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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려주지 않던 하드디스크 이야기 ③ - 작동환경과 하드디스크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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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1-09 17:38:40


    하드디스크는 우리가 PC에 흔히 쓰는 데스크톱 드라이브와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서버나 데이터센터 등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드라이브로 구분된다. 이 중 엔터프라이즈 드라이브는 높은 성능, 상시 동작해야 하는 환경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하기에 그만큼 높은 수준의 기술과 제품 완성도를 요구 받는게 사실이다.


    시대는 변했다. 기존의 라인업으로는 다변화된 시장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개인이나 기업 내부 차원에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회의 위험한 부분을 24시간 감시하는 CCTV는 1분 1초도 쉬지 않고 세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 고가의 엔터프라이즈 드라이브를 사용하기엔 비용의 제약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개인 사용자의 사용 패턴에 맞춰 개발된 데스크톱 드라이브를 사용하기에는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소비자는 NAS를 이용한 개인 클라우드 구성이나 DVR 시스템 구축에 별다른 고민 없이 데스크톱 드라이브를 채용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드라이브의 엄청난 가격이 뇌리에 박혀있다면, 이 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실상 하드디스크 제조사들은 달라진 시장환경에 맞춰 최고의 비용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도 말이다.


    제조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하드디스크 제조사들은 사용자 환경에 맞는 제품을 이미 선보이고 있다. 씨게이트의 NAS HDD나 서베일런스(Surveillance) 시리즈, WD의 클라우드 시리즈 등의 제품은 바로 이런 환경을 위한 제품인 셈이다. 엔터프라이즈 드라이브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사용환경에 맞는 수준의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제품 말이다. 그렇다면 구분할 방법도 있지 않을까?



    ● 7,200rpm? 5,400rpm? 회전속도와 성능은 비례하지 않는다? - 흔히 우리는 하드디스크의 성능은 내부의 플래터 회전속도에 비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디스크의 분당 회전수(revolution per minute)는 오랜 시간 하드디스크의 성능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7,200rpm의 회전속도를 가진 하드디스크는 5,400rpm으로 회전하는 하드디스크보다 빠르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의 PC 매장에서도 회전속도가 빠른 제품이 더 빠르다고 설명하는게 일반적이다.


    과거 저장장치의 역할은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읽는 write/read, 두 가지에 불과할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시스템에서의 하드디스크는 이미 저장된 데이터를 가공해 필요한 것을 추출하자는 2차 목적도 달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컴퓨팅 환경은 데이터의 크기와 양까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빠른 속도가 아닌 높은 효율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1대의 하드디스크가 단독 해결해야 하는 용량을 넘어 네트워크 스토리지(NAS) 같은 전문장비의 쓰임새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 기업용 하드디스크는 태생이 다르다? - 저장장치에서 중요한 부분은 수명.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수명이 다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크다. 이런 것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저장장치는 평균 고장 시간(MTBF)를 표기하고 있다. 대개 고성능 기업용(엔터프라이즈) 하드디스크는 100만 시간 이상의 MTBF를 갖는다. 이를 토대로 1년을 시간으로 환산해 계산하면 114년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1년 – 8,760시간)


    이는 적어도 114년 간은 불량이 없어야 한다. 이렇게 견고하고 튼튼한 제품을 쓰지만 현실에서는 문제가 생겨 데이터가 손상됐다 주장하는 사례가 많다. 왜일까? 이는 MTBF가 단순히 제품 자체만을 보고 산출한 것이 아닌, 앞서 언급한 MTBF의 평균 고장 시간이라는 의미에서 결과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MTBF는 내구성보다 제품이 얼마나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생산됐는지를 의미하는 숫자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1,000개의 하드디스크를 1년간 썼는데, 이 중 15개가 고장 났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하드디스크의 MTBF는 (1,000개 x 8,760 시간 / 15 = 58만 4,000 시간)이 된다. 이런 계산을 통해 MTBF가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MTBF는 하드디스크 자체의 기대수명이라기 보다 신뢰도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24시간, 7일 상시 동작이 요구되는 환경이라면 이런 MTBF가 긴 기업용 또는 서베일런스(Surveillance), NAS와 같은 전용 라인업의 하드디스크가 적합하다는 말이다.



