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특허 버블’, 혁신을 방해하다


  •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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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8-22 10:59:19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체든 개인이든 한 소리씩 쏟아내고 있다. 얼핏 봐도 OS 개발 기업이 자사의 고객인 단말기 제조업체의 경쟁 기업을 인수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닌 탓이다.

     

     

    구글 래리 페이지 CEO는 이번 인수에 대해 “구글의 특허 포트폴리오가 강화되었으며, 따라서 경쟁을 저해하는 소송에서 안드로이드를 지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수의 주목적은 특허에 있다. 모토로라 소유의 특허는 1만 7,000건으로 단순 계산으로 개당 73만 달러(약 5,600만원)에 구입한 셈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보이지만 지난 2009년 파산한 노텔이 보유한 특허 6,000건이 45억 달러(건당 75만 달러)에 매각된 것을 감안하면 모토로라 인수 금액은 특허 가치로는 시세에 가깝다. 예컨대 특허 이외의 모토로라 사업은 거의 가치가 없다는 게 구글의 판단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배경에는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함에 따라 특허 분쟁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 스마트폰과 관련된 주요 소송만 300건 이상에 달해 ‘특허 버블’이라 할 만하다. 표에서처럼 모토로라는 최근 구글을 압박하고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보통 통신 관련 특허는 초기에 획득한 것일수록 효력의 범위가 넓고 강력하다. 예를 들어 "키보드 휴대 단말기"라는 기본 특허는 RIM(Research In Motion)이 소유하고 있기에 모든 스마트폰은 이 특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토로라는 휴대폰 관련 다양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나 최근 시장에 뛰어든 HTC는 그렇지 못하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HTC는 애플, Helfrich Patent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은 구글의 스마트폰용 OS인 안드로이드의 주요 제조업체다.

     

    특허 거품, 혁신 저해할 수도

    특허 분쟁에서 패배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원고와 피고가 서로 맞고소하는 경우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모토로라와 애플은 서로 수십 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소송을 철회하는 대신 서로의 특허를 이용하는 형태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신생 기업들은 특허가 전무하다시피 하므로 안드로이드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면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그래서 구글이 획득한 모토로라 특허를 사용한 소송 대응이 가능해진다. 또는 상대가 소송을 하기 전 "안드로이드 파트너가 이의를 제기하면 모토로라 특허로 대응“할 것이라는 구글의 한 마디면 소송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모토로라 인수는 특허에서 약자인 아시아 제조업체들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다. 파트너들은 특허 분쟁 걱정 없이 안드로이드를 채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허 분쟁은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승자는 특허를 인수할 수 있는 높은 자금력을 가진 구글과 같은 기업과 변호사다.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도 "혁신이 아닌 소송에서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특허 제도의 목적은 발명의 가치를 보호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처럼 "경쟁사가 가져가기 전에 뺏는“ 현상은 과거 냉전시대의 비생산적인 "군비 경쟁"이나 다름없다. 또한 분쟁 결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은 기업끼리 모든 특허를 공유하기에 새로운 기업의 시장진입은 원천 봉쇄될지도 모른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복잡한 제품은 하나의 단말기에 25만 건의 특허가 필요하다고 하니 연구 개발보다는 법정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하는 달갑지 않은 풍경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길 모색해야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최근 미국 정부는 특허 중시 정책에서 안티 특허(반대 특허)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한다. 미 특허법은 거액의 배상과 특허 소송의 남발을 제한하도록 개정되었다.

     

    국내에선 KT가 자사 보유 특허 1,000개를 협력사에 무상 양도를 통해 '동반성장'의 뜻을 밝혔다. 협력사에 무료로 양도할 특허 1,000개 중 600개를 자사 홈페이지와 협력사 포털을 통해 1차로 공개했다.

     

    KT가 이번에 공개한 특허 600건은 네트워크, 통신 규약, 광통신, 옥내·외 통신망, 단말기, 데이터처리, 정보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절반 이상이 외부평가기관에서 B급 이상의 평가를 받는 등 질적으로 우수한 기술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는 '개인 이동성을 위한 사용자 위치정보 제공방법', '무선 단문 메시지를 이용한 명함 전송 방법', '이동 단말기를 이용한 동영상 서비스 장치 및 그 방법' 등 최근 관심이 높은 위치정보나 휴대전화 부가 서비스 관련 기술도 있다.

     

    이번 KT의 특허 무상양도 방침이 특허를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의 특성상 1인 창업자가 많고 독특한 아이디어의 제품화할 수 있는 이들의 신규 시장 진출을 돕는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베타뉴스 이상우 (oowoo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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