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집토끼와 산토끼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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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10-29 09:50:22

    어디서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흔히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표현이 있다. 두 가지 목표를 이룬다는 뜻이다. 많고 많은 동물과 사냥감 가운데 왜 꼭 토끼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아주 흔히 쓰이는 관용적 표현이다.

     

    윈도우 8이 나왔다. 관련한 행사도 다양하고 윈도우 8을 쓴 PC도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전 세계 PC 판매 1위로 등극한 레노버의 요가나 태블릿 PC의 장점을 모두 살린 삼성 아티브 (ATIV) 등, 독특한 컨셉으로 무장한 신제품도 선보였다.

     

    애플과 구글의 엄청난 득세에도 불구하고 PC시장, 특히 기업 시장에서 윈도우와 오피스가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MS 입장에서는 여기까지는 집토끼다. 영어로는 캐시카우(Cash Cow), 주된 수익원이다.


    그런데, 이 집토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윈도우 8은 모바일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둔 운영체제다. 따라서 터치가 빠지면 뭔가 서운하다. 작은 저장장치를 커버할 수 있는 클라우드도 보강했다. 이러다보니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쓴다. 시작(Start) 메뉴가 사라졌고, 그렇게 자랑하는 메트로 UI 역시 낯설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년 초로 예정된 오피스 2013은 당연히 윈도우 8과의 연계성을 강조할 것이다. 새로운 운영체제, 새로운 오피스 프로그램이 주는 이른바 생산성 향상과 낯설음의 사이에서 고객들은 대부분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움에 적응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대안이 생겼다. 애플과 구글은 단순한 대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강력해졌다. 기존에는 반드시 PC로만 할 수 있었던 일이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반드시 PC로만 할 수 있는 일이야말로 MS로서는 핵심가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MS입장에서는 집토끼부터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MS가 새로운 운영체제를 발효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하다. 지금까지 MS가 새로운 운영체제를 선보이는 것은 PC시장에서는 빅뉴스였다. MS가 새로운 운영체제를 내놓으면서 제대로 구동되는 사양을 높여놓으면, 이에 맞물려 다양한 하드웨어가 선보이고, 새로운 PC가 줄줄이 선보이는 이른바 세대교체가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번 윈도우 8은 너무 조용하다. 아무리 세계적인 경기침체라고 해도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다. MS로서는 산토끼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즉, 잡아야할 새로운 고객은 모바일이다. 새로운 태블릿PC 서피스(Surface), 윈도우 8 태블릿, 그리고 윈도우폰이 바로 산토끼라고 할 수 있다.

     

    윈도우8의 전략은 아주 간결하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윈도우 기반 모바일 기기들을 선보이고, 이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면, 여기에 알맞은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윈도우 기반 PC 시장도 다시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른바 모바일에서 촉매된 선순환 구조다. 즉, 집토끼를 지키는 것보다는 산토끼를 잡아서 집토끼도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윈도우8은 모바일을 위한, 모바일에 의한, 모바일의 운영체제다. MS가 새롭게 운영체제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썰렁한 분위기인 것도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문제는 이미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익숙해진 고객들 손에 윈도우 폰과 서피스를 어떻게 쥐어주는가 하는 점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오피스 2013이 선보이기 전까지 MS는 직접 또는 협력업체를 통해 다양한 모바일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제품들에는 한결같이 윈도우 8이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윈도 우8의 진정한 출시는 지금이 아니라, 서피스가 나오고 윈도우폰이 나오는 바로 그 시점이다. 그때쯤이면 집토끼를 잡았는지, 산토끼도 잡았는지, 아니면 둘 다 놓쳐버렸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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