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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대, 데이터가 곧 ‘통화(通貨)’


  •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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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2-21 22:17:02

    커피 1잔.. 4분, 권총 1정.. 3년, 스포츠카 1대.. 59년! 모든 비용은 시간으로 계산되는 영화 인타임의 카피다. 시간이 돈이라는 영화 내용처럼 ‘스마트’라는 단어가 일상화된 요즘 데이터가 통화(通貨) 역할을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오늘날 스마트 시스템은 이전에는 실시간 자동 처리가 불가능했던 작업들을 간단하게 처리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수십억 개의 데이터 가운데서 구문 분석 엔진 마이닝을 거쳐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왓슨, 시리… 우리들처럼 인간의 이름을 사용하는 스마트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다. 왓슨은 IBM의 슈퍼컴퓨터인데 올해 2월 미국의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인간 챔피언과의 대결을 승리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끌었다. 시리는 애플이 자사 스마트폰 ‘아이폰4S’에 탑재한 음성 지원 기능이다. 사용자가 말하는 거의 모든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한다. 아이폰4S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훌륭한 스마트 시스템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왓슨이나 시리뿐만 아니라 ‘스마트’한 시스템은 전자가 응용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를 시작으로 공업, 통신, 컴퓨터, 수송, 에너지, 의료, 가정용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마트 시스템이 쓰이고 있다.

     

    = 애플 아이폰4S에 내장된 음성 인식 기능 시리. 오늘 날씨가 어떻냐고 물으면 해당 지역의 날씨를 알려준다. 걸어다니는 스마트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다.

     

    시장은 점차 확대

    시장조사기관 IDC는 이미 전 세계에서 연간 20억 개에 가까운 스마트 시스템이 출시되고 있으며 1조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수치는 2015년에는 40억, 2조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IDC는 스마트 시스템의 가장 가치 있는 서비스로 실시간 데이터 분석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서비스를 지목했다.

     

    아이폰이 대중화된 지난 3년 동안 컴퓨팅 분야뿐만 아니라 네트워킹 분야에서도, 심지어는 사용자가 스마트 기기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봐왔다. 기업은 아직 스마트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데이터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확립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장의 가치는 매우 크다. 선견지명을 가진 기업들은 인텔리전트 하드웨어와 분석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 같은 조합에서 발생하는 서비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이를 이해하고 추진하는 기업으로는 IBM, HP,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오라클 등이다.

     

    = 인공 지능을 활용하여 자연어로 대답할 수 있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

     

    현재 스마트 시스템에 대해 가장 깊은 이해도를 보이는 곳은 IBM이다. 이 회사의 ‘스마트 플래닛’은 이미 세계 각지에 도입되어 다양한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스톡홀름이나 스웨덴의 스마트 수송 시스템을 비롯해 몰타 공화국이 도입한 스마트그리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유명 작품을 지키는 스마트 무선 센서 네트워크 등이 있다.

     

    왓슨이 밑거름이 되고 있음은 당연하다. 미국의 모든 도서관에 저장된 정보의 8배에 상당하는 데이터가 매일 만들어지는데 이 중 85%는 구조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IBM 관계자는 말한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는 이 같은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에서 가치 창출이 힘겨운 반면 왓슨은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해야 빠른 시간에 응답할 수 있는 가를 인간과의 퀴즈 대결에서 보여줬다.

     

    IT 분야에서 데이터 해석은 통상 대상이 구조화된 데이터일 때 가능하다. 데이터베이스 전문가가 제대로 정리된 데이터 구조에 데이터를 적용하고 해석하기 쉽게 준비한다. 그러한 데이터일 때 간단하게 검색하거나 계산식을 적용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 그러나 왓슨은 인간 챔피언과의 퀴즈 대결에서 승리했듯이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고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에서도 정교한 분석 엔진의 도움으로 간단하게 검색할 수 있다.

     

    IBM은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문제를 푸는 기술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왓슨을 응용하는 것인데 헬스케어나 은행/금융업, 소매 및 법규제 분야에서 자동화된 정보를 구조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 헬스케어 공급자 웰포인트는 최근 왓슨을 응용한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환자 증상과 몇 백만 건의 의료 기록, 학회 논문, 최신 의학 연구 결과 등의 데이터를 매칭, 의료 사고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현실로, 인텔

    인텔은 임베디드 기기의 내장 프로세서에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스마트 시스템 제창을 서두르고 있다. 기존 임베디드 사업의 진화로 볼 수 있는데 임베디드 기기에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업로드하는 대신 기기에 내장된 인텔 X86 프로세서나 아톰 프로세서가 분석하게끔 하는 것이다.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수많은 센서 장치가 보급됨에 따라 임베디드 시스템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 규모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 데이터는 그대로 클라우드 상으로 옮겨진다. 이를 인텔은 로컬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것.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인텔은 모든 문제의 실시간 분석은 임베디드 프로세서에서 처리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인텔은 2010년 CognoVision Solutions를 인수했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Anonymous Video Analytics(AVA) 기술 때문인데 이 비디오 분석 엔진은 X86 프로세서상에서 실행할 수 있다. 인텔은 이 기술을 ‘Intel Audience Impression Metrics(AIM) Suite’라는 이름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AIM는 디지털 사이니지(전자 간판) 기기에서 실행되어 해당 광고를 보고 있는 사람의 특징에 따라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 내용을 변화시킨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이전의 디지털 사이나지가 저가형 프로세서를 탑재한 단순한 멀티미디어 재생장치였다면 이제는 카메라를 추가하고 장치 내부에서 작동하는 스마트 분석 엔진이 주위의 사람 성별이나 연령을 인식해, 그에 기초를 둔 광고를 표시하도록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임베디드 스마트 시스템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분주하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ARM 아키텍처나 MIPS 아키텍처, X86 아키텍처 각각의 임베디드 프로세서는 물론 고성능 제온 기반의 서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 지원이 장점이다. 윈도우 플랫폼은 지금까지 3억 카피가 넘는 임베디드 시스템에 채용되었으니 이 같은 전략은 어쩌면 당연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우위성은 네트워크 말단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인텔리전트 임베디드 시스템에도 윈도우 환경 적용이 가능해 이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구성하는 윈도우 서버에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과일 유통을 하는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고 가정하자. 해당 기업의 목적은 이러하다. 과일 운송 상자 하나하나에 센서를 장착하고 과일 숙성 상태를 체크한다. 유통 기지로 과일 상자가 도착하면 완전히 익은 것은 진열장으로 발송하고 그렇지 않으면 숙성 창고에 일단 수납하는 식으로, 상자마다 개별적으로 최적의 배송을 설정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다. 이는 인력으로 숙성 상태를 일일이 검사해야 가능했던 것이다.

     

    센서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스마트 시스템’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리고 데이터가 통화 역할을 날도 머지않았다. 데이터 분석 엔진과 임베디드 컴퓨팅을 연계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글로벌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베타뉴스 이상우 (oowoo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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