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선관위, SNS 헛발질 내년에는 끝낼 수 있을까?


  • 최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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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4-18 09:33:45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얼마 안되는 선거구에 여야가 모든 당력을 집중하여 총력 지원하다보니 보궐선거는 늘 과열로 치닫고 시끄럽게 마련이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맞물리는 2012년 정치판의 풍향을 미리 짐작해볼 수 있는 선거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그 만큼 다른 어느 해의 보궐선거보다도 많은 관심 속에 여야간 사활을 건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선거전이 과열로 치닫는 양상 탓인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3일 경기 성남 분당을과 경남 김해을을 ‘특별단속지역’으로, 전남 화순을 ‘과열·혼탁선거구’로 지정하고 나섰다. 과열이 우려되는 10개 재·보선 선거구 유권자 88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8~9일 선거 혼탁도, 선거법 위반행위 발생 가능성 등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한다.

     

    분당을과 김해을은 혼탁도는 낮지만 정당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특별단속지역으로 지정됐는데, 특히 분당을은 비방·허위사실 유포 가능성(39.2%), 김해을은 언론의 불공정 보도 가능성(12.8%)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란다. 전남 화순은 선거 혼탁도가 평균(13.9%)보다 2배 이상 높은 28.7%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선관위는 밝혔다.

     

    비방허위사실 유포든 언론의 불공정 보도 가능성이든, 요즘 선거에서는 기존 신문이나 방송 뿐만 아니라 SNS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이들 지역을 특별단속지역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SNS를 이용해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꼼수"가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선관위는 작년 봄에 열렸던 지방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지지를 촉구하는 트윗을 올리거나 리트윗하는 행위까지도 불법선거운동으로 간주하는가 하면, 특정한 행위(투표 인증샷)를 하면 선물을 주겠다고 했던 예술인이나 연예인들까지도 선거법 위반(금풍 향응 제공)으로 고소 고발하고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과오(?)를 저지른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선관위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의 흐름들이 감지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3월 24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트위터와 e메일,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등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최근 서울시 선관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스스로 계정을 오픈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리트윗]과 [좋아요] 클릭하기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작년 지방선거 당시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을 차단하려 했던 선관위의 지침에 대해, 헌법 정신의 위배라는 법리적 반론에서부터 수백만 명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트윗이나 포스트들을 어찌 단속할 것이냐는 현실적인 처벌 불가론에 이르기까지 법 자체가 사문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와 문제 제기들이 잇따르면서 애시당초 법 적용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반대가 크게 부각된 바 있다. 1천만 명이 넘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생겨난 마당에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제도와 지침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선거 운동을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며, 따라서 이런 규제 지침을 포기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예측이 계속 나돌았다. 

     

    이날 선관위의 발표는, 일반인이 인터넷 홈페이지나 게시판, 대화방에 선거운동 정보를 게시하거나 e메일을 전송하는 행위가 ‘선거운동 기간’에만 가능한 현행 규정을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선관위는 “2002년 16대 대선 이후 UCC나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 규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고, 스마트폰 출시로 트위터 등 SNS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2012년 총선·대선에서 재현될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개선방안 검토의 배경을 설명했다.  선관위는 다만 미성년자와 공무원은 허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선거 관련 글·화상·동영상 등 게시물을 올리는 대가로 금품을 제공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공직선거법상 매수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등 보완책을 강구키로 했다고 한다. 

     

    향후 실제 선거법이 어떻게 변경되고 확정될지는 결과를 지켜보아야겠지만, 선관위가 뒤늦게나마 SNS를 이용한 상시 정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선거운동 기간의 제한을 해소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은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둘 경우 작년보다 더 큰 논란과 비난을 자초할 것이 뻔히 예견되는 시점이니만큼 불가피한 방향선회라 보인다.

     

    사실 선관위가 우려하는 허위사실 유포나 후보자 무고, 비방 등의 행위는 꼭 선거법이 아니더라도 다른 법률로도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한 행위들이다. 따라서 금품 향응 등 매표를 유도할 수 있는 돈 선거의 가능성은 철저히 막고 단속하되, '말을 할 수 있는 자유'는 최대한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선거법의 개정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이나 영국 등 정치 선진국에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한 선거운동이나 정책 정견의 발표, 그리고 소액 정치 후원금의 모집 등이 공공연하고 자유롭게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여론조사와 후보 당락 예측까지도 허용된다. 더욱이 트윗의 소통 빈도나 호응도를 이용한 예측이 전문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 결과보다도 더 정확히 후보의 당락을 맞추기에 이르렀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고, 사람들의 소통 방식 또한 스마트폰의 등장과 더불어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  낡아빠진 법 규정과 제도, 지침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네티즌들의 앞서가는 표현의 의지를 억누를 수는 없다. 선관위뿐만 아니라, 정부 및 국가기관을 포함한 공공서비스 영역 전체가 하루 빨리 급속히 확산되는 소셜미디어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학습하고, 더빠르고 더 나은 소통 문화를 흡수하여 스스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기반을 확대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집단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베타뉴스 최규문 (letsgo66@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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