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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귀여운 그래픽 뒤 '정교한 상술', 메이플스토리의 두얼굴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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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1-17 16:33:41

    메이플스토리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이다. 작년 여름 동시접속자 60만 명을 돌파해 국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게임에 도입된 부분유료화 요금제는 외국 게임사들이 앞 다퉈 배우려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최근 학교폭력의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뒤에는 중독성과 사행성을 키우는 게임사의 정교한 상술들이 숨어있다. 국민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실체는 어떨까.

    무엇보다 몰입도가 다른 게임에 비해 강하다. 메이플스토리는 캐릭터를 일정 레벨까지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레벨을 올리는 행위를 ‘레벨 노가다’로 부르는데, 이것이 게임중독을 부른다. 다른 게임들은 최대 레벨 한도가 보통 100 이하인데, 메이플스토리는 레벨 한도를 200 이상이다. 다른 게임 두 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레벨을 다 올려도 끝이 아니다.

     

    캐릭터 세부 능력치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실수해도 격차가 벌어진다. 잘못 키운 캐릭터는 ‘허접 캐릭터’로 분류 되어 무시한다. 허접 캐릭터를 면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키우거나 게임사에서 판매하는 유료 아이템을 구입해 능력을 수정해주어야 한다. 캐릭터를 키우기 어렵다보니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레벨노가다를 대신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학급에선 반에서 센 강한 캐릭터를 소유한 학생을 ‘메이플 일진’이라 하고,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아이들을 ‘메이플 셔틀’로 부르기도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넥슨은 아이들의 중독성을 유발하는 쪽으로만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시즌에 맞춰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쏟아내어, 학생들을 솔깃하게 한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새로나온 캐릭터를 키우려고 식음을 전폐하며 게임에 빠져든다. 게임 홈페이지에 학교별 캐릭터순위를 노출해 학생들간 경쟁심을 부추긴다. 캐릭터의 순위를 올리려면 그만큼 게임을 많이 해야 한다.

    다양한 상술로 아이들의 소비심리를 부추긴다. 게임은 공짜로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진행하려면 유료아이템을 사야 한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자신의 아이템을 강화하고 싶으면 유료 아이템을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템이 파괴 될 위험성이 높다.

     

    이용자간 아이템을 사고파는 경매기능도 돈을 내야 한다. 심지어 다른 게임에선 무료로 제공되는 전체채팅까지 확성기 아이템을 사야만 이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아이들 주머니 속 백 원짜리 동전도 그냥 두지 않는다.

     

    요소요소에 유료아이템을 심어놓아 무늬만 무료게임이지 실제로는 더 많은 돈을 쓰게 만들었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려면 한 달에 10만 원 이상의 돈을 써야 할 정도다. 넥슨은 다양한 결재수단을 통해 아이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넥슨 캐시카드를 사기 위해 설날 세뱃돈을 몽땅 쏟아 붓는 아이들도 많다. 넥슨이 세계화 상품으로 자랑하는 부분유료 요금제가 한국 청소년에게는 독이 되는 현실이다.

    사행심을 유발하는 확률형 아이템도 문제다.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확률로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일종의 ‘뽑기’로,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에선 확률형 아이템을 교묘하게 변형해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화기라는 아이템이 있는데, 특정 아이템을 부화기에 넣으면 일정 확률로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온다. 가치가 높은 희귀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수 만 분의 일이다. 형태만 다를 뿐 확률형 뽑기 게임과 다를 바 없다.

     

    ‘부화기’외에 ‘피넛머신’, ‘전자렌지’, ‘미라클 큐브’ 등 다양한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한다. 올바른 소비 판단을 할 수 없는 청소년들은 충동구매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크다. 넥슨은 상술에만 치우친 나머지 게임의 보안과 서버관리는 뒷전으로 미뤘다. 작년 11월, 메이플스토리는1,300만 명의 이용자 명의가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해킹피해를 당했다. 해킹사건 이후에 넥슨이 조치한 것은 이용자의 비밀번호 변경캠페인이 고작이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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