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왜 울트라북은 잘 팔리지 않을까?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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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4-02 10:40:29

    마린보이 박태환, 해품달 김수현, 여기에 신민아와 천재 프로듀서라 불리는 윌아이앰까지 한번에 기용해서 광고나 프로모션을 할 수 있다면? 아마 마케팅이나 광고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로망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광고하는 한 가지 제품이 실제로 있다. 다름 아닌 울트라북이다.

     

     

    울트라북은 인텔에 의한, 인텔을 위한, 인텔의 노트북이다. 비록 제조사는 다르지만 누가 뭐라 해도 인텔 노트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텔이 디자인 가이드를 제공하고, 제조사와 공동 프로모션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CPU 제조사라는 단순한 수식어로는 어울리지 않은 인텔이 지휘하고, 삼성, LG를 비롯한 수많은 노트북 제조사들이 연주하는 이 제품의 성적표는, 그러나 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대만 ASUS나 에이서 등은 울트라북 판매가 부진하자 생산량을 약 40%까지 줄였다. 본디 인텔이 울트라북을 선보이면서 올해 말까지 전체 노트북 시장의 40%를 울트라북으로 채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선보인 것이 불과 작년 7월이다.

     

    비록 최근 들어 판매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전체 노트북 판매량의 10%는 넘지 못한다는 것이 판매처들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이다.  

     

     

    이유는 누구나 알 수 있다.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울트라북의 다른 이름은 안티 맥북 에어(Anti Mac Book Air)라고도 할 수 있다. 디자인부터 철저하게 맥북에어를 의식했다. 스티브 잡스가 서류봉투에서 맥북에어를 꺼냈을 때 가장 충격을 받았을 이들은 결코 삼성과 같은 노트북 제조사들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맥북 에어 역시 인텔 CPU를 달았지만 맥북 에어는 철저한 애플의 제품이었을 뿐, 맥북 에어에서의 인텔의 가치는 CPU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에 받은 충격의 결과가 바로 울트라북이다. 그래서 울트라북도 서류봉투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얇게 만들었고, 맥북 에어보다 한결 뛰어난 CPU에, 하드디스크를 대신하는 SSD와 심지어 그래픽까지 인텔로 도배를 했다. 우리도 조금 늦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내놓은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그런데 비슷한 값의 맥북에어는 팔리는데, 울트라북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맥북에어 역시 애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은 차지하는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울트라북은 각 제조사들의 노트북에서 최대 40%를 차지하겠다는 뚜렷한 목표 점유율까지 있었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It's Economic, Stupid)"라는 미국 대선 구호처럼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따른 노트북 수요가 예전만 못한데도 예전 제품에 비해 훨씬 값이 비싼 울트라북을 틈새모델이 아닌 주력 모델로 밀어붙인 인텔의 기획력이 첫 번째로 문제다.

     

    무엇보다 무엇을 따라한 제품이 원본을 앞선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비록 인텔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울트라북을 선보였지만, 아직 맥북에어에 비해 그리 뛰어난 성능이나 특히 디자인에서 앞선다고 하기 어렵다. 즉 여전히 울트라북은 안티 맥북 에어가 아니라 복사품 (Copycat)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물론 인텔도 믿는 구석이 있기는 하다. 어차피 울트라북의 초기 모델은 비쌌지만 값은 꾸준히 떨어질 것이고, 올해 중순 이후에 선보일 윈도우 8이라는 초강력 호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성능, 특히 인텔의 치명적인 약점인 그래픽 역시 외장 그래픽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비록 인텔 자존심에 조금 생채기를 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또 2세대 울트라북의 엔진이 될 아이비브릿지가 대기중이다. 여기에는 엔비디아 28나노 공정 기반 케플러 시리즈도 적용될 예정이다.

     

    그럼 과연 그때쯤이면 울트라북은 잘 팔릴까? 여전히 전망은 부정적이다. 경제 위기로 소비자들의 지갑은 닫혀있고, 비록 성능이 좋아지고 조금 더 예뻐지더라도 울트라북은 크게 달라진 위치가 아닐 것이다. 이는 이미 예전에 넷북에서 경험한 바 있다. 수많은 제조사들이 선보인 넷북 역시 색상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같은 제품이었던 것.

     

     

    인텔로서는 강력한 마케팅과 기술력을 동원해서 재품을 선보이지만 제조사마다 로고를 제외하면 사실상 같은 제품인 울트라북에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그나마 넷북은 가격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지만, 울트라북은 그러한 무기를 잃어버린, 아니 아예 처음부터 갖추지도 못했다. 메이드 바이 인텔 제품인데 실상 완제품을 파는 노트북 제조사들은 이래저래 고민만 깊어진다.

     

    점점 현명해지고 반대로 지갑은 가벼워지는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기업들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하나 확실한 것은 인텔이 계획한대로 시장 점유율 40% 정도를 차지하려면 박태환, 김수현, 신민아 정도로는 어림없겠다.  “문제는 가격이야 이 바보야! (It's price, Stupid)"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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