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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굿바이, 미니디스크(MD)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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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7-10 16:53:13

    작년 3월 세계적인 가전제품 제조사인 소니는 워크맨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이 뉴스는 매우 크게 다루어지면서 아날로그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1979년 등장한 워크맨은 말 그대로 음악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시대를 만든 기기라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수많은 모조품과 다양한 변형제품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무려 4억 대가 넘게 팔렸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MD 출시 10주년 기념 모델, 이제는 역사의 유물이 되었다.>

     

    그런데 이 뉴스에 이어 얼마 전 소니는 워크맨에 이어 약 20년 동안 만들었던 MD(Minidisk) 워크맨을 오는 9월부터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MD가 무엇인가? 정확히 20년 전 CES 1991에서 당시 오가 노리오 회장이 선보였던 MD는 워크맨의 편리함과 CD의 음질을 모두 갖춘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당시의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MD는 CD의 음질과 내구성, 휴대성, 기록성 등을 모두 갖췄다"고 소개했다. 6.4cm 직경은 CD의 절반이었고, 플레이어 역시 CDP에 비하면 무척 작고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웠기에, 오가 노리오 회장의 발언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었다.

    <소니는 플레이어 생산은 그만두지만, 디스크는 계속 생산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팔린 MD 플레이어가 소니로고를 단 것으로만 약 2천2백만 대에 이르니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다. 물론 형님격인 워크맨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소니는 앞선 VHS / 베타의 비디오테이프 포맷에서 뭔가를 느낀 듯 나름 적극적으로 라이선싱을 했다. 덕분에 샤프, 켄우드, 파나소닉 같은 음향기기 제조사나 가전 제조사에서도 MD 플레이어를 만들었지만 워낙 소니가전에 특화된 기기인 탓인지 다른 회사들의 생산량을 모두 더해도 소니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MD의 핵심은 다름 아닌 아트랙(ATRAC)이라는 코덱이다. 꾸준히 발전한 이 코덱의 가장 큰 특징은 뛰어난 압축률에도 불구하고 매우 훌륭한 음질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많은 음악을 디스크 한 장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MD음질의 핵심인 아트랙을 설명한 그림>

     

    다른 디지털 음악 포맷과 마찬가지로 아트랙 역시 디지털 신호를 측정해서 자주 반복되는 조합을 좀 더 짧은 조합과 좀 더 긴 조합과 더불어 자주 일어나지 않는 조합으로 바꾼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음악을 16밴드로 나누어 더 정확한 측정을 하고, 신호를 주파수 정보로 변환시킬 때 좀 더 넓은 계측범위를 갖고, 세밀한 주파수 정보를 압축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아트랙의 장점이다.

     

    물론 지금은 명실상부한 MP3시대다. MD는 장점이 많았지만 MP3가 갖는 편리함과 압도적인 사용자를 이기지 못한 지나간 시대의 유산으로 기억될 뿐이다. 한 번이라도 MD를 써본 사람이라면 재생은 쉽지만 비교적 까다로운 레코딩 방식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가수들이 MD로도 음반을 발매했던 일본과는 달리, 디지털소스를 가지고 MD로 변환했던 우리네 사정에서는 더욱 그랬다. 심지어 녹음용, 재생용으로 기기 두 대를 사서 쓰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MD시대의 종말을 보면서 지금의 MP3시대는 과연 언제까지 갈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언제나 좋은 기술, 최신 기술이 선택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그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기술이 가장 큰 사랑을 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음질에서 분명 상대적인 약점이 있는 MP3는,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한 쉽고 편리한 다운로드 방식으로 음악 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다. 물론 이 시대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는 못한다.

     

    MD의 퇴장 뉴스를 보면서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토종 기업의 쓸쓸했던 몰락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 MP맨닷컴의 제품.>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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