도 역시 개인 사용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스토리지가 필요할 것이란 암시를 던지고 있다. 빠른 성능으로 무장한 SSD가 OS를 구동하는 주력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아직 SSD의 용량이나 가격은 HDD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흔히 사용되는 풀HD 영상을 한 시간 가량 만들면 용량은 무려 670GB에 달한다. 여기에 빠른 프로세서와 고도의 압축기술을 통해 약 25GB 수준으로 줄여놓은 것이 우리가 PC 등에서 사용하는 영상파일이다.


    그런데, 최근 주목 받고 있는 UHD(Ultra High Definition)는 기존 FullHD 해상도의 4배에 달한다. 여기에 32bit 컬러를 적용할 경우, 고작 한 시간 가량의 영상을 저장하는데 무려 2.7테라바이트(TB)의 공간이 필요해진다.


    어떤 코덱과 어느 수준의 해상도, 어느 수준의 화질열화를 감내하느냐에 따라 용량의 차이는 크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미 거대해진 덩치는 기존의 스토리지로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한 수준임엔 변함이 없다.


    ◈ 8TB 전쟁은 시작됐다


    각종 콘텐츠의 덩치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8TB의 엄청난 용량은 개인 사용자 차원에서는 실감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쉽사리 구매를 결정하기에도 다소간의 부담이 따르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런 대용량 드라이브에 목매는 이유는, 기업을 중심으로 대용량 드라이브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수백 개의 HDD를 운영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대용량 드라이브로 구성된 스토리지 솔루션은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며, 미래의 확장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같은 데이터의 추세는 조금 작은 규모의 기업으로, 그리고 개인 사용자에게로 빠르게 전파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실감하지 못하는 사이, 스토리지 시장은 이미 8TB를 비롯한 대용량 HDD를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HDD는 동그란 원판에 데이터가 저장되고, 위를 이동하는 헤드가 읽고 쓴다


    스토리지 기업들은 이렇듯 새로이 열리는 고용량 스토리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이다. 정체를 맞을 것만 같았던 용량은 데이터의 저장밀도를 높이는 갖가지 기술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효과적으로 극복되고 있다.


    일단 기선은 씨게이트가 잡은 느낌이다. HDD를 만들어내는 뉘라서 이 시장을 포기하고 싶겠는가? 이제 새로운 국면,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데이터를 갖고 고용량 드라이브 전쟁이 바야흐로 막을 올리려는 시점이다. 8TB HDD는 아마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베타뉴스 신근호 기자 (danielbt@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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