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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넥슨 감독. 넷마블, 게임하이 주연의 '신서든어택뎐'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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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6-21 15:05:46

    이렇게 흥미로운 드라마가 또 있을까. 보고 있자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전개가 너무 빨라 정신이 없다. 결과도 예측불허다. 끝났다 싶더니 시작하고, 서로 치고 받는가 싶더니 화해한다. 막장과 건전 사이를 오가며, 복선과 반전이 꼬리를 문다. 출생의 비밀, 애증과 배반, 삼각관계, 양육권 분쟁, 출연진 중도하차 같은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제작진도 화려하다. 넥슨 감독. 넷마블, 게임하이 주연의 ‘신서든어택뎐’. 내용은 이렇다.

     

    발단 =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인수 따로, 계약 따로? 갈등이 처음 불거진 건 게임사 간 인수·합병(R&B) 바람이 거셌던 지난해부터다. 애초 서든어택은 게임하이와 넷마블이 협력해 7년 동안 서비스를 잘 진행해왔다. 둘 사이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서든어택은 라이벌 스페셜포스를 누르고, 동시접속자 30만의 국민게임으로 성장했다.

     

    그러다가 서든어택 서비스권이 넷마블에서 넥슨으로 넘어간 게 갈등의 씨앗이다. 개발력이 출중한 게임하이는 업계에서 인수대상 1순위로 꼽혀오던 업체다. 넷마블도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게임하이 새 주인은 넥슨이 됐다. 넷마블은 거액의 인수금을 제시했으나, 협상력에서 넥슨에 밀렸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잘 살아오던 아내가 갑자기 외간 남자와 혼인 신고를 한 셈이다. 인수 따로, 계약 따로 얽혀있는 국내 게임업계 구조상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극초반에 돌연 하차 한 넷마블 남궁훈 전 대표. 멀쩡한 등장인물을 하차 시켜 욕 먹던 모 드라마처럼 그의 사임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전개 = 출연배우 중도하차. 남궁 대표의 석연치 않은 사임. 지난 5월 주인이 바뀐 후, 게임하이는 넷마블과 서든어택 재계약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게임하이는 모회사가 된 넥슨을 새 퍼블리셔로 선택했다. 관계가 악화된 건 이 과정에서다. 넷마블 남궁훈 전 대표는 “재계약금 150억원에 수익의 70%를 게임하이 쪽에 배분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6개월만 계약을 연장하면 서비스 이전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하이 쪽은 “넷마블이 확정되지 않은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일부 경영진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임하이는 "쿨하게 끝내자"는 분위기인데, 넷마블은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았다"며 매달리는 모양새다.

     

    날선 공방은 넷마블 남궁훈 대표가 사임하고, 서든어택이 넥슨에 넘어가면서 일단락됐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어떤 드라마처럼 멀쩡하던 등장인물이 갑자기 중도 하차한 꼴이다. 남궁 대표의 갑작스런 사임은 서든어택 재계약 불발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의견이 많다.

     

    위기 = DB 양육권 공방. 신속히 이동하라! 이번엔 양육권 분쟁이 벌어졌다. 서든어택 이용자 DB를 놓고 양사의 분쟁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이용자 DB는 이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획득한 레벨, 아이템 등을 담은 정보로 온라인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다. 넷마블이 이용자 DB를 넘겨주지 않으면, 이용자는 넥슨닷컴에 접속해 첫 레벨부터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넷마블은 계약종료 후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미뤘다.

