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뇌를 ‘아웃소싱’한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윤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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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0-14 16:34:20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SBS 시사토론을 통해서였다. 그때는 서울디지털포럼이 열리던 5월이었다. '초연결 사회'라는 주제로 토론이 있었는데, 정지훈 교수와 포스퀘어 공동창업자였던 셀바두레이도 함께 토론자로 나섰다.

     

    그런데 토론에서 극명하게 의견이 나뉘었는데 정지훈 교수나 셀바두레이는 <스마트, 소셜>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니콜라스 카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너무 많은 정보에 우리 두뇌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창의적이고 깊은 사고를 하기가 어려워 졌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사실 나는 그때만 해도 <스마트, 소셜>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고 생각했던 터라 니콜라스 카의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과연 그렇게 부정적인 요소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사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으면서도 그저 그런 책이려거니 하면서 약간은 무시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니콜라스 카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 동안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뇌에 관한 이야기와 인류의 미디어 역사에 대한 통찰은 실로 어머 어마한 것이었다.

     

    소크라테스 시대는 구술의 시대였다. 광장에 모여 당대의 유명한 강연가, 연설가들의 연설을 들으면서 새로운 사상,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접한 사상과 정보는 다시 사람과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되었다. 한마디로 강연가, 연설가가 여론을 주도하고 민중을 선동하는 시대였다. 그들의 파워는 오늘날의 언론과 같이 막강했다.

     

    이후 종이가 유럽에 전파되면서 이제 필기, 필사의 시대가 되었다. 말은 한번 하고 나면 저장이 안 되지만 글로 기록해 놓으면 오랜 기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책은 조용히 사색하면서 읽는 존재가 아니었다.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말을 하듯이 읽었던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때의 책이라는 것은 강연가 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그대로 옮겨 적는 수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구어체가 많았고 읽는 사람들도 소리 내서 읽었던 것이다.

     

    필기, 필사의 시대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으로 인하여 종말을 고하게 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미디어의 역사에서 정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 이전에는 필경사가 책을 일일이 썼기 때문에 상당히 고가였고 상류층만이 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상류층이 독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세상에 나오면서 세상은 180도 바뀌었다. 책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신문과 같은 미디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지식과 정보는 상류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인쇄의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매스미디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인터넷이 등장하게 된다. 역사로 보면 근 100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00년간의 변화보다도 더 많은 변화가 1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니콜라스 카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뇌의 구조도 변화한다고 이야기한다. 분명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뇌의 구조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령 뇌의 각 부분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있는데 아무래도 많이 쓰는 부분의 기능이 발달하게 될 것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의 뇌와 책을 많이 보는 사람의 뇌는 다르다. 또한 그 동안은 유년기가 지나면 뇌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뇌의 구조가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 우리의 뇌도 변하고 있다. 분명 10년 전의 뇌와 지금의 뇌는 다르다. 10년 전에는 지금과 같이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텔레비전, 라디오와 같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책을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대였다. 또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색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을 통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수히 많은 정보가 나에게 찾아온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든지 인터넷에 접속하여 뉴스를 보고 정보를 본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다 보니 인간이 갖고 있던 고도의 사유능력을 활용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한 고도의 사유능력은 뇌가 아닌 인터넷이 해주거나 스마트 기기가 대신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긴 글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긴 호흡의 책뿐만 아니라 블로그에 적혀 있는 그리 길지 않은 글도 제대로 읽어볼 시간이 없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할 텐데 우리는 그저 정보만 취득하고 곧바로 다른 정보를 찾아 이동한다. 또한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기들에 저장해 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기억을 스마트 기기가 대신하면서 우리의 뇌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는 뇌를 아웃소싱하면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 소셜 시대다. 지금 이 시대를 부정할 수는 없다. 분명 구술의 시대에서 필기의 시대로, 다시 인쇄의 시대로 넘어가면서도 지금과 같은 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해간다. 최근에는 그 변화가 급격하다는 차이점만 있을 뿐이다. 내가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세상은 아무 상관없이 흘러간다. 지금 따라가지 않으면 세상에 도태되고 낙오자가 된다. 절대 세상의 변화와 동떨어져서 살아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스마트, 소셜의 시대일수록 인간적인 감성(感性)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을 잠시 중단해 보자! 가끔 며칠 동안 스마트폰을 멀리해 보자! 평안한 마음으로, 긴 호흡을 갖고 책을 읽으면서 사색을 즐겨보자!

     

    분명 우리의 뇌에서 전파되는 신호가 감지될 것이다. 깊은 사유를 통해 머릿속이 오히려 맑아지는 느낌이 들게 된다. 한마디로 놀라운 경험이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왔던 일들이었다.

     

    급격하게 변화해가는 세상에서 등을 돌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끔은 깊은 사색과 사유, 명상을 통해 우리의 뇌에게도 휴식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또다시 재충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시간을 가져보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끔은 우리의 뇌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자!

     


    베타뉴스 윤상진 (genie.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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