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방통위, SNS '재갈 물리기' 국제적 망신살


  • 카프카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1-12-19 09:38:22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방심위, 위원장 박만)의 시대착오적 과욕이 국제적인 망신을 부르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사용자수가 1000만 명 가량 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에 대한 검열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산하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은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유해게시물에 대해 삭제권고 후 계정 삭제까지 한다고 해 과잉규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논란은 청소년 유해게시물뿐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알려진 명예훼손, 국가보안법 위반 등도 포함되어 있어 자칫 언론 탄압 등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내 반발이 일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의 보수 언론과 정치인마저 한국 상황을 비판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잇따라 한국 방심위의 SNS 규제 방침을 소개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은 국제회의에서 "인터넷 여론탄압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민주국가 가운데 최근 인터넷 여론을 억압하는 국가로 인도와 한국을 대표적 사례로 들기도 했다.

     

    방심위가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심의하겠다고 나선 건 지난 서울시장 선거 직후다. 세대간 소통 부재와 정책 실패가 낳은 양극화로 인한 지지율 저하와 선거패배에 대한 반성은커녕 눈엣가시 같은 “가카는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로 대표되는 애플의 팟캐스트 나꼼수 풍자와 분당 보선과 서울시장 보선에서 맹활약했던 SNS에 대한 재갈물리기에 나섰다는 게 야당 등 비판론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원칙적으로 SNS는 사적 공간이니 심의로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클린턴 장관은 헤이그에서 열린 '디지털 자유' 컨퍼런스에서 "온라인 내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은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일일 뿐 아니라 점점 더 현실화 되고 있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까지 막는 것"이라고 주장해 한국 정부의 SNS 규제 의지를 낯뜨겁게 했다.

     

    더 낯뜨거운 건 이 자리에서 인터넷 접근과 사용을 탄압하는 국가들이 구체적으로 열거되었다는 점이다. 바로 시리아, 이란, 중국, 러시아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민주 국가들 가운데도 인터넷 여론을 억압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과 인도가 대표적 사례로 소개됐다.

     

    뉴욕타임스는 구체적인 예로 '한국의 방심위가 1일 모욕적이고 비도덕적 콘텐츠를 규제하기 위해 SNS 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를 전담할 부서신설과 전담직원 8명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온라인 언론자유가 한 순간에 이란이나 중국 시리아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박순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실장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심의 대상으로 “SNS,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온라인광고, 나는 꼼수다라고 많이 알려진 그런 팟캐스트 서비스”라고 언급했다.

     

    같은 프로에서 진중권 정치평론가는 “원래 SNS는 사적인 영역이거든요. 이것이 공적인 의미를 띠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공적인 언론매체가 담당하던 역할이 막혔기 때문”이라며 “자정이 가능하다. 왜 자꾸 심의나 규제로 가는지 모르겠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 포석”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한국의 네티즌 및 SNS 이용자들은 규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근 개그맨 김제동 트위터 인증샷 논란과 판사의 페이스북 표현 논란 등에서 알 수 있듯 “사적 공간에 올린 글을 정부가 들여다보고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명백한 여론검열” “법상 보장된 표현과 통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민주국가인 한국에서 이런 규제가 벌어진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말대로 “SNS의 자유로운 표현을 법적 강제장치를 동원해 처벌해 보려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퇴행적 발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바와 같이 자율심의 영역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대한민국이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SNS 규제로 언론자유 후진국으로 조롱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베타뉴스 카프카 (pnet21@naver.com)
    Copyrights ⓒ 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