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기자수첩] 획일화되어 가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 박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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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3-13 19:17:15

    그동안 게임 시장은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도트 그래픽이 당연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런 그래픽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게임의 그래픽도 이제는 사진인지 게임 화면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

     

    또 게임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80년대에는 오락실과 비디오 게임이 성행했던데 비해, 요즘 게임 시장을 보면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지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폭발적인 신장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전화는 기본, 인터넷부터 은행업무, 동영상과 음악 감상까지 다양한 작업을 손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PC의 사용빈도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며, 이는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큰 태블릿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그 양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휴대용 게임기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그래픽과 게임성을 갖춘 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 이용자가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어 점점 모바일 게임 시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일부 모바일 게임은 종전 PC나 비디오 게임기로 출시됐던 대작 게임을 이식해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국내 게임 시장 역시 모바일 쪽의 비중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 기기 사용자가 많아진 국내 시장은 게임은 무료로 즐길 수 있고, 그 안에서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는 형식인 ‘인앱 결제(부분유료화)’ 게임이 많아져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게임을 접하는 경제적인 진입장벽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 국내 모바일 게임 신작 중 카드배틀과 SNG, 퍼즐 장르 외의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국내 자체 개발 모바일 게임이나 퍼블리싱 게임의 경우 대부분 카드배틀과 SNG 장르의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알찬 구성의 게임들도 많지만, 이런 게임들이 범람하고 있어 다른 장르의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 개발사의 경우 레이싱부터 액션, FPS 등 다양한 장르의 완성도 높은 게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 비해, 국내 개발사나 퍼블리셔의 경우 최근 출시되는 신작 중에서는 카드배틀이나 SNG가 아니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이 사실이다.

     

    퍼블리싱 게임인 엑토즈소프트 ‘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JCE의 ‘룰 더 스카이’를 비롯해 컴투스 ‘타이니팜’, 선데이토즈 ‘애니팡’ 등으로 대표되는 카드배틀이나 SNG, 퍼즐 게임은 지금도 꾸준히 새로 출시되고 있다. 또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의 대부분이 라이트 이용자를 위한 게임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런 카드배틀이나 SNG, 퍼즐 게임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충분히 재미를 주는 게임도 어렵잖게 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획일화는 장기적으로 봤을 땐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임의 장르가 편중되다 보면 다른 장르의 게임에 대한 개발 노하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국내 모바일 게임을 보면 어딘가 해외 게임과 유사점이 많은 게임도 눈에 띈다.

     

    이렇게 국내 모바일 게임의 장르가 편중되고 다른 게임과 유사점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모바일 게임의 인기 주기가 보통 한 달에서 길면 세 달 정도이기 때문이다. 짧은 개발기간을 거쳐야 하는 국내 개발 환경에선 다양한 기획이 나오기 힘들고,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때문에 인기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거나 퍼블리싱하는 편이 쉽고 빠르기 때문에 다른 게임의 장점을 추려 게임을 개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 터치 액션을 제대로 살린 게임 중 하나인 언데드슬레이어

     

    그렇지만 이런 카드배틀과 SNG의 홍수 속에서도 신선한 게임도 보인다. 하이디어의 ‘언데드슬레이어’는 터치로 조작하는 액션을 잘 살린 게임으로 시원시원한 타격감과 간단한 조작으로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는 타이틀이다. 뿐만 아니라 4:33 스튜디오의 ‘활’은 제목에서처럼 활이라는 소재를 잘 살린 대전 게임으로 중력 센서와 터치 조작을 통해 상대방과의 대전을 잘 표현해 신선한 재미를 준다.

     


    ▲ 터치파이터 역시 스마트폰에서는 보기 힘든 대전액션 장르로 롱런하고 있다

     

    위메이드의 ‘터치파이터’ 역시 스마트폰에서는 소화하기 힘든 장르지만, 간결하고 직관적인 조작을 통해 최적화 시켰다. 게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며, 카카오를 통해 서비스되어 지인 간의 경쟁 심리를 잘 노렸다. 덕분에 출시된지 상당한 시일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즐기는 롱런 타이틀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렇게 참신한 게임을 접할 수는 있지만, 해외 게임 시장을 보면 더 다양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게임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국내 여건상 모든 게임에 공을 들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표 타이틀로 내세울만한 게임이 카드배틀, SNG, 퍼즐로 국한되는 점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국내 개발사의 역량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만큼 충분하다. 또 현재 주류인 카드배틀이나 SNG, 혹은 퍼즐이 아닌, 액션이나 레이싱 또는 FPS 장르를 개척할만한 여력이 충분하다. 당장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국산 모바일 게임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베타뉴스 박선중 (dc3000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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