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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온라인게임 고수의 비결 '부러우면 CPU 바꿔라!'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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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6-01 21:05:40

     

    온라인게임은 승부사다. 단순히 좋은 환경에서 쾌적한 플레이에 만족하는 시대는 지났다. 승부에 웃고 승부에 사는 살벌한 경쟁의 시대다. 어느 온라인게임이든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게이머들이 있다. 게임을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는데 늘 승률이 좋다. 게임의 승부는 실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게임세상을 이끌어 가는 고수들은 어떤 비결이 있을까? 혹시 나만 모르는 다른 비결이 있을까? CPU의 성능도 비결 중 하나다.

     

    <이렇게 캐릭터들이 북적이는 곳은 그래픽카드보다 CPU가 좋아야 잘 돌아간다>

     

    ▲ 게임유저의 영원한 딜레마, 그래픽카드냐? CPU냐?

     

    ‘그래픽카드냐? CPU냐?’

    컴퓨터를 업그레이드를 앞두는 유저들에게 'CPU냐, 그래픽카드냐'는 ‘죽느냐, 사느냐’를 갈등하는 햄릿의 고민과 같다.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 교체를 고민하는 유저들은 더더욱 피해 갈 수 없는 딜레마다. 왜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지, 쉽게 설명해보자. 컴퓨터는 지하철 승하차로 비유할 수 있다. 지하철 차량 수는 하드디스크다. 차량수가 많을 수록 승객을 더 태울 수 있듯이 하드 용량이 클수록 더 많은 게임들을 설치 할 수 있다.

     

    지하철 문은 비디오카드로 비유할 수 있다. 문이 크고 넉넉할수록 승하차시간이 단축된다. 승객들이 편하게 승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무원 역할은 램이 한다. 램이 많을수록 컴퓨터는 원활하게 운영된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기관사 역할을 하는 부품은 무엇일까? 모든 부품을 조정해 최고의 효율을 이끌어내는 기관사가 바로 CPU(프로세서)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서 가장 집중하는 곳이 어딜까. 바로 자동 개폐문(VGA)이다. 만약 자동문이 작아 한 사람 밖에 이동할 수 없는 크기라면 지하철 이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동문이 커진다면 보다 편리한 승하차가 보장된다. 자동문을 조종하는 기관사(CPU)를 의식하며 전철을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이머들의 인식이 이와 같았다. 게임이 느리면 그래픽카드 탓을 하지, CPU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게임 특화 CPU, 인텔 코어 I7
    최근 인텔이 선보인 I7 CPU는 IT업계뿐만 아니라 게임시장에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창기 다소 의외라는 견해가 있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최저가 PC 본체 가격에 맞먹는 20만원 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특화 멀티 CPU’라는 코드가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I7은 ‘게임 성능 극대화’라는 최우선 목표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충족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I7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특별하다. 각종 검색포털에서 I7은 IT 부문 인기검색어로 올라섰는가 하면, 게임전문 쇼핑몰의 최고급 게임 PC에는 I7이 공통적으로 탑재되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비 성능을 따져보면 오히려 탁월하다는 후문이다. 또한 게임 PC를 목적으로 용산을 찾는 헤비 유저들의 선호도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I7 출시 후 인텔의 CPU 판매량도 상승추이를 보이고 있다.

     

    I7의 ‘가격 대 성능비’이라는 요소를 놓고 하드웨어 벤치마킹 동호회는 물론, 게임 관련 동호회나 카페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찬반이라는 엇갈린 평가 속에 분명한 것은 I7이 최첨단 CPU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게임 산업의 허브로 통하는 PC방 역시 점차 I7으로 갈아탈 분위기다. 국내 대형 PC방 프렌차이즈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비교적 저렴한 I5 CPU가 대세지만 점차 I7 CPU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라 올 연말경이면 I7 CPU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관련 카페에서도 I7 체험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따로 그래픽카드를 교체하지 않고도 게임의 성능이 훨씬 올라갔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과대평가’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전반적으로 호평이 많다. CPU 가격은 발표 직후 정점을 찍은 이후 빠르게 인하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유저들의 입소문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유저들의 관심과 빠른 성능, 여기에 가격적 요소까지 삼박자를 갖춘 I7은 오는 3/4 분기 경 CPU 시장의 또 한 번 세대교체를 앞당기고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레이드 플레이도 CPU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 온라인게임 승부사, 비결은 CPU
    지난 십수년간 게임PC에 있어 중심축은 CPU가 아닌 VGA(그래픽카드)에 있었다. 허큘러스 시절부터 VGA와 CPU간 해묵은 호불호 논쟁은 대부분 VGA의 승리로 귀결됐다. 더욱이 9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3D 게임의 붐을 타고 CPU는 고유의 연산장치에 머문 반면, VGA의 입지는 그래픽 부문에서 게임 부문으로 확대 재편됐다. 

