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반도체 시장 이슈로 바라본 삼성의 미래


  • 이상재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1-05-04 11:53:05

    글 / 이상재 (베타뉴스 칼럼니스트)


    19년째 2위 일본의 도발


    5월 3일 오전 포털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한 뉴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걸림돌이 등장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19년간 한국을 앞질러 본 적 없던 일본이 D램 반도체 분야 기술에서 삼성을 앞질렀으며 올해 7월부터 해당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사의 타이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 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 이런 생각을 떠올렸을 것 같다. ‘삼성도 반도체 시장에서 영원한 승자는 아닌가 보네. 어쩌면 언젠가는 1992년 이전처럼 반도체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일본에 넘겨줄 수도 있겠는걸.’ 하지만 오후에 나온 삼성 발 기사 하나로 분위기는 완전히 역전됐다.

     

    삼성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20나노급 D램 개발이 이미 완료되었으며 8월 말 양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 온라인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반도체 이슈는 그렇게 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이번 이슈의 주인공인 일본 기업 엘피다가 새로운 D램 반도체를 7월부터 양산할지, 삼성의 20나노급 D램 반도체가 8월 말 양산에 들어갈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그런데 살짝 관점을 달리 해 이번 이슈를 살펴보면 정작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시장이던지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이다. 시장을 영원히 지배할 것 같은 인기 상품들도 시간이 흘러 시장 상황이 바뀌고, 업계 트렌드가 바뀌고, 사람들의 기호가 바뀌는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내리막길을 걷기 쉽다. 언덕을 오르긴 힘들지만 내려오긴 쉬운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이가 부러워하는 1위 기업들은 언제나 남모르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더 오를 곳은 없고 추격자들의 도전은 언제나 계속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19년간 승자의 위치에 있던 삼성전자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당연히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19년 전 삼성전자가 일본을 따라잡아 역전시켰듯 도전자들에게 기술력으로 따라 잡히거나, 더 싼 제품이 나와 시장 점유율이 낮아져 1위 타이틀을 뺏기는 있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여기서 기억을 더듬어봐야 할 작년 기사가 있다. 삼성은 작년 3월 말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선언으로 관심을 모았었다. 삼성은 그 이후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개 친환경 에너지 및 헬스 케어 관련 신수종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도 현재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제품 중 가장 효자종목은 단연 반도체고, 반도체 사업이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딴죽을 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삼성은 이런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현재 1위를 하고 있는 사업에서 앞으로 영원히 1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운 것이다. 따라서 금일 반도체 시장에서 일어난 이슈는 삼성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시기의 차이에서 빠르다 느리다를 판단 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앞에서 나열한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의 규모와 진행속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기업 삼성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삼성의 수뇌부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 MP3, PMP, 내비게이션을 만들던 많은 회사들이 도산했거나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현재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포터블 기기의 절대 갑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이 주인공인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그나마 생각하고 준비해 온 기업들로 보인다.

     

    얼마 전 필자가 만났던 한 포터블 기기 제조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시장이 이렇게 빨리 변할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하소연을 했다. 반도체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얼마나 빨리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삼성의 신수종 사업이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베타뉴스 이상재 (sjlee1977@gmail.com)
    Copyrights ⓒ 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