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메이드 인 차이나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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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2-06 10:26:43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언젠가 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China Free’ 즉, 중국 제품 없이 하루를 살아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옷을 비롯해서 가방이며 신발 등 거의 모든 제품에서 중국산을 제외하고 나니 실제로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줘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지만, 서해만 건너면 바로 지척인 우리나라 실정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게다가 먹을거리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공할 수준이다. 물론 IT 제품도 그렇다.

     

     

    얼마 전 발표된 시장 조사기관의 PC시장 점유율 자료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통계를 볼 수 있다. 작년 한 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HP가 여전히 PC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가운데 2위에 오른 업체가 다름 아닌 레노버였던 것이다. 레노버는 무려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바탕으로 당당히 시장 점유율 2위에 랭크되었다. 그 다음이 전통의 강호인 델이 차지했다.

     

    4위 역시 흥미롭다. 한동안 파죽지세로 2위의 자리까지 올라 HP를 위협했던 에이서가 차지했는데 작년 동기 대비 무려 20% 정도 시장 점유율이 줄었기 때문이다. 5위도 대만계인 아수스가 차지했는데 최근 넥스트 소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 부쩍 고급화에 신경을 쓰는 전략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30%의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진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 톱 5 PC제조사 가운데 무려 3개가 중국 또는 대만 회사들이다. 대만 회사들의 생산 시설이나 경제적인 연결도를 본다면 중국 기업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인데 한동안 이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메이커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오랫동안 OEM생산을 하던 중국계 회사들이 더 이상 OEM에 머물지 않고 직접 자기 상표로 제품을 생산하면서, 규모의 경제에서 일본이나 기타 회사들이 밀린 결과다.

     

    이 가운데 선두주자는 누가 뭐라해도 레노버다. 이미 중국 내수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그 이름 자체가 PC라고 할 수 있는 IBM의 PC 브랜드 씽크패드를 인수한 지도 이미 몇 년이 흘렀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일본 제조사인 NEC의 PC사업부마저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한 해 우리 돈 약 17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앞서 작년 동기 대비 약 36%의 기록적인 발전 속도를 보였다고 했는데, 8분기 연속으로 전 세계 PC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업체라는 영광도 얻었다. PC시장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열풍에 휩싸여 침체라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물론 한국 시장에서 대만산이나 중국산이 갖는 선입관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중국산 = 싸구려에 메이드인 차이나가 아닌 마데 전자 제품으로 보는 이들도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결코 크지 않은 시장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규모의 IT 회사들도 있다. 이래저래 힘든 시장이다. 단적인 예로 레노버의 화려한 세계시장 성적표와는 달리 작년 한 해 우리 시장에서 팔린 제품은 약 10만대 수준. 삼성이나 LG가 분기에만 적게는 30만 대에서 많게는 50만 대씩 팔아내는 것을 보면 아직은 비교하기 어려운 수치다.

     

    올 한 해 많은 경제 연구소의 우울한 전망이 아니더라도 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경험적으로 불경기일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IT제품의 대명사인 PC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레노보, 더 이상 싼 값은 없다며 품질과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진 아수스, 본격적인 한국 시장 선전포고를 선언한 에이서. 여기에 MSI와 아직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중국 제조사들까지...

     

    올 한 해 우리 시장에는 어느 때보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넘칠 것이다. 아무쪼록 물건만 팔지 말고 A/S 등 소비자의 불만 역시 늘어나는 시장 점유율만큼 챙겨 듣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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