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부정적인 면과 동시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 게임 속 조용한 미담들이 긍정적인 면이다. 지난달 26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이온’ 게시판에 ‘피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희귀혈액형을 가진 임산부가 출산 중 과다출혈로 생명이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혈액이 모자라 병원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소식을 접한 ‘아이온’ 이용자들은 게임 속 대화창이나 게시판 등을 통해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게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도움을 구하는 캐릭터들도 있었다. 몇 시간 만에 수십 명이 병원을 찾아 수혈에 동참했고, 환자와 아기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게임동료의 가족을 살린 경우도 있다. ‘리니지2’를 즐기는 한 이용자의 모친이 중화상을 입고 급히 수술비가 필요하자 같은 혈맹의 동료들이 모금활동에 나섰다. 결국 이용자끼리 모금한 2,500만원이 수술비로 전달됐다.

 

액션게임 ‘C9’ 팬카페 회원들의 조용한 기부활동도 화제다. C9 팬 카페는 작년 한국 게임대상에서 받은 상금 100만원을 백혈병 어린이와 노인복지 기관에 기부했다. 이것을 인연으로 회원들은 꾸준한 지원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한 회원은 게시판에 “처음엔 단순한 기부로 시작한 나눔 캠페인이 5만여 명의 회원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뜻 깊은 행사로 성장했다”는 글을 남겼다. 또, 모바일게임 ‘놈투’ 이용자들은 난치병을 앓고 있는 탈북모녀를 위해 자체적으로 모금활동을 펼친바 있다. 

 

이용자의 나눔 행렬에 게임사가 동참하는 경우도 많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 때 엔씨소프트 직원과 ‘리니지’ 게임이용자들이 현장에 달려가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했다. 사고 직후 이용자들이 태안반도에 봉사활동을 가자는 의견의 글을 게시판에 게재하면서, 엔씨소프트가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또, 리니지 이용자 71만 명은 게임 속 화폐 아덴을 기부해 모은 돈 2억 원을 백혈병과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기부하기도 했다. 무협게임 ‘열혈강호 온라인’ 이용자들은 아이템을 구입한 비용을 기부해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게임 속 미담들을 보면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경우가 많다. 온라인 게임은 이용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고, 동기부여가 높기 때문에 이웃돕기 행사도 참여도가 높다고 한다. 이만하면 게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게임을 보는 시선은 아직도 부정적이다. 누구는 게임업계를 피도 눈물도 없는 ‘파렴치한’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중독성,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등 온갖 부정적 잣대를 게임에 갖다 붙인다. 폭탄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 드라마가 공중파에 버젓이 나오는데, 게임에선 음주장면이 나온다고 청소년 이용불가다.

 

성인이 게임중독으로 사망했는데, 엉뚱하게 청소년 게임금지가 거론되고 있다. 새벽까지 학원 다니느라 지친 아이들이 밤새워 게임할 힘이 남아 있는지나 모르겠다. 한번 미운털 박힌 사람은 뭘 해도 밉상인 게 인지상정이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게임이 사람 목숨까지 빼앗았다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게임하는 사람의 뇌가 마약중독자의 뇌와 같다고 떠들지만, 그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

 

긍정적인 눈은 닫고 부정적 눈으로 바라보니 곱게 보일리가 없다. 기능성 게임 몇 개 만든다고 게임의 순기능 운운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게임의 순기능은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눈이 열렸을때 비로소 보인다. 앞서 유저들의 자발적인 이웃 돕기참여처럼 말이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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