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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로 불거진 위메프의 티몬 고소… 강경한 대응일까


  • 최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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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2-22 18:18:30


    사이버 명예. 만약 인터넷상에서 나에 관한 비방글을 발견했을 때 어디까지 눈감아 줄 수 있을까. 또 대응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사이버 명예훼손에 관해 생각해볼 사건이 소셜커머스 업계에 일어났다. 2월 20일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가 티몬이 ‘위키백과’에 등재된 자사 설명문을 손댄 이유로 고소장을 낸 것. 위메프는 이번 고소를 “어떤 사업분야든 정정당당히 겨룰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길 바란다는 마음”이라는 말로 심경을 드러냈다.


    사건에 관한 위메프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2013년 2월 8일 ‘위키백과 한국어판’에 등재된 ‘위메이크프라이스’에 관한 설명(정의) 글을 누군가 임의로 편집했다. 원래 ‘위메프는 대한민국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라고 쓰였던 1줄짜리 문구가 30줄에 걸친 악의적인 내용으로 탈바꿈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위키백과의 특성상 특정 용어의 편집기록과 편집자 IP주소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위메프가 후이즈(Whois)를 통해 최종편집자 IP를 추적해본 결과 그 주인이 티몬 본사로 나타났다. 만약 이번 사건이 일반인의 편집이었다면 위메프의 반응도 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대상이 경쟁업체라는 것을 확인한 위메프는 강력하게 대응했다. 위메프는 2월 20일 티몬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1항 및 2항에 따른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 최종 편집자 IP주소가 작년 11월부터 쿠팡과 위메프의 글을 편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메프는 “위키백과는 토론방과 같이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하는 공간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경쟁업체에 관한 설명글을 임의대로 작성한 것은 공개적인 사이버공간에서 상대방을 비방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라는 말로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티몬 역시 이번 사건이 자사 직원의 소행임을 인정한다는 태도다. 티몬은 “위메프 내용을 편집한 IP 주소를 확인한 결과, 티켓몬스터가 소재한 루터회관 빌딩으로 나와 있어 우리 회사 직원 중 한 명의 소행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라며 “소속된 회사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타사에 대한 그릇된 경쟁심리로 이러한 실수를 저지른 부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티몬은 위메프가 이번 사건을 고소로 대응한 것 또한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당시 편집된 위키백과 내용을 보면, 게재된 내용은 모두 언론에서 보도됐던 기사가 나열된 형식이다. 티몬은 “인터넷에서 누구나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언론기사 내용을 나열한 글에 관해 형사상 문제로 끌고 간 점은 유감스럽다”고 말한다. 허위사실을 게재하며 타사 명예를 훼손한 정도의 상황은 아니지 않으냐는 뜻이다.


    위메프의 고소는 정말 강경한 대응일까. 아마 위메프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위메프는 자신들도 해당 내용이 언론 보도된 기사임은 알지만, 그 내용이 위메프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한 적대적인 내용이라 주장한다. 편집된 글은 기사 내용만 올려진 것이 아닌 주관적인 생각도 함께 쓰였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해당 게시글에는 ‘허민 대표가 애초 빅딜 등으로 업계 무한경쟁의 시동을 걸었다’ ‘허대표가 일선으로 나섰지만 위메프가 잇따라 내놓는 것은 이른바 짝퉁 논란이었다’ ‘티몬, 쿠팡의 치열한 선두싸움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였고, 허민대표에게 이는 치욕이었다’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것에 비해 서비스 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등의 문구가 함께 적혔다. 다소 강경한 대응이라는 티몬의 의견도 이해되지만, 위메프의 호소도 귀 기울여지는 이유다.

     

    ▲ 편집됐던 위메프의 설명문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 관한 쿠팡의 입장은 어떨까? 위메프의 설명을 들어보면 쿠팡 역시 위메프를 편집한 IP주소, 즉 티몬의 IP주소로 위키백과에 쓰인 설명이 부정적인 내용으로 편집 당했다. 지난해 10월, 쿠팡이 악성 애드웨어 프로그램으로 불법 마케팅을 벌였다며 티몬이 형사 고소했던 사건을 생각하면 쿠팡의 반응이 궁금해지는 일이다.


    쿠팡의 반응은 예상외로 잠잠하다. 쿠팡 관계자는 “위키백과 임의편집 문제는 사실 작년 하반기 때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라며 “하지만 이 문제는 수면으로 드러낼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현재 법적 대응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타뉴스 최낙균 (nakkoon@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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