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상품 써보니...] 캐논 EOS 5D Mark III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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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6-05 16:17:35

    캐논이 풀프레임 중급기로 내놓았던 EOS 5D는 시장에 많은 충격을 준 카메라다. 당시 최상위 기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자렴한 가격에 35mm 필름 감성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물을 다루는 기술도 뛰어났다. 특히 고감도 노이즈 성능에 넉넉한 화소는 많은 카메라 애호가들의 사랑을 독차지 할 정도였다.


    EOS 5D의 뒤를 이어 출시된 EOS 5D Mark II 역시 뛰어난 제품이었다. 5D의 카테고리를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 풀HD 동영상 성능과 화소를 크게 높였다. 무엇보다 동영상 성능은 방송 영상 시장에서도 눈여겨 볼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EOS 5D Mark II의 자동초점 신뢰성이었다. 과거 EOS 5D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2008년 당시의 상황과는 조금 동떨어진 모습이었고 심지어는 하극상이 절대 없는 캐논 카메라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에 EOS 5D Mark II는 최고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4년이 흐른 2012년, 캐논이 Mark III의 이름을 달고 한 번 더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화소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캐논은 이번 제품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니콘의 D800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인데, 과연 EOS 5D Mark III는 캐논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 5D의 패밀리 라인을 이어가는 디자인, 조작성은 파워 업! = 캐논 EOS 5D Mark III의 디자인은 기존 시리즈와 큰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적당히 다듬어진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추가됐다. 더 부드러워졌지만 편의성에 중심을 둔 디자인은 충분히 사진가에게 만족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손에 쥐는 맛은 좋다. 두툼한 그립에 고무를 덧대 파지감을 높였다. 손가락이 닿는 부분은 굴곡처리가 되어 안정적인 파지가 가능하다.


    그립과 함께 배치되어 있는 버튼 인터페이스 역시 뛰어나다. 대부분 오른손으로 그립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도 대부분의 버튼 조작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단, 카메라의 덩치가 좀 큰 관계로 손이 큰 성인 남성은 빠르고 정확한 조작이 가능하겠지만 손이 작은 여성에게는 조금 벅찰 수도 있다.


    후면에는 기능 버튼들과 함께 3.2형 액정 화면이 달려 있다. 최근 중급형 이상 카메라들이 3형을 넘어 3.2형을 달고 나오는 추세다. 특히 캐논이 이런 움직임에는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큰 화면으로 결과물이나 상태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은 좋게 평가할 부분. 게다가 이 제품은 104만 화소 사양이어서 92만 화소 사양의 액정 대비 선명한 화면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마그네슘 합금 바디 기반의 방진방적에 대응하고 있으며, 콤팩트플래시(CF)와 SD카드를 쓸 수 있는 듀얼카드슬롯의 채용 등 편의성과 신뢰성 측면에서는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다.

     


    ◇ 발전한 것이 없는 줄 알았지만... 속을 보니 ‘환골탈태’했네 = 캐논 EOS 5D Mark III와 함께 촬영을 진행했다. 렌즈는 35mm 풀프레임 카메라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24-70mm 줌렌즈를 썼다. 캐논 L렌즈로 어떤 초점거리에서도 F2.8 고정 조리개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EF 70-300mm F4-5.6 L 렌즈도 사용할 수 있었다.


    결과물은 매우 뛰어나다. 특히 2,000만 화소가 넘는 이미지 센서임에도 고감도 저노이즈 특성이 눈에 띈다. ISO 6,400에서도 디테일이 크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하드웨어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ISO 25,600도 크기를 살짝 줄이면 웹이나 소형 인화에 써도 이상하지 않다. 확장하면 감도는 102,400까지 지원한다. EOS 5D Mark II와 비교하면 확실히 업그레이드 됐다.


    이는 새로운 이미지 프로세서 때문. EOS 5D Mark III에서는 이전 5D의 DiGiC 4보다 더 빠른 DiGiC 5+를 채용했다. 캐논의 설명에 따르면 이전 이미지 프로세서보다 17배 빠른 처리속도를 가졌다고 한다. DiGiC 5 보다는 3배 빠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속 처리가 가능한 이미지 프로세서 덕에 고감도 처리 기술의 정확도나 디테일 구현 등이 좋아진 것이다.

     

    ▲ 고감도 촬영임에도 제법 깔끔한 이미지는 EOS 5D Mark III의 장점이다.

    ▶EOS 5D Mark III ▶EF 24-70mm F2.8 L (50mm) ▶ISO 6,400 ▶ 조리개 F3.2 ▶ 노출 +0.3

    ▶셔터속도 1/125초 ▶중앙측광 ▶이미지 설정:표준


    이미지 센서는 이전과 동일한 2,230만 화소 사양이지만 오랜 시간 다루면서 노하우는 쌓일대로 쌓였고 그 결과가 EOS 5D Mark III로 나오는 듯 하다. 감도는 ISO 100부터 25,600까지 하드웨어에서 지원하고 확장하면 ISO 50부터 102,400까지 쓸 수 있다.


    결과물 외에 또 한 가지 충격 받은 점이 있다면 바로 자동초점 성능과 정확도. 이전 EOS 5D Mark II는 EOS 5D의 모듈을 그대로 얹어 말이 많았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예전 초점 모듈을 신제품에 그대로 얹었다는 이유에서다.


    EOS 5D Mark III에서는 이 점을 의식했는지 몰라도 성능이 파격적으로 향상됐다. 바로 EOS-1D X의 자동초점 모듈을 그대로 심어 넣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중급형 제품에서도 플래그십과 동일한 61 포인트 측거점을 쓸 수 있다. 상위 제품과 마찬가지로 총 41개의 F4.0 대응 크로스 포인트와 F2.8 대응 중앙 5 포인트 듀얼 크로스 포인트 측거점이 제공된다.


    하지만 측광까지는 하극상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EOS-1D X는 측광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전용 DiGiC 4 이미지 프로세서를 따로 달았지만 EOS 5D Mark III에서는 평범한 63 분할 TTL 개방 측광 시스템을 쓴다.


    EOS 5D Mark II에서 호평을 받았던 동영상 기능은 개선이 이뤄졌다. 좋은 점은 그대로 살리고 전문가의 입맛에 맞는 옵션을 더 추가했다. 사용자는 편집에 적합한 ALL-I 압축 또는 고압축에 용이한 IPB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타임 코드 기록이 제공되어 편집 편의성을 높였다. 하이-프로파일 대응으로 고화질 압축도 지원한다. 해상도는 당연히 SD부터 풀HD까지 쓸 수 있다.

     


    ◇ 확실하게 향상된 성능, 그러나 높은 가격은 아쉬움으로 남아 = 4년 만의 신제품으로 카메라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던 EOS 5D Mark III, 이전 모델도 아직 현역으로 활약하기에 부족함 없는 성능이지만 4년이 지난 만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을 여럿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본 기자도 사실, EOS 5D Mark III를 보면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화소 빼고 모든 것이 달라진 EOS 5D Mark III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다. 이 제품의 공식 가격은 429만 원인데, 동급의 니콘 D800이 화소가 더 많지만 60만 원 저렴한 368만 원에 책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매자에게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제품의 결과물과 동영상 성능은 뛰어나다. 그러나 경쟁사의 동급 제품 역시 이전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왔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두 제품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올해 풀프레임 중급기 시장은 플래그십 만큼이나 뜨겁다. 그 열기 속에서 EOS 5D Mark III가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된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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