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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아블로3 현금거래와 문화부의 헛발질

  • 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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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2-12 12:19:17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가 현금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나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게임등급위에 심의 요청에 들어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리자드는 지난 8월, 본사인 얼바인 ‘디아블로3’ 시연회에서 이용자들이 게임머니와 현금으로 아이템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경매장 시스템을 최초 공개했다. 특히 현금 경매장은 블리자드가 게임 내 현금거래를 직접 인정하고 나선 정책이라 당시 큰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강경한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열린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서 그 윤곽이 드러났다. 내년도 1월 21일 시행되는 이 법의 시행령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아이템 현금거래를 (실질적) 전면 금지한 제 18조의 3 ‘게임 아이템 환전업, 환전 알선업, 재매입업 금지강화’였다. 물론 13세, 15세 게임에서의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과 직업적으로 작업장 등을 운영하면서 거래하는 사람에 대한 제재 취지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 이용가 게임에 대하여 환전업 금지 조항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자살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지 게임 이용을 좀 편하게 하려고 거래하는 이용자나 청소년게임을 즐기는 성인들까지 거래를 막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승재 문화부 사무관은 “아이템 거래 금지가 개인과 개인간의 거래, 업이 아닌 것 금지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개인과 개인간의 거래를 막지 않되 회사가 거래를 주선하는 것은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다분히 총대를 멘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 현금경매장 거래를 막기 위한 것임을 공공연히 내비친 셈이다. 과거 블리자드는 현금거래 봉쇄에 누구보다 앞장서왔다.

     

    더욱이 게임회사가 직접 현금거래를 지원하는 정책은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해보지 못한 터라 블리자드의 현금거래장 거래 강행 의지는 한국 정부에 대한 도전과도 같았다. 한국 게임사들은 대부분 게임 내에서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지 않는다는 내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디아블로3 규제를 위해 느닷없이 끼워넣게 된 아이템 환전업 금지는 예비시행도 없이 시행된 것 이외에도 큰 모순덩어리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청소년 규제 때문에 성인까지 규제되는 아이템 규제인지 청소년 규제인지 성인규제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유저는 “현재 제가 하고 있는 게임이 15세 이상가 게임이다. 대부분 성인들은 전체이용가와 12세 15세 이상가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주류다. 저희 같은 직장인 평일에는 게임을 못한다. 고작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서 MMORPG 3시간 정도 즐기는데 성인끼리라도 미성년게임 아이템 거래 불가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말도 안된다”라고 공청회장에서 항의했다.

     

    더 큰 문제는 블리자드를 향한 칼날이 블리자드 근처에도 못가고 고스란히 한국 게임사에게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의 경우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서버를 선택해서 게임을 할 수 있고, 리그오브 레전드(LOL) 또한 같은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연상된다.

     

    더욱이 내년 1월 20일 게임법 시행령이 시행되더라도 블리자드 등 외국 게임사들은 한국의 게임 심의의 문제를 FTA의 SID로 미국에 제소할 수 있어서 빠져나갈 길이 생긴다. 미국 기업이 FTA를 체결한 나라에서의 법적인 문제는 상대국이 아닌 미국 정부에 제소할 수 있어서다.

     

    결국 게임법 시행령의 아이템 환전업 금지는 ‘리니지’나 ‘메이플 스토리’ 등 한국 유저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게임사들에게 직접 현금거래를 지원하는 것이 아닌 환전업금지는 개인간의 거래를 통한 소위 ‘현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해외 게임사는 다 빠져나가고 애꿎은 한국게임사만 셧다운제에 이은 매출 감소로 골병이 들게 될 처지가 되었다.

     

    넥슨은 ‘메이플 스토리’의 리얼머니 트레이드를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다. 시장은 있는데 과연 재화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 아이템은 게임사 소유지 개인 것이 아닌데 부가가치세를 개인에게 매길 수 있느냐 등 문제가 있지만 넥슨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정착시켜가고 있다.

     

    그간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현금거래를 정책상 금지해왔다. 하지만 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통해 버젓이 현금거래가 진행되고 있다. 차라리 게임 내의 거래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게임사에게 안전장치를 마련하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게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체의 직접적인 제공이니, 더 안심하고 거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블리자드의 경우 셧다운제에서도 이미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 디아블로2 등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빠져나갔다. 대신 한국 게임은 코피를 흘리고 있다. 이번에도 문화관광체육부의 헛발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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