     

    당시 국내 시장은 PC방의 등장과 게임 산업의 급격한 발전에 힘입어 VGA의 시장은 어떤 IT부품보다 급성장했다. 별도의 쿨러와 VGA 전용 CPU(GPU), 전력공급장치 등을 갖추는 등 몸집도 점차 불려나가기 시작했다. 반면 한번 구입으로 2~3년간 게임 인생을 좌우하는 PC 구입에 있어 유저들의 선택이 VGA 카드에 대한 집중됨에 따라 CPU나 여타 장치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뿐만 아니라 CPU의 범용화 된 오버클럭은 오히려 VGA의 발전 폭에 촉매제를 제공했다.

     

    어느 덧 3D 가속 VGA는 헤비 유저들의 전유물에서 라이트유저들까지 공략하며 최첨단 PC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CPU가격을 상회하는 VGA들이 다수 선보였고, 게임 역시 최대 폴리곤 수의 각축장을 방불케 하며, 최고 해상도의 그래픽에 집중돼 발전됐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PC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넘어 가면서 게임에서의 승부가 중요한 선택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CPU다. 현재까지도 게임 PC를 가늠하는 주요 잣대는 VGA에 있지만 CPU의 발 빠른 움직임은 다시금 VGA와 CPU 간 호불호 논쟁을 낳을 만큼 급부상했다.

     

    물론 이는 게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례로 VGA 가속 벤치마킹 프로그램으로 통하는 ‘크라이시스’의 경우에는 VGA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FPS는 그래픽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그래픽카드를 교체하면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뒤이어 CPU 클럭과 코어 개수, 캐시 메모리와 메모리 용량, 하드디스크 속도 순으로 선택사항이 나뉜다.

     

    이처럼 그래픽 효과에 집중된 게임이나 단순히 지형지물의 표현이 많은 게임이라면 VGA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이드나 전쟁같이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게임은 CPU의 영향력이 크다.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레이드는 적게는 2~3시간, 길게는 6~7시간이 소요된다. 파티에는 기본적으로 전사(몸빵), 사제(힐러), 데미지 딜러(사냥꾼), 하이브리드(주술사) 등이 포진되어 있다.

     

    각각 다른 캐릭터들이 모여 도전하는 레이드에서 각 클래스별 움직임을 계산하고, 프레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성능좋은 CPU가 필요하다. 앞에서 방어하는 전사캐릭터보다 화려한 효과의 마법을 시전 하는 마법사 캐릭터의 연산이 더 복잡하다. 이러한 연산 작업이 한곳에 집중되면 평소에 잘 돌아가는 게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를 확인키 위해 1920X1200의 해상도에서 I7 870 프로세서를 기본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E6300 CPU에 비해 약 71%(21프레임에서 31프레임으로 상승, 70.967% 증가) 이상의 프레임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풀 3D 온라인게임 ‘아이온’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호성(탱커), 검성(데미지 딜러), 치유성(힐러) 등이 함께 사냥하는 파티에서 위와 같은 조건으로 테스트를 실행한 결과, 16프레임에서 21프레임으로 약 76%의 프레임 상승효과로 이어졌다.  

     

    VGA 의존도가 비교적 적은 ‘리니지’나 ‘던전앤파이터’같은 2D게임에선 확연한 차이가 났다. 최근 작품들인 스타크래프트2와 GTA4, 데빌메이크라이4와 마운트앤블래이드 워밴드 등에서도 CPU에 따른 프레임 증가는 예상치를 웃돌았다. 고가의 VGA 교체비용에 비해 오히려 적은 추가비용으로 보다 높은 효율을 이끌어낸 셈이다.

