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인터뷰

[NDC 2013] 레드 오션을 항해하는 온라인 게임, 생존 방법은?


  • 최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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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4-25 16:26:10

     

    “신작 게임이 성공하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우리나라 시장은 기존 게임과 외산 게임이 순위권을 지키고 있고, 중국 시장 역시 몇몇 게임과 퍼블리셔가 독식하는 형태죠. 모바일 게임시장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013(NDC 13)의 2일 차 기조강연을 맡은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의 말이다. 그는 ‘차세대 게임과 한국 온라인 게임의 미래’를 주제로 키노트를 시작하며 게임 시장의 현황을 짚어냈다. 우리나라와 중국, 모바일 시장은 현재 ‘레드 오션’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우리나라 게임순위를 보면 10위권 안에 있는 게임 상당수가 서비스된 지 오래인 기존게임입니다. 순위권에 들어간 신작게임은 3개군요. 하지만 이 역시 6개월~1년 뒤에도 자리를 지킬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배재현 부사장의 설명을 들으면 신작 게임이 우리나라에서 흥행하기란 참 어렵다. 아니, 사실상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려 보인다. 외산 게임,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국내 게임시장 4분의 1을 차지하며, 장르가 다른 PC 온라인 게임의 성공은 더 어려워졌다. 배재현 부사장은 “외국에서 오는 게임은 고향에서 흥행한 생존자, 인기를 입증한 게임인 만큼 더 강력하다”며 외산 게임의 득세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대륙’으로 눈을 돌려보자. 중국은 인터넷 이용자만 5억 명. 게이머가 1억 명으로 알려진 거대한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도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배재현 부사장의 자료를 보면 중국 온라인게임 순위 1, 2위를 차지한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가 점유율 49%를 가져간다. 3위인 LoL까지 더하면 남은 시장 점유율은 40% 밑이다. 그 안에서 수많은 중국 게임이 경쟁하는 형태다.

     

     

    이러한 시장에 중국 인기 온라인 게임을 독식하다시피 서비스하는 텐센트(Tencent), ‘판호 제도’라 불리는 중국 정부의 외산 게임 수입 제한 등은 새로 중국에 진출하려는 온라인 게임의 발목을 잡는다. 텐센트와 손잡고 특별한 게임성을 자랑하지 않는 이상, 중국의 인구수만 보며 성공하길 바라는 생각은 통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가장 관심이 쏠리는 모바일 시장도 마찬가지다. 배재현 부사장은 “모바일은 신장 진입 장벽이 낮으므로 너무 많은 게임이 쏟아져 나온다”고 표현했다. 하루에 100개 이상도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신작 게임이 자신을 홍보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 또 PC게임처럼 한번 1위를 차지한 게임의 인기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레드 오션, 양산형, 카피캣, 개발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진, 개발력 없는 개발자, 전수 되지 않는 노하우, 작은 인력풀, 캐주얼 게이머의 모바일 이동, 중국의 외산 게임 규제… 배재현 부사장이 꺼내 든 현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시장의 어려움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첫째로, 세계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시장만 바라보지 말고, 처음부터 글로벌 런칭을 준비하라는 뜻이죠. 둘째는 조직과 개인의 성장입니다. 조직은 인센티브를 아까워하지 말고, 개발자의 ‘재충전’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개발자가 소모되길 바라지 않는다면요.”


    배재현 부사장이 내놓은 첫 번째 타개법은 세계 시장 공략이다. 중요한 점은 신흥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닌, 메이저 시장. 즉 미국, 유럽, 중국 등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 한글 버전과 함께 영어 버전 준비도 물론이다. 그는 또 중국 게이머가 흔히 말하는 ‘김치 게임’, 콘텐츠는 없고 ‘노가다’가 위주인 게임성도 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분 유료화의 개선도 필요하다. 배재현 부사장은 “과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에 참석하면 아시아권, 특히 우리나라의 부분 유료화 시스템을 분석해 발표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게임과 잘 결합한 유료화 모델을 내놓는다”고 강조했다. 게임성을 침해하지 않는 유료화 시스템.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조직과 개인의 성장에 관해 의견을 내비쳤다. 회사는 인센티브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고, 직원은 리스크 분담은 잊은 채 무조건 인센티브만을 바라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재충전’. 배재현 부사장은 “과거 패키지 게임은 출시 뒤에 개발자가 4~6주는 쉬었지만, 온라인 게임은 오히려 게임 출시 뒤에 더 바빠진다”며 “게임 서비스가 길어질수록 더 그 게임에 오랫동안 매달리는 상황에서, 사람은 점점 소모된다”고 강조했다. 쉴 틈 없는 그 호흡이 아쉽다는 뜻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배재현 부사장은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를 인용해 현 게임 업계를 위한 조언을 하나 덧붙였다. 붉은 여왕 효과란 어떤 대상이 진화해도 주변 환경이나 경쟁 대상이 더 빠르게 진화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원리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말에서 비롯된 이론이다.


    배재현 부사장은 위 붉은 여왕 효과를 설명하며 “우리가 정말 열심히 뛴다면, 진화는 못 하더라도 ‘생존’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베타뉴스 최낙균 (nakkoon@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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