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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메이플스토리2’ 김진만 디렉터 “이용자 모이는 놀이터 같은 게임”


  • 서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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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6-23 12:07:45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이 즐겨본 온라인 게임이 있다. 넥슨의 대표작 ‘메이플 스토리’다.

     

    이 게임은 1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비스 되면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신화적인 기록들을 써내려왔다. 화려한 기록들이 많지만 일부만 따져도 눈부시다.

     

    ‘메이플 스토리’ 10주년 당시 넥슨이 발표한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누적 회원 수는 1800만명 이상, 국내 최대 동시접속자 수 62만 6,000명이다.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한 명 이상이 ‘메이플 스토리2’ 를 즐겼다는 이야기다. 10대 청소년에 국한하면 10명 중 한 명 꼴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될 뻔했던 한국 온라인 게임을 세계에 알린 것도 ‘메이플스토리’의 공이라 할 수 있다. 유럽 49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60개국에 수출돼 ‘게임한국’의 이름을 알린 장본인이기 때문.

     

    이런 위업을 이어가기 위해 넥슨은 지난 2013년 11월 야심차게 준비한 후속작 ‘메이플 스토리2’를 공개했다. 당시 소문만 무성했던 ‘메이플 스토리'의 후속작이 공개되자 업계와 게이머들의 눈길은 모두 ‘메이플 스토리2’에 쏠렸다.

     

    너무 많은 기대를 얻은 탓일까. 넥슨은 ‘메이플 스토리2’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지 않아 원성을 샀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이야기가 돌 무렵, ‘메이플 스토리2’는 상상이상의 작품성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귀여운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캐릭터 생성 시스템과 큐브를 기반으로 한 하우징 시스템, 아기자기한 액션 속에 숨어있는 감칠맛 나는 액션까지 모든 면이 완벽해 보였다.

     

    이런 ‘메이플 스토리2’가 오는 7월 7일 정식 서비스를 진행한다. 예초 777명을 초대하는 초대형 오프라인 이벤트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취소됐지만,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겨 화려한 데뷔전을 치룰 예정이다.

     

     

    “공개 테스트(이하 OBT)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덤덤해요. 지금 바람은 큰 사고만 없으면 좋겠습니다.”

     

    ‘메이플 스토리’의 아버지 김진만 디렉터는 덤덤한 목소리로 ‘메이플 스토리2’ OBT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1998년부터 게임밥을 먹은 자신감 때문일까. 인터뷰가 시작됐지만 김 디렉터는 긴장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메이플 스토리’, ‘퀴즈퀴즈’, ‘텐비’ 등 국내 게임산업의 획을 긋는 작품들을 만들어온 자신감 덕으로 보였다.

     

    “열심히 준비한 작품인 만큼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돼 아쉽습니다. ‘메이플 스토리2’가 유저와 친근한 운영을 생명으로 삼은 만큼, 준비를 많이 했었지요. 저 뿐만 아니라 사업팀이나 운영팀도 마찬가지 심정일 겁니다.”

     

    김 디렉터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이용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이벤트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가책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 디렉터는 “비록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는 없게 됐지만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겨 이벤트를 반드시 진행할 것”이라며 “행사는 축소됐지만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진화하는 ‘메이플 스토리2’, 아직 보여줄 것 많아

     

    공개 테스트를 앞둔 작품이 있을 때마다 완성도가 궁금해지는 것은 비단 업계인 만은 아닐 것이다. 게임을 총괄하는 디렉터가 그린 큰 그림이 작품에 온전히 담겨있길 바라는 게 이용자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사람의 꿈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는 이유도 한 몫 한다. 게임의 운명을 총괄하는 디렉터의 비전과 어깨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완성도를 수치하해서 따지기는 힘듭니다. ‘메이플 스토리2’ 뿐만 아니라 많은 작품들이 준비했던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부품들을 준비하고, 이를 조립하면서 점차 실체를 갖기 때문이지요. 현재 상황은 이런 부품을 준비하는 작업이 대부분 끝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김 디렉터는 ‘메이플 스토리2’의 완성도를 수치화하는데 난색을 표했다. 워낙 규모가 큰 작품인 만큼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가 큰 그림을 위한 부품을 완성하는데 집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과제는 테스트를 통해 도출된 데이터와 콘텐츠들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것입니다. 작품의 특징인 UGC(User Generated Contents, 이용자 제작 콘텐츠)도 내부적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고 있지만, 전작이 대중적으로 히트한 작품이다 보니 접근성과 난이도를 낮추는데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는 작품의 대한 애정과 자신감과는 별개로 콘텐츠에 대한 평가에는 박했다. 그의 기준으로는 아직 초기단계인 ‘메이플 스토리2’가 자칫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서였다. 아직 보여 주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혹여 방해가 될까 하는 걱정이었다. 현 단계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 적용돼 있지만, 더 좋은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싶다는 욕심은 사그라들지 않는 듯 그의 머릿속에는 인터뷰 중에도 아이디어가 샘솟는 중이었다.

