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상품 써보니...] 올림푸스 PEN E-P3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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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7-26 17:49:00

    미러리스 카메라(Mirrorless Camera)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작은 어디었을까? 물론 현재 많은 이들이 휴대하고 있는 콤팩트 카메라 모두가 미러리스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미러리스(DSLR에서 거울을 없앤 렌즈교환형 카메라)를 만든 것은 아마 '마이크로포서드(Micro-Fourthirds)' 진영이 아닐까 생각된다.


    올림푸스가 처음 마이크로포서드 기반의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을 발표했을 당시, 파장은 엄청났다. 공개된 시제품은 화제의 대상이었고 카메라 애호가들은 어서 제품이 등장해주길 애타게 기다려 왔다. 물론, 그 시제품대로 말이다.


    지금은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을 뒷받침 하고 있는 카메라는 올림푸스 펜(PEN)과 파나소닉의 루믹스(Lumix) G 시리즈다. 두 제품 모두 동일한 마이크로포서드 포맷이지만 각자의 장단점이 뚜렷해 독자적인 유저층을 확보했다. 올림푸스는 디자인에 기반한 커스터마이징, 파나소닉은 소형·경량화에 신기술과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올림푸스의 PEN E-P3로 3세대 마이크로포서드 포맷 기반의 미러리스 카메라다. 파나소닉도 루믹스 G3로 3세대 포맷을 썼고 올림푸스도 타이밍에 맞춰 3세대 포맷을 채용하게 됐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옆그레이드' 수준에 불과했던 PEN 시리즈가 3세대로 와서 어떻게 변했을까?

     


    ◇ 변함 없는 디자인... 이게 최선이다 = 1세대부터 3세대까지 PEN E-P 시리즈의 디자인은 큰 변화가 없다. 과거 시대를 풍미했던 PEN 필름카메라의 유전자를 이어 받은 디자인은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마감 자체도 탄탄해 쥐었을 때 신뢰감을 주는 점 또한 좋다. 외관 디자인 자체로는 흠 잡을 곳 없어 보인다.


    크기는 폭 122mm, 높이 69.1mm, 두께 34.3mm로 E-P2와 큰 차이가 없다. 높이와 두께는 조금씩 줄었지만 폭은 조금 늘었다.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370g 남짓, E-P2보다 조금 가벼워졌지만 덩치와 질감 때문에 조금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경쟁 제품인 소니 NEX-C3보다 100g 가량 무겁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전면에는 큰 특징이 없는 것 같지만 좌측 상단에 빠른 초점 검출을 위한 AF 일루미네이터가 장착됐다.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라 눈에 띄지만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이다.


    버튼 인터페이스는 기존 펜을 그대로 따른다. 필요한 버튼을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쓰기 좋다. 다이얼의 감촉이나 버튼의 압력 또한 적당한 수준이다. 버튼 구성은 확실히 소니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액정 디스플레이, 3형 크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니터를 썼다. 그 동안 PEN 시리즈를 보면서 느낀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화면이었는데 3세대에 와서 개선됐다. OLED를 통해 넓은 시야각과 낮에도 뚜렷하게 피사체를 확인할 수 있고 터치스크린이기 때문에 다양한 조작도 가능하다. 액정으로 보여지는 메뉴 구성은 기존 올림푸스 PEN 시리즈와 다르지 않다. 화소는 61만이다.

     

    ▲ 3형 크기의 OLED 액정, 낮에도 깨끗하게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겉은 변함 없지만 속은 달라졌다! 올림푸스 미러리스 플래그십 다운 성능 갖춰 = 올림푸스 PEN E-P3를 들고 촬영에 나섰다. 늦은 오후 시간대지만 광량은 충분해 다양한 조건에서 촬영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렌즈는 M.ZUIKO 14-42mm F3.5-5.6과 M.ZUIKO 40-150mm F4-5.6 두 개가 각각 쓰였다. 설정은 기본에 조리개 우선으로 촬영했다.


    PEN E-P3의 제원, 단순 사양으로는 기존 PEN 시리즈와 차이가 없다. 센서는 35mm 필름 대비 2배 초점거리를 갖는 1,230만 화소 Live MOS 센서를 쓰고 트루픽VI 이미지 프로세서가 호흡을 맞춘다. 숫자로만 보면 이렇게 우려먹나 싶을 정도로 변화가 없다.


