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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방’ 외치는 구글 안드로이드, 믿어도 좋은가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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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7-22 17:44:48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살펴보면 크게 2개의 진영으로 나뉜다. 아이폰이라는 단일 브랜드·단일 제품군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든 애플 진영과,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안드로이드 진영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목표는 어느덧 스마트폰 시장의 선도자처럼 인식되고 있는 애플을 따라잡고 자신들이 다시금 모바일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머지 않아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을 충분히 추월할 것이라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의 미래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진영의 구심점이나 다름 없는 구글의 행보가 심상치 않기 때문.

     

     

    ◇ ‘개방’을 외치며 세력을 키운 구글, 그 속내는? = 철저히 폐쇄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애플과 달리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어떤 제조사든지 자사의 단말기에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공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는 별도의 허가나 라이센스가 필요 없으며, 단말기 최적화를 제외하고는 제조사가 운영체제 개발 및 업데이트 등에 크게 신경 쓸 일도 없다. 스마트폰의 꽃인 각종 애플리케이션은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알아서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그렇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에 참가한 단말기 제조사들이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안드로이드가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때, 단말기 제조사의 위치가 어느새 구글에게 끌려다니는 위치로 전락하게 될 수 있음을 말이다.

     

    요즘 구글의 행보는 거침없다. 처음에는 단순 검색 서비스로 시작한 구글은 차례차례 메일(G메일), 동영상(유튜브), 사진(피카사)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마침내 무료 오피스 솔루션 ‘구글 독스’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주 겪었던 독점 논란이 이제는 구글에서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는 현재 순항 중이며, 얼마전엔 모바일 광고 시장 진출을 위해 전문기업 애드몹(AdMob)을 인수했다. PC용 웹 브라우저 구글 크롬은 조금씩 이름을 알려가고 있으며, 같은 이름의 PC용 운영체제 역시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말 그대로 IT 서비스 분야의 모든 것을 구글이라는 이름의 울타리 안에 끌어들이고 있다.

     

    본격적으로 구글의 속내가 드러나는 분야는 영상 가전과 웹(인터넷)의 조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IT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TV’ 분야다. 애플의 ‘애플 TV’처럼 구글 역시 ‘구글 TV’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 TV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TV나 셋톱박스 등의 장치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설치되어야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과는 달리 구글 TV용 안드로이드는 공짜도 아니고,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사용하더라도 구글이 요구하는 기준과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애플리케이션 마켓 같은 ‘구글 TV’용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전혀 이용할 수 없다.

     

    겉으로는 ‘개방’을 외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 제조사들과 서비스, 사용자들을 가둬놓겠다는 의도나 다름 없다. 국내외 유력 가전 업체들이 구글 TV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러한 분위기가 노골적으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 여우를 쫒아내기 위해 호랑이를 부른 격이 될 수도 = 스마트폰 시장도 다를 바 없다. 얼마 전 구글이 차기 안드로이드 버전에서는 단말기 제조사들이 별도로 개발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수 없도록 고려하고 있다는 루머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각 제조사별로 서로 다른 사양과 인터페이스를 단일화시킴으로써 개발과 업데이트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로 제시됐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구글이 각 제조사의 제품 개발 단계부터 통제에 들어간다는 말과 다름 없다. 이 루머가 현실이 된다면 현재 안드로이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특히 독자적인 플랫폼을 가지지 못한 한국 제조사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되면 애플이 그랬던 것 처럼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도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버는 실질적인 이익의 대부분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글의 몫이 된다. 구글이 말하는 ‘개방’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아직까지는 추측과 루머에 불과하지만, 구글의 태도가 돌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무한 글로벌 경쟁에 접어든 오늘날, 한 번 주도권을 뺏기면 다시 되찾기란 쉽지 않다. 오로지 ‘애플 타도’만을 외치며 안드로이드 진영에 참가한 국내 기업들이 되레 구글에게 끌려다니는 입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처 수단을 마련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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