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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의 전자책 정액제 서비스 ‘샘(Sam)’ 새 생태계 구축할까

  • 최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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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2-21 14:35:02

    교보문고가 2월 20일 정액제 전자책 서비스 ‘샘(Sam)’과 전자책 단말기를 새로 내놨다. 연간 회원제로 전자책을 서비스하며, 책값이 비싸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를 대상으로 새 시장을 창출한다는 것. 샘은 전자책 서비스만 이용하면 1년 약정으로, 단말기를 함께 쓰면 2년 약정으로 가입할 수 있다.


    교보문고의 샘은 부담 없는 값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책 한 권 사보려면 만 원 이상은 당연한 요즘. 웬만한 전자책도 7~8천 원은 기본이다. 그에 비해 샘은 월 이용요금을 계산해 봤을 때 권당 3,000원 정도로 책을 읽을 수 있다. 1년 약정은 1달 5권씩 1만 5,000원, 7권은 2만 1,000원이다. 2년 약정인 단말기 결합 상품은 1년 약정 요금에 월 3~4천 원씩 더 추가된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샘 정액제는 이름 그대로 구매가 아닌 ‘대여’라는 사실이다. 값이 싼 대신 내려받은 책은 6개월까지 유지된다. 책 몇 권 읽기에 부족한 시간은 아닌 것 같지만, 만약 미처 책을 다 보지 못했다면 다음 달 내려받기 건수를 차감해 연장할 수 있다. 또 소장하고 싶다면 추가 요금을 내면 된다.

    ▲ 샘 정액제 이용요금 표


    교보문고의 새 사업은 얼마나 시장성이 있을까? 사실 교보문고가 그동안 내놓은 전자책 성적만 되짚어보면 장밋빛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교보문고가 밝힌 2012년 전자책 매출은 약 140억 원. 회사 전체 매출의 3%가 채 안 되는 정도다. 교보문고가 전자책 사업을 8년 동안 해왔음을 생각하면 그렇게 시장성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교보문고는 왜 전자책 사업을, 그것도 단말기까지 새로 내놓으며 한 번 더 힘줬을까. 이 답은 세계 전자책 동향에서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세계 전자책 시장 현황과 이슈 분석’을 보면, 전자책의 미래는 나쁘지 않다. 비록 2011년은 그 전년보다 시장 규모가 1.3% 줄어들었지만,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전자책 시장은 2011년 55억 달러에서 연평균 30%씩 성장해 2016년에는 208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6년엔 세계 출판시장에서 전자책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7.9%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교보문고 또한 지금까지는 전자책 사업이 제힘을 못 냈지만, 앞으로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것 같다. 세계 전자책 동향을 봤을 때 끝까지 투자해야 할 사업이라 여긴 것은 아닐까. 교보문고는 “올해 샘 회원 수 13만 명 확보가 목표다”며 “만약 이를 달성하면 올해 샘 사업으로만 매출 230억 원을 낼 수 있다”는 말로 포부를 드러냈다.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확실히 이번에 내놓은 샘 사업은 그간 전자책의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부분을 착실하게 다듬었다. 전자책은 그동안 준수한 단말기가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는데, 이번에 아이리버와 합작한 샘 단말기는 성능이 제법이다. 1,024X750 해상도, E-ink사의 XGA급 패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가벼운 무게 등 하드웨어 성능을 끌어 올렸다.


    제일 중요한 파일 포맷 지원 역시 만족스럽다. 현재 전자책은 ‘이퍼브(ePUB)’ 포맷이 중심을 이루지만 PDF, 이미지 파일 형태로도 나온다. 샘은 위 3개 포맷은 물론 파워포인트와 액셀 등 오피스 파일도 읽는다. 또 JPG, BMP, PNG등 이미지 파일과 ZIP, RAR 등도 읽어 코믹뷰어로도 쓸 수 있다.


    샘 단말기의 값은 14만 9,000원. 전자책 서비스와 결합한 24개월 약정을 맺으면 최대 8만 9,000원이 할인된다. 약정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괜찮은 값이다. 교보문고는 “샘 단말기 원가는 개발비를 포함하면 40만 원쯤이지만, 가격 부담을 덜고 소비자를 확보한다는 의도로 약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값 격으로 운영되는 정액제 서비스와 값싸고 질 좋은 단말기. 신규 회원은 물론 기존 회원도 쭉 전자책 구매를 유도할만한 전략이다.


    하지만 꽤 정성 들인 샘 사업도 해결할 문제는 남았다. 아직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 현재 샘은 교보문고의 전자책 13만 권 중 단 1만 7,000권 정도가 정액제로 서비스될 뿐이다. 교보문고의 설명을 들어보면 출판사 2,300여 곳 중 정액제 서비스 계약을 맺은 출판사는 230곳이다. 위즈덤하우스, 길사, 웅진씽크빅, 다산북스, 북이십일 등 주요 출판사는 품었지만, 전체를 놓고 봤을 땐 출판사도 책도 10%에 불과하다.


    콘텐츠 확보는 중요한 문제다. 소비자가 언제나 원하는 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할 수 없다면 매력이 떨어진다. 혹시나 샘과 계약한 출판사가,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등은 전자책으로 내놓지 않고 한물간 책만 서비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잘 팔리는 종이책을 반값도 안 되는 정액제 전차책으로 내놓긴 아쉽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교보문고는 이런 우려도 모두 계산했다고 답한다. 샘 판매액 정산법 덕에 좋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판매액 정산법의 골자는, 만약 출판사가 샘에 내놓은 전자책이 내려받기 0을 기록하면 정산 금액도 0이다. 곧, 출판사가 샘에서 수익을 내려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등 킬러 콘텐츠가 될만한 책을 아낌없이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월초 한국출판인회의와 불거졌던 불협화음도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풀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샘 서비스에 관한 출판인회의의 우려 성명서를 확인했다”며 “업계가 상생하는 길을 찾기 위해 출판계와 계속 소통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 배분 구조 등을 출판사와 협의하고, 기존과 다른 정액제 서비스의 장점을 알려 출판사 계약을 확대한다는 다짐이다. 현재 출판인회의에 속한 몇몇 출판사 또한 샘에 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였음을 생각하면 분위기가 어둡지 않다.


    교보문고의 새 전자책 사업 ‘샘’. 전자책 시장에 그리는 큰 그림만큼 독보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뛰겠다”는 교보문고의 다짐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나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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