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대형화! 고급화! 그리고 체험! 오프라인 IT매장의 선택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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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2-12 09:53:33

    미국처럼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파격적인 행사도 없고, 세계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는 있지만, 그래도 연말은 IT업계에서는 한 해를 가름하는 가장 큰 대목임에 분명하다. 올 연말은 이런 IT제품을 유통하는 유통업체, 특히 대형 오프라인 매장들의 변화 폭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가장 먼저 전국 약 300여 개 매장을 갖춘 하이마트가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1대 주주인 유진과 2대 주주이자 창업자인 선종구 회장간의 경영권 분쟁은 예상과는 달리 1대, 2대 주주가 모두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으로 합의된 모양이다. 즉,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말인데 연 매출이 3조가 넘는 오프라인 유통의 공룡이다 보니 쉽게 주인을 찾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다름 아닌 롯데다.

     

    롯데는 이미 지난 가을 금싸라기 땅이라 일컫는 잠실 롯데마트의 가장 목 좋은 곳을 디지털파크라는 초대형 가전매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비단 잠실점 하나만 아니라 다른 매장들 역시 가전매장을 구조 변경하고 좀 더 좋은 환경으로 바꾸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애플 쪽 역시 변화가 시작된 모습이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는 오프라인, 컨텐츠는 온라인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펴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의 핵심이 바로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R)다. 이런 APR 매장은 애플의 승인을 받아 운영되는데, 최소 40평 이상의 비교적 대형 매장,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금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국내에서 유통하고 있는 주요 APR은 구두로 잘 알려진 금강제화 관계사인 갈라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프리스비, 기존 애플 총판인 맥게이트가 운영하는 에이샵, IT 유통 전문사인 피치밸리가 운영하는 윌리스 등이 있다. 한결같이 유통력이 있거나 자금력이 있는 회사들이다.

     

    요즈음 목 좋은 곳에는 휴대폰 매장이 생기고, 돈 많이 들어가는 곳에는 애플 매장이 생긴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인데 이는 APR매장에 관한 애플 정책 변화와도 연결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가을부터 애플코리아가 정책을 바꿔 올해 말까지 추가로 3개 이상의 매장을 더 열 수 있는 업체들에게만 제품을 공급한다고 했단다. 다시 말해 유통 물량 규모가 큰 사업자 중심으로만 제품 판로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장 디카로 잘 알려진 LG상사 계열의 픽스딕스가 사업을 접기로 했다. 도저히 대형 매장을 따라갈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픽스딕스의 기존 매장은 컨시어지가 인수해서 APR로 운용할 계획이라는 소문이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생존전략의 변화로 읽어야 할 듯 싶다. 이미 가격경쟁력만 따진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 뒤진 지 오래다. 온라인 매장 역시 가격비교 등을 통한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형편에서 매장을 운용하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국토 크기가 그리 크지 않고 인터넷 보급률이 높으며, 택배를 통해 전국 어디라도 주문하고 24시간 안에 어지간한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는 우리 시장은 온라인 활성화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이 선택한 것이 바로 체험이다. 온라인 매장에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단순한 "Look"이 아닌 “Look & Feel" 그리고 체험이라는 요소를 매장 곳곳에 가미하고 있다. 그냥 진열대에 제품을 올려두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또는 관심 있는 이들이 와서 보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절대 강자인 삼성 역시 모바일 샵이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소비자에게 적극 다가서는 밀착형 매장을 강화하고, 대형 유통 그룹인 이랜드도 유사한 매장을 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오프라인 업체의 변화는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장이 단순한 전시장과 체험장에 머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는 확인만 하고 결국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체험매장이 아닌 온라인 매장과의 연계 등 소비자들의 지갑을 실제로 열 수 있는 보강책이 더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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