    ● 저장 용량 같아도 다른 기업용 하드디스크 – 동일한 저장공간을 가진 하드디스크라도 엔터프라이즈와 가정용 데스크톱 하드디스크는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모터의 내구성과 데이터 밀도, 발열과 진동, 소비전력, 신뢰성, 가격 등이 일반 데스크톱 제품보다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동시에 이들 특성은 저장장치의 총체적 성능 발휘와 내구성, 안정성 그리고 신뢰성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먼저 엔터프라이즈 제품은 같은 용량이지만, 사용하는 플래터의 수가 일반 제품보다 많다. 이는 플래터의 밀도를 의도적으로 낮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플래터당 기록할 수 있는 데이터의 밀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씨게이트의 경우, 수직 자기 기록 기술(PMR)에 이어 기와형 자기 기록 기술(SMR : Shingled Magnetic Recording)을 도입한 드라이브를 세계 최초로 출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 대비 최대 25%까지 용량이 확대됐으며, 동시에 GB 당 비용을 최저로 낮출 수 있었다. 최근에는 가열 자기 기록 기술(HAMR : Heat Associated Magnetic Record)의 등장으로 더 큰 용량의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드디스크의 헤드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플래터에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읽어오는 역할을 한다. 플래터의 밀도가 높아질 수록 헤드의 동작 또한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플레터 한 장으로 구현 가능한 최대 용량을 할당하지 않고, 'Servo Data'라 불리는 데이터 위치 정보 공간에 할애해 신뢰성을 높였다.


    엔터프라이즈 제품은 구동 환경도 가혹하다. 24시간 주 7일 연속동작을 기준으로 제품 설계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하루 8시간 동작에 주 5일 동작한다는 가정하게 설계되는 일반 데스크톱 저장장치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최근의 스토리지 환경은 평균 5대 이상의 하드디스크가 RAID와 같은 방식을 통해 유기적으로 결합, 동작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진동에도 대비해야 한다. 단일 구성이라면 작은 진폭에 불과하지만, 다수의 하드디스크가 복합적으로 동작하는 스토리지 시스템 같은 장비에서 발생하는 진폭은 프레임을 타고 증폭되면서 결국에는 안정성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문제로 확대된다. 같은 용량의 제품이라도 분당 회전수(RPM)가 높은 하드디스크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월등히 크며, 엔터프라이즈 제품보다는 일반 제품에서 더 큰 진동이 발생한다.




    동시에 진동은 발열을 수반한다. 발열이 많은 장비는 전력 소모의 증가를 일으킨다. 시작은 작은 문제였으나, 결국은 성능저하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한다. 위의 이미지는 일반 데스크톱 하드디스크(좌)와 엔터프라이즈 하드디스크(우)가 작동한 상태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육안으로 확인해 보면 일반 하드디스크가 발열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서버나 NAS시스템, 그리고 보안관제 등 데이터 신뢰성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환경이 신뢰성이 검증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충격에도 강하다. 일반 데스크톱 하드디스크에 장착된 모터는 중력이 향하는 바닥을 기준으로 여러 장의 플래터가 고정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기본적으로 1개의 하드디스크가 단독으로 사용되는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이 이뤄지기에 제품 본연의 진동만 발생할 뿐, 외부의 영향이 없어 비용 대비 효율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


    엔터프라이즈 하드디스크는 위와 아래 모두 모터가 장착돼 플래터를 단단하게 고정한다. 이는 진동이 발생해도 성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설계이며, 모터가 정교하게 제어해 제품의 신뢰성을 높여준다. 적용 범위에는 플래터 위를 지나는 헤드도 포함하고 있는데, 엔터프라이즈 제품은 헤드 형태 또한 진동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플래터의 동작 반경에서 움직이도록 설계된다. 예측하지 못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헤드가 플래터를 찍어 제품이 손상될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췄다.




    하드디스크를 1~2개 장착하는 데스크톱 환경이라면 이런 차이들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정을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5개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하는 NAS 또는 DVR/NVR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면, 섀시를 통해 전달되는 엄청난 진동에 한번쯤 놀란 경험이 있을 테니까. 하물며 수십 개 이상의 드라이브가 몰려있는 전문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24시간 녹화를 멈출 수 없는 DVR/NVR 시스템이라면 이런 차이는 무시할 수도, 무시해서도 안 될 일이다.


    DVR/NVR을 타깃으로 하는 서베일런스 HDD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최상의 신뢰성을 갖춘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진동에 강한 설계의 적용, 상시적인 동작에 최적화된 알고리즘, 더 조용한 동작소음 등은 분명 데스크톱 HDD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하나의 드라이브에 문제가 생겨도 복구에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이 같은 하드디스크가 다수로 RAID 연결되는 시스템이라면, 스토리지 시스템에 발생하는 문제는 악몽이다. 어느 수준의 저장 시스템인지에 따라 선택은 갈리겠지만, PC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면, 그런 시스템에 데스크톱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치러야 할 기회비용을 상당수준 상쇄할 수 있다.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선택은 좀 더 명확하지 않을까?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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