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공교육 스마트 교육 도입,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 윤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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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6-28 15:56:09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스마트 바람이 불면서 교육 시장에도 스마트 교육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기업 주도가 아닌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스마트 교육을 도입하고자 한다는 것 정도다.

    정부에서는 단계적으로 스마트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로드맵을 세워놓고 있다. 우선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 교과서로 대체하기 위한 법적 조치도 밟아가고 있다. 2007년부터 디지털 교과서가 시범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교과서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 받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교과서는 2014년에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초··고 전체로 확대된다.

    (정부에서는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이미지출처: 연합뉴스)

    그렇다고 해서 종이 교과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당분간은 종이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가 함께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마트기기를 확보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교과서가 원활히 서비스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정보가 인터넷상의 서버에 영구적으로 저장되고 이 정보를 각종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불러내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스마트 교육의 기본 토양이 된다. 2015년까지 투입될 스마트 교육 전체 예산 22천2815천만 원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1859억 원이 클라우드 교육서비스 기반조성에 투입되는 이유다.

    (스마트 교육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 이미지출처: 한국교직원신문)

    스마트 교육의 핵심은 '맞춤형' '자기주도형'이다. 똑같은 수준의 수업내용을 모든 학생이 일제히 듣고 똑같은 측정 잣대로 시험을 보는 교실의 모습을 바꾸자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취향과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들을 기회도 늘어난다.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게 되면 학생이 경험했던 수업 내용이 차곡차곡 저장될 수 있고 언제든지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중앙 사이트에 접속해 수업 시간에 본인이 학습했던 내용을 살펴보고 친구들과 공유함으로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까지 알 수 있다. 궁극적으로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게 목적이다.

    그렇다면 스마트 교육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을까? 스마트 교육이 굉장히 좋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초등학교부터 스마트 기기를 들고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학교에서 말이다. 유럽에서는 계산기를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사용하도록 하는데, 그 때문에 유럽 아이들은 기본적인 사칙연산이 서툰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다시 말해, 스마트 시대에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이 스마트화 될수록 인간은 단순한 바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 기기들에 지나치게 의존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만약 갑자기 그 스마트 기기들이 우리 주변에서 없어져 버린다면,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너무 일찍 시작했다면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어떨까? 디지털 교과서가 확대된다면 수업 진행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어쩌면 수업은 디지털 교과서에 맡겨놓고 학생들을 관리감독하기만 하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교사의 참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최근 교육 관련 기업에서도 스마트 교육 관련 서비스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대부분이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디지털 교과서 형태다. 한마디로 디지털 형태로 수업 내용을 구현해 놓음으로써 교사의 수업을 듣지 않아도 나중에 언제든지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공부할 수 있는 형태다. 교사들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한 학생들은 모두가 똑 같은 수업을 듣게 되는 것은 아닌가?

    이렇듯 디지털 교과서가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교사주도형 디지털 교과 서비스가 나와줘야 한다. 교사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에듀니티에서 최근 오픈한 디지털교과 오픈 플랫폼인 미디어립이 좋은 예다.

    미디어립은 KBS, MBC,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방송 콘텐츠를 이용해 스마트 교육에 필요한 멀티미디어 교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수업에 필요한 분량만큼의 동영상만 손쉽게 가져다가 편집해 자신만의 교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저작권 관련된 문제도 해결된다.

    제작된 교재는 동료 교사들과 공유할 수도 있으며 판매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 교과서 오픈 플랫폼인 셈이다. 핵심은 교사들이 자신의 관점과 인사이트를 담아 주도적으로 수업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 입장에서도 천편일률적인 수업보다는 교사의 노력이 담기 수업을 더 선호할 것이다.

    미디어립도 오픈 초기여서 아직까지 콘텐츠가 풍성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기존의 스마트 교육을 준비해 오던 정부나 교육 전문 기업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플랫폼을 어떻게 확대해 나가느냐에 따라 스마트 교육의 모습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스마트 교육 시장, 공교육 부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고는 하지만 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교사와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교사들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거나 아이들을 스마트 기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베타뉴스 윤상진 (genie.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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