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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극적인 하룻밤, 작업남 작업녀의 연애지침서

  • 김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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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8-31 23:53:50

     

    하룻밤이라는 단어를 이보다 더 진지하고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두 남녀가 비밀스러운 하룻밤을 보내는 과정이 노골적일 것 같지만 예상외로 꽤나 진지하다. 거침없는 대사로 표현했음에도 저속하지 않다.

     

    책상을 옮기고, 노트북을 열고, 책상을 구석에 밀어 넣고. 일상적으로 하는 단순한 행동임에도 불이 꺼진 상태에서는 오묘하게 들린다. 듣고 있으면 남녀가 내 뱉는 음란한 행위가 머릿속에 펼쳐진다고 할까! 따져보면 대사가 문제가 아니라 관객이 문제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20세 이상 관람가라는 딱지를 부착하고 시작 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더구나 극적인 만남을 백날 꿈꾸는 이에게도 오지 않는 흔치 않은 해프닝이 극적인 하룻밤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펼쳐지니 더할 나위 없는 성인극이다.

     

    우연한 기회에 결혼식에서 만난 두 사람이 과거 연인 때문에 만나 소주를 마시는 것도 그렇지만, 서로의 말에는 귀를 닫고 주장만 내 뱉는 것을 보면 전형적인 실연당한 이의 모습이다.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있다면 실연에 빠져도 바보가 되는 것은 매 한 가지인가 보다.

     

    “내 말 좀 들어주오~” 아무리 외쳐도 지금은 서로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내 상처 좀 보듬어줘 하는 주장 만 들릴 뿐이다. 그렇게 상처 받은 두 영혼의 실연극복 프로젝트는 과거 연인이던 이의 결혼식에서 착실하게 진행한다. 문제는 눈을 뜬 다음 날이다.

     

    - 누군가에게 잊히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길들여지는 것

     

    사람이 술을 마셔야 하지만, 술이 사람을 지배해버린 셈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어를 먹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박에 타박까지 더해 나무라는 여자. 더구나 상대방은 구면이지만 생판 모른 남과 다를 바 없다.

     

    이쯤은 술에 취하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같이 자자고 말하는 여자의 화끈한 제안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 있니? 몸이 끌리고 마음 가면 좋아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여자. 듣다보면 일리는 있다.

     

    문제는 의미를 깨닫기 까지 너무 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지. 그렇게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제목에서 떠오르는 발칙한 행위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 모습이 한 없이 슬프기만 한다. 결혼식의 주인공이 과거 연인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더욱 비참한 것은 옆에 서 있는 그 사람이 남의 남자 혹은 남의 여자가 됐다는 사실이다.

     

    한 때 나만 보고 “사랑해”라고 외치던 그 사람이 지금은 다른 사람을 보고 “사랑해”라고 외치고, 걷다보면 꼭 잡아주던 그 손으로 지금은 다른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그렇게 지워지는 추억만큼이나 과거의 사랑도 함께 잊히고 있었다. 지난날의 우리 사랑에 진실 됨은 있었을까? 남자는 의문만 가진다.

     

     

    -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묘약은 없다.

     

    공연 시작 전부터 각종 구설수에 올랐던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지금도 관객을 상대로 음란한 상상력을 펼치게 만든다. 두 남녀의 원나잇 스탠드라는 발칙한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이 펼쳐지는 2인극이라는 오명은 중반 이후 절정을 맞는다.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실소는 계속된다.

     

    그동안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다면 이 순간만큼은 사람은 이성과 어울려 살아가는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와 여우일 뿐이다.

     

    그 순간 여자는 흐느낀다. “그 사람의 흔적을 지우고 싶었어. 그 사람 냄새. 그 사람 손길. 그 사람 숨길. 그 사람과 했던 모든 기억을 다 잊고 싶었어. 이렇게 하면 지워질 줄 알았어” 라고 절규하는 대사는 슬프다 못해 실연의 아픔이 관객의 마음 속 까지 파고든다.

     

    여자와 달리 남자는 모든 것을 애써 부정하고 회피하려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죽겠다는 여자 앞에서도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끝까지 움켜쥐고 내려놓지 않는다. 그렇게 배웠고 가르침 받은 남자는 마지막까지 여자의 아픔을 애써 외면하려 애쓴다. 그리고 여자 향해 마음이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을 무렵 “우리가 2년 안에 다시 만나면 사귈 운명인거야”라며 제안한다.

     

    과거의 사랑에 버림받고 죽기를 결심한 여자. 과거의 연인을 애써 지운 줄 알았지만 다른 여인에게 같은 모습을 강요한 남자. 두 사람은 서로의 코드를 맞추지 못하고 그렇게 맴돌았다. 만남도 해프닝이지만 헤어짐도 해프닝처럼 이뤄진다. “어떤 놈은 별짓을 다해도 애인 한 명 없는데, 어떤 놈은 남의 결혼식장 가서 애인이 생겨”라며 욕이 절로 나온다.

     

    - 이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당신 거기에 있을래요?

     

    시작은 좋았다. 발칙한 상상력으로 접근하면서 성인만의 코드로 관객을 이끌었다. 하지만 익숙해질 무렵 아픔으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여자였기에 약자가 아닌, 남자였기에 강자가 아닌 둘 모두 피해자였고 가해자로 간주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아픔을 극대화 시키는 연극 극적인 하룻밤. 꽤 많은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눈다. “나도 널 테스트 해봤어.”

     

    보상심리로 접근해 유혹했고 끌렸지만 사랑까지 이르지 못해 결국 헤어진 두 사람의 결론은 쿨 했다. 구구절절한 여자의 아픈 사연에 정자머신이라며 자신을 비하한 남자의 강한 모습도 이 순간만큼은 같았다. 아무리 아픈 척 해봐야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면 지난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의미. 적어도 극적인 하룻밤에서는 통했다.

     

    극단 연우무대와 이다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대학로 아트윈씨어터 2관에서 오는 9월 18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황윤정 작가, 이재준 연출에 김재범,김태향,최지호,최대훈,최성원,이애린,이영윤,최주리, 박민정, 박란주가 출연했다. 공연문의 이다 엔터테인먼트 02)762-0010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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