     

    이번엔 게임하이가 다급해졌다. 게임하이는 “넷마블이 서든어택 운영서버 접근을 일방적으로 차단해 서비스 이전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짧은 기간 안에 1,800만 명의 고객정보를 이전하려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애매한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DB를 되찾기 위한 게임하이의 노력은 눈물겹다. 궁여지책으로 넷마블을 배제하고 이용자 정보 제공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게임정보를 넥슨쪽에 제공해 달라는 소리다. 넷마블은 개인정보 유출 및 계정도용의 위험성이 있다며, 독단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한 게임하이을 비난했다. DB 양육권을 놓고 양쪽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절정 = 뜬금없이 법정 드라마로. 진실은 어디에?! 이야기는 클레이맥스로 치닫는다. 참다 못한 게임하이는 넷마블을 상대로 “서버 접근권을 풀고, 이용자 정보를 넘겨 달라”는 내용의 가청분 신청을 냈다. 갑자기 법정 드라마로 바뀐것이다. 넷마블은 마지막까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우기고, 게임하이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뻗댔다. 그러나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려봐야 양쪽에 득 될 게 없다.

     

    여차하면 소모전만 하다가 서든어택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유저를 볼모 삼아 이권다툼만 하는 게임사들의 행태에 이용자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게시판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 졌다. 아니나 다를까, 파국의 조짐이 보였다. 줄곳 1위를 지켰던 서든어택 PC방 순위가 4위, 5위로 추락했다. 스페셜포스2, 그라운드제로 등 '타도 서든어택'을 외치는 라이벌들이 올여름 일제히 나온다. 언제 경쟁자에게 뒤통수 맞고 주연의 자리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무심하게도 서든어택 계약 종료날인 7월 10일은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게임하이 김정준 대표는 “넷마블과의 협상내용을 모른다”고 묘한 복선을 깔았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협상에서 게임하이는 배제된 것인가? 그럼 협상의 주체는 누굴까. 눈치 빠른 사람은 여기가 반전 포인트란 걸 알아챘을 것이다. 갑자기 스릴러 장르로 넘어간다.

     

    <지난 17일 열린 서든어택 기자간담회. 그 자리에서 게임하이 김정준 대표는 "협상내용에 대해 모른다"라는 애매한 말을 남겼다. 그것이 반전을 예고하는 복선일 줄이야~~> 

     

    결말= 막판 반전. 우리 오해 풀었어요~?! 불과 몇일후, 험악했던 분위기는 화해모드로 돌아섰다. 넥슨이 넷마블을 상대로 낸 서든어택 이용자정보 가처분신청을 취소하고, 다시 협상에 나섰다. 단독 서비스를 고집했던 게임하이가 슬쩍 빠지고, 넥슨이 직접 나서 넷마블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회사는 막판 타협으로 사태는 새로운 고비를 맞게 됐다.

     

    넷마블은 DB를 제공하는 문제를 두고 넥슨과 협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넥슨은 소송을 취하했다. 넥슨은 넷마블과 게임하이가 오해를 풀고 다시 예전 관계를 복원했다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라면 공동 퍼블리싱도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허무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해피엔딩이 아닌가....

     

    시즌2 예고. 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워낙 시청률이 높다보니 벌써부터 시즌2 제작설이 나오고 있다. 후속작으로 나올 ‘서든어택2’가 또 변수다. 서든어택2의 판권은 예전 서비스업체인 넷마블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게임하이를 인수한 넥슨이 서든어택2 판권을 되찾아오려면 넷마블에 거액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반대로 개발사인 게임하이가 계약만 해놓고 게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넷마블 쪽에서 권리행사를 할 수도 있다.

     

    이미 남궁훈 전 대표는 중도하차 하기 전, 시즌2에 대해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2011년 6월까지 상용서비스를 전제로 계약을 맺은 서든어택2에 대해 게임하이 측은 어떠한 내용도 전달 하지 않았고, 이는 넷마블이 서든어택2를 서비스하게 되었을 경우 기존 서든어택 서비스의 넥슨 이관 차질을 우려해 고의로 지연하는 부당한 행위가 아닌가 싶다”. 이대로라면 시즌2도 막장으로 갈 것 같다. 애청자 입장에서 바라건데 시즌2는 훈훈한 '가족 드라마' 였으면 싶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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