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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래픽카드 업계의 동상이몽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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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8-20 09:45:41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그래픽칩셋 제조사는 다름 아닌 인텔이다. 예전에는 칩셋에, 요즈음에는 CPU에 그래픽카드 코어를 담아 같이 팔기 때문이다. 흔히 내장 칩셋이라는 이름으로 낮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굳이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만한 것도 찾기 힘들다.

     

    얼마 전 미국 시장 조사기관인 JPR(Jon Peddie Research)이 발표한 2012년 2분기 그래픽 시장 점유율과 출하량 결과를 보면 이런 인텔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공고해지는 듯하다. 인텔은 데스크탑에서 13.6%, 노트북에서는 3.8%의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누구나 짐작하듯 선수는 주력 제품인 샌디브릿지가 많이 팔렸고, 여기에 그래픽칩셋이 같이 포함된 까닭이다. 경쟁사인 엔비디아는 주로 노트북 외장 분야에서 6%, AMD는 외장 데스크탑에서 2.5%가 늘어났다.

     

    이를 전체 그래픽카드 시장으로 보면 인텔이 62%로 지난 분기 대비 약 2.9%가 늘어났고, AMD는 22.7%로 2.5%가 줄었다. 엔비디아는 14.8%로 0.3%가 줄었고, 아직도 그래픽카드 사업을 하고 있는 비아는 시장 점유율 0.5%로 0.1%가 줄었다. 왕년의 명가 매트록스는 0.04%로 0.04%라는 의미 없는 숫자 변화가 있었다. 결국 인텔만 늘고 다른 주요 GPU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은 줄었다.

     

     

    물론 앞서 설명한대로 인텔의 그래픽은 굳이 이를 포함시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성능도 뒤처지는데다가, 소비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판매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그래픽에 무게 중심을 두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실상 그래픽카드만 따로 파는 것은 포기한 인텔이 이른바 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그래픽 기능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CPU 연산 성능 면에서 별다른 개선이 없기 때문이다. 미세공정을 비롯해 이런 저런 기술을 담았지만, 기존 1세대, 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비해 성능은 별다를 것이 없다보니 새로운 이름으로 선보이는 프로세서의 성능 홍보용으로는 그래픽 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 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그래픽 성능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라갔다. 다이렉트X 11 기반으로 작동하며 처리 속도 또한 상당히 좋아졌다. 어지간한 3D게임은 물론, 클리어 비디오 HD, 인트루 3D 등 관련 부가 기능도 좋아졌다. 인텔이 GPU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GPU 자체보다는 CPU를 팔기 위함이 강하다.

     

    반대로 CPU보다 GPU가 낫다고 평가받는 AMD는 입장이 사뭇 다르다. 인텔 코어 프로세서에 대응하는 AMD 트리니티는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프로세서 성능은 20% 정도 좋아졌지만, 그래픽 성능은 무려 50% 정도 빨라졌다. 대부분이 평가하듯 그래픽이라는 부분만 떼어서 본다면 인텔 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훌쩍 앞선다. 이는 ATI에서 이어온 전통의 기술이 녹아있는 까닭이다.

     

     

    AMD의 고민은 반대로 CPU 성능이 그닥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GPU를 앞세운다. 인텔과는 비슷한 듯 하지만 사뭇 다른 발걸음이다. 그래픽이 빠르면 컴퓨팅이 빨라진다는 그들의 광고속에서는 그런 아쉬움이 녹아있다. 물론 값은 좀 낮췄다.

     

    한국시장만 본다면 얼마 전 선보인 PC방 전용 드라이브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미 MS도 사실상 손을 놓아버린 XP에 특화된 드라이버를 선보였다. 윈도우 비스타를 거쳐 윈도우7이 사실상 지배하는 일반 PC와는 달리 아직 PC방에서는 XP 영향력이 절대적인 까닭이다. 물론 이를 통해 얼마나 PC방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보급형과 PC방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 자체는 나빠 보이지 않는다. CPU가 좀 더 강력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좀 더 근본적인 전략 수정이 있는 듯싶다. 데스크탑PC에서는 10.4%가 줄었지만 노트북에서는 19.2%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강점이던 데스크톱PC 쪽으론 신제품도 없었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그동안 약점이던 노트북에서는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이에 머물지 않고 서버, 더 나아가 클라우딩 컴퓨팅에 무게 중심을 두는 모양새다. 보통의 경우 GPU는 이름 그대로 그래픽을 담당한다. 하지만 최근 서버에 쓰이는 GPU는 좀 다르다. 흔히 말하는 범용GPU (GPGPU)가 바로 그것이다.

     

    어차피 CPU나 GPU나 연산 프로세서다. 단, GPU는 그래픽에 특화된 것이다. 하지만 GPGPU를 통해 그동안 CPU가 도맡았던 응용 프로그램들의 계산을 나눠 처리한다. 예를 들어 애플리케이션의 순차적 작업은 여전히 CPU가 맡아 처리하지만, 대용량 데이터나 단순 연산 작업은 병렬로 연결된 GPU가 처리하는 식이다.

     

    엔비디아의 이 기술은 단순히 서버에 머물지 않고, 클라우드나 가상화까지 발전한 모습이다. 케플러(Kepler) 아키텍처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 GPU기술을 최근에 공개했는데, 이를 이용하면 기업들은 가상화(VDI) 등에 이용해 경비를 줄이거나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다. 개인의 경우에는 게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클라우드 GPU 기술은 GPU 강력한 성능을 이용해서 기존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속하는 기술이다. 이미 테그라로 모바일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엔비디아의 탈 PC 전략이라고 보아도 좋다.

     

    하나 흥미로운 것은 세 회사 모두 승부처는 전통적인 데스크톱 PC 시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텔의 경우 올인원 PC와 노트북 PC이고, AMD는 역시 이와 비슷하다. PC방에 대한 강화는 한국에 국한된 특수한 상황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미 모바일을 거쳐 클라우드까지 진출한 엔비디아는 말할 필요도 없다. PC의 핵심 부품인 GPU만 보아도 이른바 탈 PC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과연 세 회사의 동상이몽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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