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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절약이 미덕이 되지 못하는 시대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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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9-05 10:14:06

    요즈음 통신 시장의 이슈는 LTE와 와이브로로 대표되는 4G, 그리고 이를 위한 주파수 경매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3G에서 스마트폰이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4G에서는 과연 어떤 첨단 기기가 나올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이와 함께 사라지는 2G사용자들이다. 주파수 압박이 심하고 상대적으로 3G로의 변환속도가 빠른 KT는 하루라도 빨리 2G를 그만두고 3G와 4G에 집중하고 싶다. 문제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8월말을 기준으로 약 40만 명이 넘는 이들이 KT 2G서비스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이미 10년 넘게 같은 번호를 쓰고 있는 50대 직장인 김 모 씨도 있다. 물론 그의 핸드폰은 최신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여전히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의 이른바 폴더폰이지만 통화품질이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인터넷도 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지금 장만한 기계가 3년이 훌쩍 넘어서 여기저기 조그만 생채기는 있지만 당분간 핸드폰을 바꿀 계획은 전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2G서비스를 종료하려는 KT나 01X정책으로 번호를 강제하는 방통위의 정책에 불만이 쌓여간다. 

     

    적어도 우리는 지금까지 50대 직장인 김 모 씨처럼 절약이 미덕이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만약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5-6년씩 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간 생산량이 억대 단위를 넘어서는 삼성전자를 예로 든다면 일단 생산량을 크게 줄여야 할 것이다. 생산량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델을 만들기도 어렵고, 지금처럼 제품 개발에도 많은 비용을 쓰기도 어려워진다.

     

    어디 그뿐인가? 생산시설을 줄여야하고, 외부협력업체 역시 수를 줄이거나 아예 어지간한 것은 직접 개발을 하거나 생산해서 협력업체 의존도를 줄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하는 중소기업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의 가장 큰 화두인 고용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럼 어떤 결과가 생길까? 고용이 줄고, 수입도 줄게 되니 휴대폰을 사는 이들도 그만큼 줄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안 그래도 줄어든 생산시설은 더욱 줄여야하고, 신제품을 위한 연구 개발도 그만큼 부진해질 것이다. 한마디로 흔히 말하는 악순환(Bad Circle)에 들어가게 된다.

     

    다시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보자.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휴대폰을 오래 쓴 50대 김 모 씨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도 돌아왔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가 휴대폰 관련 업체에 다니거나,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라면 그런 근검절약의 결과로 수입이 줄거나 심지어는 해고되는 결과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의 결과이지만, 실제 요즈음의 경제는 결코 이런 사이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휴대폰만 아니라 노트북, 그리고 자동차 같은  등 많은 제품들의 수명은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점점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점점 짧아진다.

     

    절약이 미덕이 아니라 소비가 미덕인 사회. 심지어는 외상으로, 빚을 내서라도 소비를 해야만 경제가 유지되는 현실. 그 정점에 다름 아닌 IT기기가 자리하고 있는 오늘의 모습. 그것이 2011년 현재의 쓸쓸한 자화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쓸쓸함이 앞선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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