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체육 종목화를 꿈꾸는 한국e스포츠가 승부조작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도박 및 불법 배팅 사이트들이 기승을 부리고, 돈만 좇는 영혼 없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한국e스포츠는 점차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사회적인 병폐가 국내 e스포츠를 더럽히고 있다.
 

e스포츠 승부조작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던 마모 씨가 동료 선수들에게 승부 조작을 직접 알선하고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란 실형을 선고 받았다. 프로게이머 자격 역시 박탈당했다.
 

승부조작 파문은 결국 많은 팬들을 떠나게 했고 뜨거웠던 스타크래프트 리그 열기를 서서히 떨어뜨렸다. ‘스타크래프트2’ 출시 후에도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던 한국e스포츠는 점차 그 위상을 잃어갔다.

 
하지만 잠재된 한국e스포츠 시장은 라이엇게임즈의 인기 AOS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많은 프로와 아마추어 팀이 생겨나고 한국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뒤로 물러났던 팬들이 e스포츠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줄 알았던 승부조작 문제는 ‘자살 시도’라는 끔찍한 형태로 다시 떠올랐다. 리그오브레전드 아마추어 팀인 구 ‘에이에이치큐코리아’ 소속 천모 씨가 승부조작 사실을 폭로하며 자살을 시도한 것.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지만 이 소동은 국내 e스포츠업계뿐 아니라 게임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역시 게임이 문제”라는 인식을 일반인들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한 대응책으로 선수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적어도 팀 단위로 활동하는 팀원들에게 인성 교육과 프로선수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체계이고 정기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사 역시 e스포츠를 통한 게임의 인기 상승만을 꾀할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게임 실력뿐 아니라 인격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가려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높은 상금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과도한 마케팅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비판도 귀 담아 들어야 한다.
 

앞으로도 한국e스포츠가 불법 배팅 사이트에 표적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어린 선수들도 많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탓에 단속망을 피해가기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을 종용했거나 가담한 인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절대 이뤄져서 안 되는 이유다.
 

한국e스포츠 업계에 양대 산맥인 라이엇게임즈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역시 보다 공정하게 경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선수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높아진 ‘팬심’에 어떤 식으로든 공정한 경기로 보답할 책임이 있다.
 

또한 넥슨을 비롯해 e스포츠에 발전에 참여하는 국내 게임사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대비해 사전에 예방하고, 점검이 필요하다.  넥슨도 '도타 2', '피파 온라인 3' 등 자사 리그 운영을 위해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넥슨 아레나'를 개관했다.

협회 역시 일부의 문제로 인해 한국e스포츠 전체가 멍이 드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리그 참여 선수들의 기준을 보다 높이거나, 제대로 된 정기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특히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협조를 다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어린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관람하는 e스포츠에까지 손을 뻗는 불법 배팅 사이트 운영자들의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베타뉴스 김태만 (ktman21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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