     

    <인공지능, 물리엔진 등을 다루는 게임개발자들도 게임에서 CPU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CPU 의존도 높아지는 게임 개발환경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도 CPU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 회사의 한 개발자는 “최적화 문제가 아니라면 요즘 VGA 스펙이 부족해 게임 개발에 난항을 겪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인공지능이나 물리엔진, 연산능력 등 CPU의 역할이 예년과 달리 상당히 커졌다”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CPU의 역할과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이야기다.

     

    게임 저널리스트 홍성민 씨는 “게임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고 싶다면, 이제 VGA가 아닌 CPU에 투자할 때”라면서 “과거 롤플레잉이나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던 CPU가 이제는 FPS나 MMORPG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게임성능을 향상시키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게임에서 CPU의 약진은 인텔 외에 AMD에게도 기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급의 AMD CPU는 상대적으로 큰 이슈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과거 AMD CPU와 다이렉트X간의 충돌 보고나 과거에 비해 줄어든 양사의 가격 차, 인지도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 깨지고 분하면 CPU 바꿔라!
    컴퓨터를 고를 때 주로 염두 하는 것이 ‘가격 대비 성능’이다. 그러나 요즘엔 ‘사용목적’이 컴퓨터 업그레이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주된 사용 목적이 게임이라면(사실상 최근 게임들은 복합장르이니 만큼 장르적 선호도는 플랫폼의 영향이 비해 미비하다) CPU의 성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더 저렴한 가격 대비 성능비를 자랑하는 CPU들도 적지 않지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옵션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뒤따른다. 성능으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게임 내외적 요소들은 유저들에게 있어 분명 안타까운 부분일 수밖에 없다.

     

    특히 FPS처럼 빠른 속도를 요하는 게임에서는 CPU의 영향이 승패와 직결된다. 과거 속담 중에는 ‘분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었다. 이를 대신해 I7은 ‘이기기 위해서는 CPU부터 바꿔라’라는 우스갯소리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터보 부스터 기능부터 스마트 퍼포먼스 얼티밋, 하이퍼스레딩 기술 등 최근 게임에 접목되는 다양한 최첨단 기능들을 살펴보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CPU 성능에 따라 FPS에서 순식간에 승패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다>

     

    FPS의 경우 간단한 것 같지만 상당히 복잡한 연산과정이 필요하다. 떨어지는 총탄과 물체의 속도와 충격, 캐릭터의 인공지능 많은 부분을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 조금만 연산이 느리면 랙이 생기거나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주게 된다. 때문에 CPU의 성능은 FPS 승부에 직결된다. CPU가 좋으면 그만큼 실제와 같은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온라인게임의 대규모 RVR이나 레이드에서 CPU의 역할은 크다. 레이드에서는 상황별 전투를 CPU에서 수치화시켜 실시간 적용시킨다. 때문에 리니지2나 아이온 등 유명 게임들의 길드들은 공성전이 있는 날이면 일부러 인텔 I7 컴퓨터가 있는 PC방을 찾는다. 그만큼 대규모 길드전의 승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엄청난 계산이 필요한 풋볼메니저, CPU 성능차에 따라 속도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삼국지’, ‘풋볼 매니저’ 같은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시뮬레이션 장르는 그래픽 카드보다 CPU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CPU의 필요성은 게임이 복잡, 사실화 되면서 기하급수 적으로 상승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게임을 하기위해 비싼 그래픽카드를 구입하기보다 I7 CPU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본질적으로 게임을 잘하고 싶거나, 패배의 굴욕으로 잠을 설쳤거나, 게임 옵션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저라면, 연산속도를 좌우하는 CPU의 탁월한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적절한 가격으로 책정된 게임 특화 멀티 CPU가 과연 존재 하는가’라는 질문에 I7은 분명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가격은 비교적 비싸지만 게임에서 받은 패배감들을 생각하면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I7 CPU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인텔 CPU가 장착된 노트북으로 아이온 같은 고사양게임도 할 수 있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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