    그러나 올림푸스는 이번 제품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센서를 새로 개발했고 자동 초점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이미지 품질 자체는 향상되었다는 점이 크게 와닿지 않지만 고감도 노이즈에서는 많은 발전이 있음이 느껴졌다. ISO 3,200 부터 입자가 거칠어졌던 전 제품과 비교해 디테일이나 노이즈 등이 안정적이다. ISO 4,000 이상부터는 웹용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감도는 ISO 100을 쓸 수 없게 됐지만 ISO 200부터 12,800까지 지원해 폭 자체는 넓어졌다.

     

    ▲ PEN E-P3 / M.ZUIKO 40-150mm F4-5.6 / ISO 200 / 초점거리 60mm / 조리개 F6.3
    셔터 속도 1/250초 / 평균 측광 / 조리개 우선 / 아트필터 적용(디오라마)


    HD만 지원하던 동영상도 풀HD(1,920 x 1,080)을 지원해 활용도가 매우 커졌다. 무엇보다 소니와 파나소닉 카메라가 쓰던 AVCHD 코덱을 지원하면서 화질이 향상됐다. 아트필터 적용도 가능해 다양한 느낌의 영상을 연출할 수 있다.


    화이트밸런스나 측광 모두 만족스럽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 및 측광 검출 실력이 좋아 흠을 찾기 어렵다. 전천후 환경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아트필터가 더해지면 전문가 저리 갈 정도의 이미지 품질을 기대할 수 있겠다.


    초점 검출 실력은 놀랍다. 올림푸스가 새로 도입한 FAST(주파수 가속 센서 기술) 덕에 반셔터 즉시 원하는 포인트에 초점을 잡는다. 과거 PEN 시리즈의 자동초점 검출 실력은 타 제품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었는데 확실히 달라졌다는 점은 칭찬할 부분이다. 체감적으로 봤을 때, 경쟁 제품을 확실히 압도한다는 느낌이다.


    올림푸스는 움직이는 피사체 검출 실력도 향상됐다고 했는데 테스트 한 결과, 고급 DSLR 수준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하고 미러리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긍될 정도의 성능을 보였다.


    그립과 조작감, 조작 자체는 합격점을 주고 싶으나 그립이라는 부분에서는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려울 듯 하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그립이 너무 딱딱하고 이질감이 있다. 물론 추후 교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제조사의 그립을 기대하는 쪽이 좋겠다. 조작은 다이얼이나 버튼 압력 등 모두 적당하다.

     


    ◇ 옆그레이드 아닌 업그레이드로 거듭난 PEN E-P3 = 파격의 E-P1에서 E-P2로의 전환은 정말 옆그레이드에 불과했다. 기존 제품과 전혀 차이 없는 제원에 몇가지 기능과 액세서리 단자만 추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DSLR은 왜 블랙이어야 하는가'라며 초기에 블랙을 쓰지 않다가 '블랙을 입었다'는 내용으로 블랙 색상을 추가하기도 했다. E-P1을 보유하고 있는 기자마저 E-P2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라면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반면 E-P3는 많은 것이 좋아졌다. 이미지 처리 로직이나 자동 초점 성능, 동영상 기능 등 옆그레이드가 아닌 업그레이드가 많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솔직히 E-P1을 처분하고 이 제품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제 PEN이 확보해야 할 부분은 판형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APS-C 센서와 비교해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포서드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크기가 작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PEN은 경쟁 제품과 비교해 크기에서 메리트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NEX-C3와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크게 드러난다. 판형 크기가 작은데 왜 덩치는 판형이 큰 제품보다 크단 말인가? 플렌지백 차이가 제품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철저하게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플래그십이라는 이유로 이 크기를 고집한다면 그것은 올림푸스 스스로 이 제품에 내세운 파격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E-P3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향후 전개될 PEN 미니 쪽에 거는 기대가 크다. 휴대성이나 성능 등 마이크로포서드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제품이 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E-P3는 휴대성과 함께 고급스러움을 뽐내고 싶은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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