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덩치 커진 고급 이어폰·헤드폰 시장, 토종 브랜드는 어디에?


  • 박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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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1-15 18:40:30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오디오 애호가가 아니라면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그리 비싸지 않은 보급형 시장이 활발했다. 이는 아직 휴대용 기기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음질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허나 MP3 플레이어, PMP 등으로 시작한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의 시작으로 밖에서 좀 더 좋은 음질로 영화, 음악 등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태블릿 열풍이 불면서 사용자의 이런 욕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 중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전화기’의 기능과 영화, 음악 등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PMP의 기능, 인터넷 서핑, 간단하게 게임까지 가능해 휴대용 기기의 집대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하나의 기기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자연스레 보다 높은 음질의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다 보니 웬만한 이어폰·헤드폰 제조사는 하이엔드급 제품의 홍수라 불려도 좋을 만큼 많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많은 메이저급 제조사가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자리를 굳혔다

     

    ◇ 난립하는 하이엔드 헤드폰·이어폰 시장 = 최근 CJ 계열사인 CJ E&M에서 하이엔드 헤드폰 브랜드인 ‘비츠 바이 닥터드레(Beats By Dr. Dre, 이하 닥터드레)’를 국내 정식 판매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컨셉을 가진 ‘소울 바이 루다크리스(SOUL BY LUDACRIS, 이하 루다크리스)’도 국내 정식 론칭되면서 경쟁이 보다 심화되고 있다.

     

    또한 종전 이미 국내에 사용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소니, 오디오테크니카, 젠하이저 등의 메이저급 제조사 역시 새로운 하이엔드 제품을 대거 출시하는 추세다. 이렇게 많은 하이엔드 제품군이 출시되면서 디자인은 물론, 음질까지 각양각색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닥터드레와 루다크리스는 연예인 마케팅을 펼치며 일반 사용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특정 연예인 한정판 모델을 선보이면서 밴드웨건(bandwagon) 효과를 노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빠르게 사용자층을 늘리고 있다. 실제, 거리를 지나다보면 심심치 않게 닥터드레 제품을 쓰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하이엔드 이어폰·헤드폰은 나만의 개성을 살리는 패션 소품으로까지 쓰이고 있어, 대중에게 하이엔드 이어폰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브랜드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반면, 종전 메이저급 브랜드인 소니, 젠하이저, 야마하, 오디오테크니카 등의 제조사는 보다 뛰어난 신제품을 통해 이미 형성된 사용자 층을 보다 공고히 하고 있다.

     

    ▲ 닥터드레는 특유의 디자인 덕분에 패션 소품으로도 많이 쓰인다

     

    ◇ 넘쳐나는 하이엔드 이어폰과 헤드폰, 토종 제품은 ‘보급형’ 뿐? = 국내 하이엔드 이어폰·헤드폰 시장은 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다. 또한 해외 유명 브랜드는 물론 최근에는 중국의 헤드폰 전문 업체인 ‘탁스타(TAKSTAR)’까지 국내 사용자 층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탁스타는 전반적인 제품의 음질은 하이엔드급 제품에 가까움에도 부담 없는 가격을 통해 ‘대륙의 실수’라는 웃지 못할 애칭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브랜드 중에서 하이엔드급 이어폰·헤드폰 브랜드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국내 제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부터 좋은 평을 받아왔던 국내 이어폰·헤드폰 전문 기업 ‘크레신’ 역시, 하이엔드급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보급형 제품을 선보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유코텍, 삼신이노텍 등 보급형 제품 중에서는 국내 사용자 층을 많이 확보한 제조사도 있지만, 아직까지 하이엔드 이어폰·헤드폰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는 회사가 드물다. 뛰어난 보급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국내 제조사가 하이엔드 시장에 아직까지 그 발자취가 미미하다는 점은 다소 안타까운 일이다.

     


    ▲ 하이엔드 이어폰이라 불려도 손색 없는 우성전자의 EXS X20

     

    ◇ 외산 일색 하이엔드 이어폰·헤드폰 시장, 기술력은 국산 브랜드도 지지않아 = 최근 국내 하이엔드 이어폰·헤드폰 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자리 잡은 브랜드는 물론, 대기업에서도 해외 기업의 제품을 국내 론칭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하이엔드 이어폰·헤드폰에 대한 국내 사용자의 관심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다만 외산 제품은 성능 이상으로 몸값이 비싸게 책정된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적절한 값에 좋은 성능을 내는 국산 제품이 나오길 바라는 이들도 많다.

     

    이를 방증하듯 시코(SEEKO)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하이엔드 이어폰에 많이 쓰이는 BA(Balanced Armature) 드라이브 유닛을 쓴 ‘공동 제작 이어폰’을 만들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읽고 소신껏 하이엔드 시장에 진출한 기업도 있다. 이어폰·헤드폰 및 전자부품 도매업으로 시작해 인지도를 쌓아온 우성전자가 그 예다. 우성전자는 최근 BA 유닛 이어폰 EXS X10에 이어 듀얼 BA 유닛을 채택한 EXS X20을 출시해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 국내에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BA 유닛의 제조업체가 있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리버, 코원 등 국내 유명 PMP, MP3 제조사의 번들 이어폰을 만들어 노하우를 쌓아온 ‘아이사운드’라는 기업이다.

     

    이처럼 국내 시장 자체의 기술력은 해외 메이저급 제조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런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데도 국내 이어폰·헤드폰 제조사는 하이엔드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고 각 브랜드에 따른 마니아 층도 두터운 만큼, 국내 제조사의 하이엔드 시장 진출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각종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보다 좋은 ‘소리’를 찾는 사용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갈 것이다. 이런 때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 보다 좋은 ‘우리의 소리’를 전할 수 있는 기업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베타뉴스 박선중 (dc3000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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