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컬럼]대한민국 국민에게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허하라


  • 김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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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4-29 13:49:27

    한국의 많은 게임 업계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있었다. 그 이름은 '한국게임산업협회'.

     

    헌데 협회 명칭 중 게임을 빼고 그 대신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를 넣기로 했단다. 이름하여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orea Internet & Digital Entertainment Association, 약칭 K-IDEA). 이름 참 길다.

     

    그 발단은 이렇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차기 회장으로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지난 2월 내정됐다. 협회장에 정치인이 내정된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에 대한 협회의 영향력 강화를 기대했다.

     

    헌데 그의 첫 행보가 바로 협회의 명칭 바꾸기다. 취임 후 남 의원읜 "협회의 이름을 바꾸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운을 띄우고는 결국 협회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협회에서는 “게임에만 한정된 소극적 산업의 미지를 탈피하고 증∙가상 현실 및 디지털 융∙복합 추세를 반영하고, 국민적 여가로 격상되는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명칭이 제안됐다”는 참으로 긴 답변을 했다. 한 마디로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명칭이 제안됐다는 거다.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는 참으로 애매모호하고 그 범위도 넓다. MP3로만 발매하는 가요 싱글 앨범이 될 수도 있고 웹툰이 될 수도 있으며 유튜브 동영상이 될 수도 있다. 마치 현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같다.

     

    게임은 그 단어 하나만으로 당당한 이름이자 문화이고 브랜드다. 해외 어디에서도 게임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곳은 없다. 게임 회사가 그렇고, 미국, 유럽, 중국, 대만 등 전 세계에서 열리는 게임쇼가 그렇다.

     

    또한 게임은 엄연한 문화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자기네 분위기가 안 좋아지거나 위기가 찾아왔다고 느꼈을 때 이름을 바꾸고는 '우리는 변화했고 쇄신했다'고 하지만 결국 하는 짓은 똑같은 정당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이미 정의된 게임이라는 이름을 바꾼다고 문화적 위상이 올라가나?

     

    조선시대 허균이 쓴 '홍길동전'에서 주인공 홍길동이 겪은 가장 큰 설움은 바로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형을 형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을 가장 애달파 했다는 거다.

     

    안그래도 전 정부부터 온갖 멸시와 탄압을 받아오던 게임을 이제는 게임이라 부르지 못하고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라고 불러야 하는 이 상황은 서자라고 탄압받던 홍길동과 무엇이 다르며 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한국의 게이머,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허하라.




    베타뉴스 김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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