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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HTML5, 플래시 그리고 액티브X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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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1-14 10:08:13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IT분야에서 남긴 자취는 정말 크고도 깊다. 물론 최근에 애플을 접한 많은 이들은 아이폰이나 아이팟, 아이패드 같은 모바일 기기들로 애플과 잡스를 알게 되었지만 실은 오랫동안 애플의 캐시 카우는 다름 아닌 출판과 교육 그리고 음악 등의 미디어 분야였다. 정말로 애플이 어려웠던 시절에도 그 분야만큼은 말 그대로 애플의 전공과목이었다. 

     

    물론 어찌 보면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사무용이나 가정용에서 거의 완벽하게 윈도우에 밀려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회사의 존망까지 어려웠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지금이야 노트북의 경우 애플 제품을 쓰는 이들이 절반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아진 것이 미국시장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바로 이때 애플의 가장 결정적인 구원투수는 잡스였지만, 그 또한 어도비와의 협력관계가 없었으면 그런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잡스가 직접 밝힌 대로 애플과 어도비는 오랜 정말로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애플이 애플컴퓨터이던 시절, 차고에서 어도비 창업자들을 만났다고 잡스는 회상하고 있으며, 애플은 그들의 첫 번째 기업고객이 다름 아닌 어도비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들었던 거의 유일한 도둑강의가 다름 아닌 서체학(FONT)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되는 부분이다. 애플은 그들의 레이저 프린터에 당시로서는 조금은 생소했던 어도비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를 담았다. 심지어 애플은 어도비에 투자해서 지분 20% 가량을 보유했던 말 그대로 협력사였다.

     

    앞서 설명한 대로 애플이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만족하지 못했던 어도비는 아크로뱃(Acrobat)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기업시장을 직접 공략했다. 물론 아직도 일반적인 회사 관계로 보면 나쁜 관계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예전같은 끈끈한 협력은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어도비 플래시가 있다. 먼저 플래시(Flash)를 이해하기 전에 플래시 역시 액티브 X라는 것을 인정하고 갈 필요가 있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로 그 액티브 X말이다. 기본 웹 브라우저로는 동영상을 제대로 표시할 수 없었고 가장 쉽고 편하게 동영상과 이를 통한 간단한 게임 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름 아닌 플래시였다.

     

    물론 잡스의 생전 연설을 보면 그는 플래시가 비개방성이라는 점을 크게 지적했다. 그 분야에서는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잡스가 비 개방성을 논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는 사업의 문제다.

     

    쉽고 편하다는 이유로, 다른 액티브X와 마찬가지로 아크로뱃 플래시 역시 거의 무자비하게 거의 모든 컴퓨터에 깔리게 되었다. 어도비 주장으로는 웹에 올라온 동영상 75%가 플래시 기반일 정도다. 전체 동영상 40%를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는 이제 기본적인 어플이 되어가고 있다.

     

    치열한 논쟁 끝에 어도비는 아크로뱃의 모바일 버전을 더 이상 내놓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를 두고 많은 미디어에서는 애플이 이겼느니, 아니면 잡스가 옳았느니 하는 기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비개방성에서는 오십보백보인 애플과 어도비의 문제가 아니라 액티브X의 종말이라는 눈으로 봐야한다는 점이다.

     

    이미 설명했듯, 플래시는 동영상을 표현하기 위한 액티브X이다. 마치 은행사이트에 가면 좋던 싫던 깔리는 보안 프로그램처럼 말이다. 그런데 다른 액티브X와 마찬가지로 번거롭고 점유율이 높다. 무엇보다 작은 화면에서 별도의 어플을 통해 인터넷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 모바일 화면에서 이런 액티브X는 치명적으로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가 굳이 따로 어플을 받아 깔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제 HTML5라는 더 이상 플래시를 깔지 않아도 기존의 동영상과 간단한 게임 정도는 즐길 수 있는, 그러면서도 점유율은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개방형 표준이 만들어졌다. "플래시=광고"라는 등식이 점점 굳어지는 요즈음에서는 어느 개발자, 어느 회사이건 HTML5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어도비나 애플 생각은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모바일 시대에 오면서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 가운데 PC시대의 또 다른 상징이기도 했던 플래시 역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네이버 홈페이지에서 광고가 사라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무엇인가가 플래시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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