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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경게임쇼, '스물, 잔치는 끝났다!'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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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9-24 15:12:14

    동경게임쇼가 끝났다. 올해 20주년 맞은 동경게임쇼는 2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전 세계 200개 가까이 되는 게임사에서 700개 이상의 게임을 선보였다. 흥행에선 역대 최고다. 작년까지만 해도 존폐가 불투명했던 동경게임쇼가 보란 듯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소리가 적잖다. 사람들은 이번 동경게임쇼를 가리켜 “볼 건 많은데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마니아들은 열광하는 반면 일반 관객들은 밋밋한 느낌이었단다.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한방’의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매회 지적됐던 비디오게임 편식은 여전했다.

     

    일본 마니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러브 플러스’, ‘아이돌 마스터2’ 부스는 연일 만원이었다. 몬스터헌터, 파이널판타지, 데빌메이크라이, 메탈기어솔리드 등의 후속작들이 여전히 전시장 메인을 차지했다.  

     

    비디오게임이 아닌 다른 플랫폼 게임들은 여전히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최근 일본 공략에 적극적인 한국게임업체도 동경게임쇼엔 한군데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값이 있는데 나가보면 어떨까하는 질문에 업계 사람들은 “전시회 자체가 비디오게임 위주여서 온라인게임은 나가봐야 효과가 별로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유일하게 온라인게임을 들고 참여한 감마니아 부스는 행사기간 내내 썰렁했다. 따로 기자단까지 꾸렸지만 오히려 어색한 꼴만 보여주게 됐다. 연일 썰렁한 분위기에 관계자도 당혹케 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게이머에게 한국과 중국 온라인게임은 관심권 밖인 모양이다. 차라리 동경게임쇼보다 지스타로 눈을 돌렸다면 이런 푸대접은 받지 않았을 텐데, 감마니아의 판단착오가 안스럽다.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 닌텐도나 블리자드는 동경게임쇼를 외면한지 오래다. 비디오게임이 아니면 건질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항상 동경게임쇼서 중대발표를 했던 소니도 올해는 E3에서 공개된 무브만 내놓고 어물쩍 넘어갔다.  

     

    그야말로 '콘솔게임 후속작' 빼고는 숟가락 하나 얹기 힘든 ‘그들만의 잔치’였다. 다른 플랫폼에 배타적인 게임쇼가 글로벌 흐름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내년에도 이런 흥행이 계속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일본 게임업계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츠지모토 하루히로 캠콤 대표는 일본 패키지 게임의 한계를 인정하며 “온라인게임 노하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든 한국, 중국 등에게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경게임쇼가 현실에 안주하는 사이, 다른 전시회들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비디오게임 위주였던 게임스컴은 올해부터 전시장 내에 온라인 게임관을 새로 마련했다. 온라인게임에 관심 있는 게이머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다. 여기서 길드워2 같은 걸출한 신작들이 배출됐다. 앞으로 글로벌 게임전시회에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때 동경게임쇼가 세계 게임시장을 선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 전성기 즈음이다. 동경게임쇼는 말 그대로 게이머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모바일, 스마트폰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들이 나오면서 게이머들의 관심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멀어졌다. 판이 바뀐 것이다.

     

    좀 팔린다 하는 게임도 10만장 넘기기 힘든 게 요즘 일본게임의 현실이다. 그러니 잘나갔던 시절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지금 일본 게임계의 심정일 것이다. 메탈기어솔리드, 데빌메이크라이, 몬스터헌터, 파이널판타지 같은 플레이스테이션의 향수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이번 게임쇼는 폐쇄적인 일본게임의 한계를 보여줬다. 최근 일본 게임계에서 나오는 '위기론'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동경게임쇼 이십년, 잔치는 끝났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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