     

    ◆UGC에 대한 우려, 원칙과 운영으로 푼다

     

    ‘메이플 스토리2’의 공개 테스트의 돌입하면서 그의 걱정은 UGC에 대한 규정에 쏠렸다. 저작권 침해가 사회적 이슈로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다른 게임과는 다른 빡빡한 규정을 적용해 이용자들의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

     

    이에 대해 김 디렉터는 “지적재산권 관련 조항이 꽤 빡빡한 상태지만 완화할 계획은 없다”며 “이용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한 사람의 콘텐츠 제작자로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못 박았다.

     

    게임 속 세상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만큼 빡빡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이용자들과의 소통의 끈도 놓치는 않았다. 김 디렉터에 따르면 ‘메이플 스토리2’는 정기적인 이용자 콘테스트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예정이다. 아직 상품이나 포상은 결정된 것이 없지만 반드시 콘테스트를 진행하겠다는 게 김 디렉터의 의지다.

     

    UGC 저작권과 권리침해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자, 비공개 테스트(이하 CBT) 당시 이용자의 불만이었던 UGC 제작 난이도에 대해 궁금해졌다. 복잡한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UI)를 사용한 만큼 쉽게 수정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용자 분들의 수준이 ‘메이플 스토리1’ 서비스 때보다 많이 올랐습니다. 온라인 게임과 컴퓨터에 대한 이해도가 차원이 다르죠. ‘메이플 스토리2’가 빈말로도 쉬운 게임이라 할 순 없지만 UGC를 이용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지는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테스트에서 나타난 ‘메이플 스토리2’의 UGC 기능은 3D 제작툴이나 기타 편집프로그램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유자재로 작품을 만들기는 힘든 수준이었다. 김 디렉터와 ‘메이플 스토리2’ 제작진 역시 이 생각에 공감하며 UGC의 입문 난이도를 낮추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 뒤따랐다. 특히 가이드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을 적극 활용하고, 이용자 간의 콘텐츠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도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이용자 간의 분쟁에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확답이 돌아오지 못했다. 민감한 문제이고 걱정되는 부분인 만큼 추후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한 답변이 돌아왔다.

     

    “길드간의 전쟁이나 이용자 간의 대립 등 게임 속에서 발생하는 대립은 하나의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획일화된 대응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요. 일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정작용 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지만 이 부분 만큼은 상황에 따라 이용자와 소통하는 ‘운영의 묘’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캐주얼 RPG

     

    ‘메이플 스토리2’의 캐릭터는 전작과 같이 3등신이다. 큰 머리, 작은 몸통, 짧은 다리, 더 짧은 팔. 흔히 SD캐릭터라 부르는 그 모습이다. 캐주얼 RPG를 표방하는 작품에서는 흔한 표현이 됐지만, ‘메이플 스토리1’ 당시에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이런 모양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열혈강호’와 같은 타사 작품들이 정식 후속작에서 SD캐릭터를 포기하고 8등신의 매끄러운 캐릭터를 선보였을 때 김 디렉터의 생각은 어땠을까.

     

    “‘메이플스토리’는 정형화되지 않은 게임이지만 귀여운 캐릭터의 엉뚱한 액션과 기가막힌 기발한 콘셉트가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이 매력을 놓치 않기 위해 ‘메이플스토리2’ 역시 SD캐릭터를 택했지요. 단,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로 캐주얼 적인 느낌을 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아도 섹시할 수 있다! 성인 이용자도 만족할만한 어른스러움을 뽐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메이플 스토리2’에는 SD캐릭터라 생각할 수 없는 색기를 뿜어내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국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바니걸’과 ‘아이돌 혁이’와 같은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메이플 스토리2’의 진가는 전작을 즐긴 유저들만 느낄 수 있는 것일까. 김 디렉터는 단연코 아니라고 확답했다. 일부 세계관이 이어져있지만, 전작을 플레이 하지 않은 이용자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메이플 스토리2’가 서비스를 한다고 ‘메이플 스토리1’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습을 그려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있어 스토리를 잇는 작업이 힘들다고 봅니다. 하지만 ‘메이플 스토리’의 이름을 단 두 작품이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만큼 앞으로 공통분모를 찾고,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김 디렉터는 ‘메이플 스토리2’라는 도화지 위에 이용자들이 그릴 작품을 상상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특별한 약속 없이도 놀이터에서 친구를 만나고, 또 친구가 된 것처럼 ‘메이플 스토리2’ 역시 하나의 놀이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고, 또 앞으로 노력 할 테니 이용자 분들의 많은 조언 부탁합니다. 언제나 귀를 열어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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