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칼럼] 영화 ‘마이웨이’와 게임 ‘아키에이지’

  • 박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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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2-16 08:30:33

    게임의 성공법칙이 영화를 닮아간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오래되었다. 제 아무리 돈을 많이 쏟아붓고 스타를 기용해도 밋밋한 성적을 남기는 경우가 있고, 몇 사람이 아는 정도의 무명 배우와 독립영화 감독이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 280억을 쏟아부은 ‘마이웨이’가 화제다. 조선 마라토너와 일본 라이벌, 장동건과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 중국 미녀 판빙빙 등이 등장하고, 감독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가 맡았다.

     

    엄청난 제작비, 화려한 배역, 유명 감독 등 삼박자가 한국 영화팬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어떤 감동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의 일본 상장, ‘아키에이지’의 80일간의 8000명 클로즈베타서비스가 새삼 화제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테헤란로의 묘한 현실법칙이 세간의 입길에 올라서다.

     

    넥슨 지주회사 NXC의 김정주 회장과 ‘아키에이지’를 만들고 있는 엑스엘게임스의 송재경 대표는 17년 전 넥슨을 창립한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세계 최초 온라인게임으로 통하는 ‘바람의 나라’를 선보였다. 이후 송재경은 넥슨을 떠났고, 김정주는 2011년 12월 14일 넥슨을 일본에서 상장해 세계 3대 게임사로 발돋움했다.

     

    넥슨이 상장으로 8조 가까운 시가총액을 기록하면서 김정주 회장은 유명세를 얻게 되었지만, 게임업계 개발자로서 송재경의 유명세도 만만찮다. 그는 ‘바람의 나라’뿐 아니라 엔씨소프트에서 김택진 대표와 만든 ‘리니지’의 개발자로 더 유명하다. 이 게임은 온라인 게임 사상 처음으로 MMORPG라는 장르를 대중화 시켰고, 현재 13년째 끊이지 않는 인기와 매출로 엔씨소프트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송재경 대표의 ‘아키에이지’가 지난 8일 4차 클로즈베타서비스에 들어갔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 워낙 유명 개발자의 신작이다보니 게임업계의 관심이 지대했다. 재밌는 것은 ‘아키에이지’ 클베 전후 들려온 넥슨의 일본 상장,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 개발 소식과 프로야구단 창단 소식 등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버랩된다는 것이다.

     

    영화 ‘마이웨이’는 개봉 전부터 참혹해서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리얼한 전투신과 할리우드급 블록버스터 느낌을 준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유명감독, 최고배우 장동건 출연, 한-중-일 배우 등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게임 ‘아키에이지’도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이 감독, 중국 텐센트 사상 최고가 수출, 전투가 아니라도 레벨이 올라가는 독특한 길드 등장, 게임의 자유도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1년 전, 이 게임 개발에 열중이던 송재경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현업에서 물러나 쉬고 있을 때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계속 해봤다고 했다. 그리고 “놀이공원에 갇혀 있는 게임”이라는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퀘스트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유저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유도’를 높이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키에이지’의 클로즈베타에 참여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유저들의 이 게임에 대한 태도가 시간에 따라 변해간다는 것이었다. 첫날과 둘쨋날 “이 게임은 망할 것”이라는 테스터들의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사흘째부터 “잘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반을 차지했다. 닷새째부터는 “뭔가 다르다. 잘 될지도 모르겠다”로 조금씩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변화를 가져왔을까. 송재경은 1년 전 “놀이공원처럼 정해진 퀘스트에 갇힌 게임이 아닌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고백했던 것의 반영일까. 이를 게임 내 현실화한 것에 대해 기존 MMO에 익숙한 테스터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에 던전이 없는 게임이 등장했네”라는 반응부터 “전투가 아닌 나무심기와 베기를 통해서 레벨이 오른다니 뭔가 이상하다” “퀘스트가 중요하지 않네” 등 기존의 MMORPG 공식을 여지없이 깨버린 것에 대해 반발하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했다.

     

    ‘아키에이지’의 CBT는 80일간이다. 그리고 유저들의 적응도 역시 진행중이다. 당혹감과 충격이 새로움에 대한 환호와 열광으로 변해 한국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낼지, “전쟁신은 나무랄 데 없는데 드라마가 약하다”는 영화 ‘마이웨이’의 시사회평처럼, 유저들에게 혼란과 인내심의 한계를 실험하는 것에서 벗어날지 못할 것인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초반 흥행돌풍을 가져왔던 ‘테라’의 추락처럼, 게임의 성공법칙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영화처럼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마이웨이’든 ‘아키에이지’든 쪽박과 대박의 차이는 감독이나 개발자만의 몫이 아닌 유저친화적이고 유저보다 한발짝 앞서 가는 새로움 속에서 탄생한다는 것이 아닐까.

     

    *참, 한가지만 더 짚자. 영화 ‘마이웨이’가 내세운 사상 최고 제작비 280억원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 비용은 게임 개발비에 비하면 비교조차 안된다. 이미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에서 300억원, 트라이온월드 ‘리프트’는 550억원, ‘아키에이지’는 350억원이 들었으니 말이다. 게임의 경우 영화와는 달리 수많은 인력고용과 함께 개발기간도 3~4년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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